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새 전략 스마트폰 'V20'을 공개하고 삼성전자·애플과의 하반기 프리미엄 폰 경쟁에 뛰어들었다. V20은 오디오와 카메라 성능을 전문가용 장비에 맞먹는 수준으로 대폭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7일 서울 양재동 LG전자 서초R&D캠퍼스에서 열린 발표회에서 스마트폰 총괄 조준호 사장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소비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는 오디오와 카메라에 있다"며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 V20은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멀티미디어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작년 2분기부터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다. LG전자는 V20을 성공시켜 실적 반전(反轉)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V20은 이달 말 한국을 시작으로 세계시장에 출시된다.
◇오디오 등 멀티미디어 기능 대폭 강화
LG전자는 발표회장에 V20과 자사(自社) 보급형 스마트폰을 나란히 놓고 같은 음악 파일을 비교해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덴마크 오디오회사 뱅앤올룹슨과 함께 만든 V20의 이어폰을 귀에 꽂자 가수의 목소리와 현악기의 울림이 일반 스마트폰보다 또렷하면서도 풍성하게 들렸다. 이는 V20이 CD(컴팩트디스크)보다 음향 정보가 16배나 많은 고용량 음원도 정보 손실 없이 재생하는 기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애초 고품질·대용량으로 제작되지 않은 일반 음원도 음향 정보를 증폭해 더 좋은 음질로 들려준다"고 말했다.
카메라는 전문가용 렌즈 교환식 카메라(DSLR) 못지않을 정도로 성능이 강화됐다. 전작(前作)인 V10이 넓은 범위를 촬영하는 광각 렌즈를 제품 앞쪽에만 사용한 것과 달리 V20은 앞·뒤 모두 광각 카메라를 탑재했다. 걸어가면서 동영상을 찍어도 흔들리지 않도록 보정 기능을 넣었고, 영상을 찍을 때 대상이 움직이면 초점이 자동으로 따라가도록 했다.
5.7인치 크기의 주(主)화면 위쪽에는 소형 보조 화면이 달렸다. 여기엔 날씨, 날짜, 배터리 잔량, 문자 알림 등과 같이 이용자가 자주 확인하는 정보를 표시해준다. 굳이 오늘 날짜를 확인하려고 주 화면을 켤 필요가 없는 것이다. 보조 화면 역시 전작인 V10보다 밝기를 높이고 글자는 키워서 정보가 눈에 잘 띄도록 했다.
제품 뒷면은 알루미늄을 사용해 견고한 느낌을 주면서도 양옆이 둥글게 처리돼 손에 부드럽게 잡힌다. 떨어뜨렸을 때 충격을 많이 받는 위·아래쪽엔 자동차 경주용 헬멧 등에 쓰이는 소재를 사용했다.
LG전자는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도 V20 공개 행사를 열었다. 애플 아이폰7 발표에 하루 앞서 애플의 본거지인 샌프란시스코에서 V20을 공개해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정면승부를 하겠다는 뜻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시넷은 V20에 대해 "멋지고 현대적인 느낌의 이 제품은 당신을 사진, 영상에서 록스타처럼 보이게 해줄 기능으로 무장했다"고 평가했다.
◇"좋은 타이밍에 나와 탄력받을 것"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V10, G5 등이 잇따라 흥행에 실패하면서 최근 5분기 동안 누적 5321억원의 적자를 냈다. LG전자 입장에선 V20을 반드시 성공시켜 올 하반기 적자 폭을 최소화하고, 내년 초 'G6' 출시 때까지 상승세를 이어가야 한다.
V20은 하반기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갤럭시노트7,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7과 경쟁을 앞두고 있다. 세계 1·2위의 삼성·애플보다 브랜드 인지도가 부족한 LG전자로선 쉽지 않은 싸움이다. 하지만 현재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LG에 유리하게 형성되고 있어 해볼 만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는 "삼성전자는 노트7 배터리 폭발로 대규모 리콜을 선언했고 새 아이폰에 대해서는 '혁신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유리한 시점에 공개된 V20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LG전자는 외부 상황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제품 성능으로 정면 승부를 걸겠다는 입장이다. 조준호 사장은 "(노트7 리콜 등이) 호재가 될지는 알 수 없다"며 "V20이 강점을 지닌 음향, 카메라 기능에 대해 고객들의 관심이 커지는 현재 시장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