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더 열전]⑦ '다윗의 반란' 배기식 대표 "실리콘밸리에서 본 SW 물결, 리디북스에 담으려고 노력했다"

입력 2016.09.05 15:49 | 수정 2016.09.07 10:18

“고객이 전자책을 이용하려는 그 순간은 모든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기 직전인데, 그 가장 예민한 시간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어떤 고객이 이용할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용자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2016년 7월 기준 서비스 중인 도서 권수 53만8727권. 제휴 출판사 수 1837곳. 누적 책 다운로드 건수 1억건. 이 회사는 교보문고도 예스24도 인터파크나 알라딘도 아니다. 오프라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라는 든든한 배경 하나 없이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리디북스가 창업 8년만에 이룬 성과다. 도서 유통의 골리앗들이 내놓은 전자책 서비스에 실망한 마니아들이 옹기종기 둥지를 튼 곳이 리디북스다.

2009년 리디북스 서비스가 출범한 후 8년째 리디북스를 이끄는 배기식 대표(CEO)를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 있는 리디북스 본사에서 만났다. 회의용 테이블과 화이트보드만 놓여 있어 회의실인 줄 알았던 장소가 그의 집무실이었다. 통유리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CEO’라고 써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노트북과 태블릿 PC, 전자책과 전자노트만이 놓여 있었다. 화려하지 않은 공간이었다. 오로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처럼 보였다.

그에게 창업 8년 만에 국내 최다 제휴 출판사와 최다 도서를 보유한 전자책 회사가 된 과정과 비결을 물었다. 배 대표는 창립 35년 된 전통강호 교보문고 등과 맞붙을 수 있었던 것은 ‘소프트웨어의 힘’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리디북스는 매년 평균 70%씩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약 3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약 186억원) 대비 1.7배 성장했다. 다음은 배 대표와의 1문 1답.

배기식 리디북스 CEO는 2개 풀어진 셔츠의 단추에서 경직되지 않은 사고를, 짧게 자른 머리와 걷어붙인 셔츠 소매에서 일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사람이었다. /김범수 기자
― 왜 창업을 선택했나. 또 전자책 사업에 도전한 이유가 있나.

“창업하기 전인 2000년대 중반 삼성전자에서 벤처회사에 투자하는 일을 담당하는 투자팀 소속으로 일했다. 당시 삼성벤처아메리카(SVA)라는 미주 법인 벤처캐피털과 협업하며 실리콘밸리를 직접 경험했다. 당시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가 실리콘밸리를 주목하던 시절은 아니었다. 구글 정도 알려지던 시점이었다. 현재 SVA는 많이 커졌을 것이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리콘밸리 기업의 투자와 인수를 활발하게 한다.

당시 삼성이 투자해줄 수 있다고 하니 모든 회사가 만나줬다. 덕분에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어떻게 성장 동력을 만드는 것인지 살펴보게 됐다. 그때 느꼈다. 2006~2007년 소프트웨어라는 큰 물결이 일고 있다는 걸 말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됐고 아마존은 전자책 단말기 킨들을 내놓았다. 깊게 고민하지 않았는데도 보였다. 소프트웨어가 인터넷과 만나면 혁신이 나오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2008년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 사업 아이템을 정해놓고 회사를 그만둔 것이 아니네.

“그렇다. 지금도 ‘인터넷 + 소프트웨어’로 효율화할 수 있는 게 많다고 생각하는데, 그때는 더 많았다. 뭐든 한 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삼성전자를 그만뒀다. 한국 나이로 서른 살이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식이었다. 아무것도 무서울 게 없었다. 일단 그만두고 한 번 기회를 찾았다. 대학 동아리 후배 2명도 설득했다.

멀쩡한 직장 다니던 후배까지 3명이서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웹툰 사업도 고민했다. 전자상거래(e-commerce)쪽 사업기회는 없을까도 생각해봤다. 웹툰 작가를 많이 만났다. 50명 정도. 근데 이쪽은 네이버가 꽉 잡고 있더라. 전자상거래 분야에선 신세계, 롯데, G마켓이 강자였다. 6개월 이상 시간을 보냈다. 당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많이 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 힘들었다.

만화와 이커머스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게 지금 하는 전자책이다. 콘텐츠는 많은데 디지털화가 안돼 있구나 싶었다. 엄청난 떼돈을 벌어보자고 시작한 게 아니라 종이책을 디지털화하면 사람들이 읽기 편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편하게 읽고 더 싼 가격으로 서비스 해 보자고 마음 먹은 것이다.”

― 창업한 후 어려운 점은.

“잡상인 취급받는 일이 다반사였다. 출판사 사장님들은 전자책 시장을 잘 모르시니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전자책을 이해하지 못하시니 출판사 직원 중 젊고 똑똑한 직원에게 열심히 설명하기도 했다. 계속 설득하며 다녔는데,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그때 저는 거의 영업사원이었다. 리디북스와 계약한 출판사가 200곳 넘을 때까지는 실무를 도맡아 했다. 그 과정에서 나름의 업(業)력을 쌓았다. 출판사와 콘텐츠 세계를 이해했다.

