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내진 설계는?…건축물 내진 설계 어디까지 왔나

조선비즈
  • 우고운 기자
    입력 2016.09.14 06:06

    내진 설계 비율 세종 울산 경남 순으로 높아
    부산 대구 서울 내진 비율 25~27%대로 저조

    경북 경주에서 지난 12일 진도 5.8의 갑작스런 지진이 발생한 뒤로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 국내 건축물의 내진 설계 기준은 어떻게 되고, 그동안 적용됐던 내진 기술은 어떻게 발전해 왔을까.

    내진 설계란 지진에 견딜 수 있는 구조물의 내구성을 말한다. 지진이 일어나면 상하 진동보다 좌우 진동이 일어나므로 이런 수평 진동을 견디게 건축물 내부의 가로축을 튼튼하게 만들어 건축물을 강화하는 것이다.


    조선일보 DB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이전까지 지진 발생이 적고 시공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 등으로 내진 설계를 하지 않았다. 1988년이 돼서야 건축물 개정을 통해 국내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처음 도입했다. 이후 적용대상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내진 설계가 처음 도입된 1988년만 하더라도 모든 건물에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6층 이상, 10만㎡ 이상 건축물에 한해 내진 설계가 적용됐다.

    이후 1995년에 5층 이상 아파트, 총 면적 1만㎡ 이상 건축물로, 2005년에 3층 이상 1000㎡ 이상 건축물로 기준을 점점 넓혔다.

    2008년 이후부터는 3층이나 높이 13m 이상의 건축물과 연면적 500㎡ 이상인 건축물에 적용 중이다.

    국토부령으로 정하는 지진구역 내 건축물과 국가적 문화유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미술관과 박물관 등은 진도 6.0~7.0 지진에 대응할 수 있는 내진 설계를 해야 한다. 2008년에는 ‘지진 재해 대책법’도 제정하면서 기존 시설에 대한 내진 보강을 시작했다.

    내진 설계 기준을 적용할 때 진동의 세기를 측정하는 ‘진도’와 관련된 규정도 변화해왔다.

    1988년 내진 설계 관련 기준을 처음 적용할 때 토목분야는 리히터 지진계 6.0 내외에, 건축분야는 진도 5.5~6.5를 견딜 수 있도록 규정을 만들었다. 모든 건물이 진도 6~7 수준을 견디도록 내진 설계 규정을 바꾼 것은 2005년이 돼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지어진 신축 건축물은 대개 진도 6.0 이상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건축물과 내진 설계 기준이 적용되지 않은 낮은 소형 주택 등은 지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건축물 용도별 내진율 현황. /서울시 제공
    실제로 서울시가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학교, 의료시설, 공공업무시설 등 전체 건축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건축허가를 받은 신규 건축물 143만9547동 가운데 건축법상 내진 설계를 해야 하는 건축물은 47만5335동으로, 내진 설계 비율이 33%에 그쳤다.

    전국 건축물 698만6913동 중 내진 확보가 된 건물은 47만5335동으로 6.8%에 불과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내진율은 83%가 넘어 양호하지만, 중소 규모의 건축물 가운데 내진 설계가 반영된 건물은 극소수에 그쳤다.

    지자체별 내진 설계 현황을 살펴보면, 내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세종(50.8%), 울산(41%), 경남(40.8%) 순으로 나타났다. 내진 설계가 가장 저조한 곳은 부산(25.8%), 대구(27.2%), 서울(27.2%)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지진 사태로 앞으로 건축허가를 받은 모든 건축물에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 재건축 건축물에도 내진 설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991년 첫 입주를 한 분당 등 수도권 1기 신도시는 현행 내진 설계 기준이 도입되기 이전에 사업 승인을 받아 대부분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민수 연구위원은 “특히 1970년~1980년대 저층 건물 대부분을 차지하는 노후 빌라와 연립 등 조적조 건축물은 지진에 취약하다”며 “일본에서도 저층 건물의 지진 피해가 더 심각하다는 점에서, 저층 건물에도 내진 설계를 서둘러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건물의 40%가 조적조 건축물로, 이 중 20년 이상 된 건축물이 80%에 달한다.

    정부에서도 지진방재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올해 5월 서울청사에서 열린 총리주재 ‘제9차 국민안전 민관합동회의’에서는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현행 3층 이상 또는 연면적 500㎡ 이상에서 2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또 지진에 취약한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 대상을 현행 연면적 500㎡ 미만 1~2층 건축물에서 건축 당시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아닌 기존 건축물 전체로 확대하고, 건폐율과 용적률 기준도 완화할 것을 논의했다.

    국토부는 최근 ‘건축구조 기준’을 개정해 칸막이 벽체와 유리 등 하중을 받지 않는 비구조 요소에 대한 내진 설계 기준도 강화했다. 병원과 학교, 도서관 등 복도의 사용 하중도 1㎡당 300㎏에서 400㎏으로 강화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진을 계기로 앞으로 내진 설계 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기존 건축물의 내진 보강을 위해 보상안을 마련하는 등 정부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나라가 지진에 안전하다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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