삼성이 손잡은 강소기업 넷리스트 "4년 내 新메모리 시대 열 것"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6.09.26 11:09 | 수정 2016.09.26 15:39

    “중국 주요 업체에서 하이브리드 메모리 기술 테스트
    2020년부터 메모리 시장 지각변동 일어날 것”

    지난해 11월 삼성전자는 다소 이례적인 결정을 했다. 이름도 생소한 '넷리스트(Netlist)'라는 미국의 중소 메모리 반도체 모듈 기업에 2300만달러(약 254억원) 수준의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더 놀라운 건 세계 정상의 메모리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가 이 작은 회사와 크로스라이선스(상호특허협력)를 체결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중소기업과 크로스라이선스를 맺은 사례는 사실상 최초다.

    넷리스트의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 있지만, 주축 멤버는 한국인들이다. 이 회사의 창업자는 LG반도체 출신의 홍춘기 대표다. AT&A 벨랩 출신의 이현씨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고 아시아태평양 세일즈를 담당하는 김지범 한국 지사장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형 반도체 기업에서 30여 년간 D램 설계와 세일즈를 맡았던 인물이다.

    김지범 넷리스트 한국 지사장. /조선비즈 DB
    넷리스트는 글로벌 기업들의 먹잇감이 되기 쉬운 특허 공방전에서도 승승장구해왔다. 샌디스크, IDT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이 지난 2010년경부터 넷리스트의 대표 기술인 LRDIMM 특허를 무력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결국 지난해 미국 대법원은 무려 5년간의 검토 끝에 결국 넷리스트의 독점권을 인정했다. LRDIMM(Load Reduced Dual In-line Memory Module)은 서버의 메모리 용량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지난해 넷리스트에 합류해 아태 지역 세일즈를 총괄하고 있는  김지범 지사장을 9월 25일 만나 강소 기업 넷리스트의 성장 비밀을 들어봤다. 김 지사장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넷리스트는 전통적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메모리 기술을 채택해 업계 최초로 상용화했다”면서 “4년 내에 신(新) 메모리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넷리스트, 창업 16년만에 '신메모리 시대'의 중심에 서다

    넷리스트는 지난 2000년에 미국 얼바인에서 창업한 서버용 메모리 모듈 전문 기업이다. 창업 초기 HP, IBM, 델,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메모리 모듈을 공급하기 시작하며 성장 기반을 마련한 이 회사는 LRDIMM, RLDIMM, NVDIMM 등 서버용 메모리 분야에서 120여 개에 달하는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김 지사장은 LG 반도체와 SK하이닉스 재직 시절에는 넷리스트를 그저 서버용 메모리 모듈 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작은 회사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미래 반도체 기술을 다양하게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고 새로운 메모리 시대를 열어 갈 주역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넷리스트는 지난 2007년부터 전통적인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메모리 기술을 채택해 업계 최초로 상용화 했다"며 "이는 앞으로 미래 반도체 기술인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 시대를 여는 데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SCM이란 D램의 고속 처리 기술과 플래시 메모리의 비휘발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반도체를 말한다.

    김지범 넷리스트 한국지사장. /조선비즈 DB
    이 회사가 국내 반도체 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해 삼성전자가 2300만달러의 투자와 함께 크로스라이선스를 발표하면서다. 특히 콧대 높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가 작은 메모리 모듈 기업에 적지 않은 투자를 감행했을 뿐 아니라 양사의 특허를 개방하는 크로스라이선스까지 맺었다는 사실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김지범 지사장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투자를 시작한 건 변화하고 있는 메모리 기술 트렌드에 대한 보증 수표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인텔이 발표한 차세대 메모리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에 대한 대응책 차원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인텔은 지난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발표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메모리 시장 진출을 공언한 바 있다.

    ◆'메모리의 벽'을 부수려는 시도들

    최근 세계 반도체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메모리의 벽(Wall of Memory)'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오르내리고 있다. 시스템의 두뇌 격인 중앙처리장치(CPU)와 저장을 담당하는 메모리, 스토리지의 성능 격차로 인한 병목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이는 특히 빅데이터, 클라우드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서버,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이 필요한 영역에서 유독 문제로 언급됐다.

    인텔이 지난해 3D 크로스포인트라는 신기술을 들고 30여년만에 메모리 시장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의 한 관계자는 “CPU와 메모리 사이의 성능 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차세대 메모리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스토리지클래스메모리(SCM) 등이 언급되고 있는데 인텔이 발표한 3D 크로스포인트는 SCM의 일종”이라며 “현재 세계 메모리 반도체 기업 중 SCM을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김 지사장은 “인텔이 SCM에 집중하는 이유는 비싼 D램 대신 가격이 저렴하고 중국 기업도 생산 가능한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메모리 체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텔이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을 처음 발표했을 때 국내 메모리 업계 일각에서 중장기적으로 D램 시장 자체를 초토화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SCM이 D램과 낸드를 통합한 모듈 형태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D램을 최소한으로만 사용하면서 기존과 동일한 성능의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삼성전자의 최대 매출 품목이자 한국의 5대 수출 품목인 D램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삼성전자가 넷리스트에 손을 건넨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지사장은 "최근 중국 최대의 서버 업체인 인스퍼, 최대의 인터넷 검색엔진인 바이두가 넷리스트의 하이브리드 메모리 기술을 테스트 중"이라며 "오는 2020년경부터 SCM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상용화돼 메모리 시장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범 넷리스트 지사장 프로필>

    -1958년 출생
    -1982년 한양대학교 재료공학 학사
    -1984년 카이스트 대학원 재료공학 석사<br>-1984년 금성반도체, 공정/소자 팀장
    -1990년 일본 히타치 파견
    -1993년 LG반도체 DRAM 설계 팀장(상무)
    -1999년 하이닉스 반도체 제품개발 상무
    -2007년 하이닉스반도체 미국 법인 마케팅 전무
    -2009년 하이닉스반도체 마케팅 본부장
    -2015년 넷리스트 아시아 세일즈&마케팅 및 한국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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