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 삼성]⑮ 한달 사이 2조원어치 자산 매각...실탄 확보해 크게 베팅할 듯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6.09.19 08:49 | 수정 2016.11.01 06:58

    샤프 지분 매각 → 11세대 LCD 건너 뛰겠다
    램버스 지분 매각 → 차세대 D램에 집중
    한달 사이에 2조원어치 자산 매각...크게 베팅할 실탄 마련한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결정과 함께 삼성전자가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 전략에 변화를 주고 있다. 액정표시장치(LCD), 반도체 등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투자를 재정비한 ‘실탄’을 미래 사업에 집중시켜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잇단 사업 재편과 효율화 작업을 통해 모은 실탄을 바탕으로 ‘대형 베팅’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러스트 = 이진희 디자이너
    18일 삼성전자는 ASML의 지분 3%의 절반인 1.5%(630만주), 시게이트의 지분 4.2%( 1250만주), 램버스의 지분 4.5%(480만주)을 모두 정리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일본 샤프 지분 0.7%(3580만주)를 전량 매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지분 매각으로 삼성전자가 손에 거머쥐는 현금은 1조원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지난 12일에는 프린터사업부를 HP에 10억5000만달러(약 1조1823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한달 사이에 2조원어치의 자산을 팔아치운 것이다.

    우선 삼성전자가 사실상의 투자 철회를 발표한 ASML은 반도체 공정의 핵심장비인 노광기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장비 기업이다. 10나노 이하의 차세대 미세공정을 구현할 수 있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 기술을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다. 이 장비는 한 대당 가격이 1000억원에서 최대 수천억원을 호가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2년 인텔, TSMC 등과 비슷한 시기에 ASML 지분을 매입했다. 사실상의 독점 업체인 ASML과 원활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ASML의 EUV가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생산성, 수율 개선 속도가 낮다는 판단을 내리고 추가 투자 대신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ASML 지분 매각으로 삼성이 확보하는 현금은 6000억원대로 알려졌다.

    이재용(오른쪽) 삼성전자 부회장이 작년 7월 선밸리콘퍼런스에서 로웰 맥애덤 버라이즌 CEO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블룸버그
    삼성전자는 미국의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스토리지 전문 기업체인 시게이트의 지분도 모두 매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1년 스토리지(HDD) 사업을 시게이트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시게이트의 지분 일부를 취득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HDD의 대안으로 꼽히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또 특허괴물로 알려진 미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램버스의 지분 4.5%(480만주)도 전량 매각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특허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램버스 지분 9%를 취득한 바 있으며 2011년 풋옵션으로 램버스에 4.5%를 매각한 후, 이번에 잔여 지분을 매각했다.

    램버스는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D램의 원천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램버스의 지분 관계가 정리된다는 것은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차세대 D램을 포함한 미래형 메모리 사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과 관련이 깊다"고 해석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샤프 전체 지분의 0.7%에 해당하는 주식 3580만 주를 전량 매각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매각한 주식은 약 46억 엔, 한화로 506억원어치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고성능 LCD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 샤프에 104억 엔을 쏟아부으며 5대 주주의 자리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3년 만에 샤프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대신 삼성전자는 중국의 TCL 그룹의 11세대 LCD 투자에 나섰다. 이 회사의 신설법인 지분 9.8%를 취득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11세대 LCD에서 자체 라인 투자는 건너 뛰고 중국 업체 지분 투자를 통해 물량만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스토리지, 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삼성이 강점을 나타내온 하드웨어 분야에서의 투자를 재정비하는 한편 소프트웨어, 기업간거래(B2B),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등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 2014년 이후 IoT 플랫폼 개발업체인 스마트싱스,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 클라우스 서비스 업체 조이언트, 그리고 고급 빌트인 가전 브랜드 데이코 등을 사들였다. 지난 7월엔 자동차 전기장비 사업 확대를 위해 세계 전기차 1위 업체인 중국BYD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또 삼성전자는 피아트크라이슬러 그룹의 자동차 부품 부문을 30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사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인수 협상이 성사되면 삼성전자의 해외 인수합병 사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된다. 하지만, 이 건은 협상이 지지부진한 걸로 알려져 성사 가능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보를 갤럭시노트7 리콜과 관련해 보는 시각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리콜을 시작하자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른 기술 회사의 주식을 팔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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