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미국, 유럽의 선진국처럼 2%대 저성장 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이했지만 우리 기업은 이러한 환경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을 추구하기보다는 기존의 성장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적합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지 못하면 우리 기업은 더 이상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없다. 기업가 정신은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기업의 혁신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기업에 있어서 기업가 정신이 중요한 것은 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가치를 창출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1960년대 고도 성장기에 발휘됐던 창업자의 기업가 정신은 최근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가 정신과 가치 창출 면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1960년대 우리 기업의 기업가 정신은 고도 경제성장과 더불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저성장하에서의 기업가 정신은 유에서 차별화된 또 다른 유를 창조해야 한다.
1960년대는 사전에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결정을 통해 가치 창출을 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기업 환경은 사전에 위험을 감수함은 물론 혁신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저성장 시대의 기업가정신은 혁신에 방점을 찍는 사전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의 행동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기업은 얼마나 혁신적, 사전적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이와 같은 의사결정보다는 안타깝게도 새로운 도전 없이 쉽게 이룰 수 있는 기존 경쟁 시장으로의 진출, 새로운 투자 없는 비용 절감 추진 등 기업가 정신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고 있다.
결국 기업가 정신을 통해 기업이 가치 창출을 한다는 것은 고객 가치를 높여주거나 비용을 감소시켜 고객 가치와 비용 사이 구간에서 가격을 결정하는 교섭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가격에 대한 교섭력 확보는 고성장 시대에서는 용이하나 저성장 시대엔 어려움이 따른다.
기존의 가치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지 못하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없고 자원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하기가 어려운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가치 창출은 기업의 혁신적, 사전적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끊임없는 도전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저성장 시대에 가치 창출을 위한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 위해 기업은 무엇보다도 고객 가치 제고는 물론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와 같이 서로 다른 두 마리의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유럽의 히든 챔피언들이 추구하고 있는 선택과 집중, 혁신과 글로벌화에 우리 기업이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경제 발전과 함께 새로운 시장이 생긴다. 이 때문에 다양한 사업을 개척하고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고, 이러한 기업 환경을 기반으로 그룹 형태의 기업을 이끌어나갈 수 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는 시장이 성숙돼 있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경쟁력을 가진 사업만이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기업은 우선적으로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그룹 형태의 기업은 저성장 시대에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전문화된 기업만이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에 우리 기업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은 경쟁력을 가진 사업을 선택해서 과감하게 이 사업에 집중하는 것이다.
경쟁력을 가진 선택된 사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의 한정된 자원을 혁신과 글로벌화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혁신을 통해서 해당 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더 나아가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혁신은 마이클 포터 교수가 이야기했듯이 새로운 기술(new technology)과 새로운 방식(new ways of doing things)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한 혁신도 의미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여러 가지 방식들을 새롭게 시도해봄으로써 혁신을 이뤄내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다시 말해 저성장 시대의 혁신은 연구 개발 부문의 구성원만의 혁신이 아니라 전사 구성원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혁신에 참여해 새로운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서 고객 가치를 제고함은 물론 지속적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 고객 가치를 제고하고 동시에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방안이 글로벌화다. 글로벌화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내 고객 가치를 높이는 한편 저렴한 자원을 활용함으로써 원가도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글로벌화를 통해 고객 가치 제고와 비용 절감을 위한 규모의 경제를 창출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은 글로벌화를 위해 새로운 시장에 관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따라서 저성장 시대에는 급격한 글로벌화보다는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새로운 시장부터 순차적으로 진출하는 점진적 글로벌화가 의미 있다. 이러한 점진적 글로벌화를 통해 기업 구성원이 해외시장을 스스로 탐색하고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마인드셋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당수의 우리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고 성장 또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나 구조조정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조정의 지연은 저성장 시대를 맞이한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이 저성장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그리고 혁신과 글로벌화를 위한 혁신적, 사전적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만 지속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 기업가 정신이 강한 기업은 저성장 시대의 위기에서도 감춰진 기회를 찾아낼 수 있다.
/이코노미조선 9월21일자(167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