지금 출판사 약 1800곳과 일을 하고 있다. 출판사는 개인이 아니다. ‘이런걸 할테니 모입시다’ 해서 모이는 사람들도 아니다. 협의, 설득할 것도 많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자료들 데이터베이스를 공개해야 하니까 서로 신뢰가 쌓여야 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가장 힘들 때는 3년 전쯤이었을 것이다. 2013년 전자책 사업자가 30개나 됐다. 대형 서점은 물론 삼성전자, SKT, 네이버까지 전자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실제로 한 출판사 사장님이 전자책 업체와 도장을 찍은 30장의 계약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다 우리보다 큰 회사였다. 유명하고 돈도 많았다. 대표로서 나도 고민했다. ‘이게 이길 수 있는 게임일까’하고 말이다.”

― 실제로 오프라인에서는 교보문고, 온라인에서는 예스24의 아성이 높다. 네이버 파워도 상당하지 않나.

“30개 회사를 쭉 살펴봤다. 리디북스처럼 고민을 많이 회사는 많지 않았다. 전자책 시장이 뜰 것 같으니까 뛰어든 업체들이 많았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경쟁이 많다는 건 이 분야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소프트웨어를 더 좋게 만드는 데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소프트웨어라는 방향이) 틀리면 망하는 거고 아니면 잘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철저하게 고객 입장, 쓰는 사람 입장에서 쾌적하게 쓸 수 있게 소프트웨어를 다듬었다. 투자를 받아서 좋은 사람을 모셔오고 계속 키우는 식이었다. 지금 봐선 잘했다고 본다.”


숫자로 보는 리디북스. /리디북스 제공
― 소프트웨어에 투자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교보문고의 핵심 역량은 매장관리다. 예스24나 알라딘의 핵심 역량은 물류와 유통이다. 전자책 사업을 하면 할수록 소프트웨어의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리디북스는 소프트웨어를 사업의 본질로 정의를 내렸다.

주문하면 상품이 오고, 사실 물건 받고 나면 똑같은데, 이걸 빨리 편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이건 업의 본질 자체가 소프트웨어라는 뜻이다.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중요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기기별로 운영체제(OS)가 다른데, 이걸 다 지원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는 이게 회사의 핵심 역량이라고 생각하고 투자를 엄청했다. ‘난다 긴다’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데려오는 데 힘썼다. 이런 게 리디북스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연결지성포럼] 배기식 리디북스 대표, “400만 다운로드의 비결” <2013. 4. 29>

배기식 리디북스 CEO가 자사 전자책을 살펴보고 있다. /리디북스 제공
―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있으면 서비스 품질이 달라지나.

“그렇다. 좋은 예가 맥북이다. 리디북스에서 제공하는 전자책은 맥북에서도 편하게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리디북스만 맥북에서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어느 업이든 간에 핵심사업을 정하고 가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운도 따랐다. 리디북스를 2009년 12월쯤에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그해 11월 아이폰이 처음으로 출시됐다. 굉장히 좋은 타이밍이었다. 시작하자마자 고객을 많이 확보했다. 당시 전자책 시장에서 교보문고가 선두주자였고 웅진, 북큐브 등도 덩치가 컸다. 리디북스는 5번째 정도였다.”

― 책을 좋아하나.

“책, 영화 등 콘텐츠를 좋아한다. 내가 직접 책을 읽고 느낀 게 서비스로 반영된 부분도 많다. 고객들이 불만 사항을 전달하면 대표인 나부터 아르바이트하는 직원까지 모두 직접 전화 받고 메모해서 회의한다. 하루에 두 번씩 매일 했다. 야근도 많이 했다. 욕투성이인 이메일도 많이 받았다. 그런 불만을 놓치지 않으려고 고민을 많이 했다. 여전히 고객한테 100% 만족을 주지 못하는 데,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주니 고객이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2013년 조선비즈 연결지성센터에서 강연 중인 배기식 대표의 모습. /조선비즈DB
― 특별한 경영 철학이나 철칙이 있나.

“고객한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이 마음가짐을 갖고 일을 하는 조직과 아닌 조직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돈을 벌 거나 성공해야겠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우리가 이렇게 먹고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준 고객들과 콘텐츠 업체에 유의미한 서비스가 돼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다. ‘Must Use(반드시 사용해야 할)’라는 게 리디북스의 캐치프레이즈다. 리디북스를 창업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직원도 늘었는데, 결국 중요한 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일하는 것이더라. 거기서 승부가 난다. 대표나 직원이나 아르바이트나 마찬가지다.”

― 초기 열정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매일 퇴근 시간 직전에 그날 하루 동안 리디북스에 들어왔던 칭찬이나 비판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다 모아서 전 직원한테 메일로 보낸다. 다음날 전 직원은 출근 후 전날 보낸 메일에서 3~5개를 뽑아 서로 의견을 나눈다. 전 직원이 100명 정도 되는데, 매일 각 층에서 진행한다. 진행자도 있다. 비판과 칭찬 등을 매일 공유하며 수년을 보내니, 조금씩 고객이 원하는 바를 알 수 있게 됐다.

사내 전자 게시판에서도 칭찬과 비판 모두 띄워 놓는다. 직원들이 팀장이나 사장 말을 듣고 눈치 보며 일하는 게 정말 나쁜 문화라고 생각한다. 고객에게 칭찬 받는 것이 ‘진짜 칭찬’이고 고객에게 욕먹는 것이 ‘진짜 욕’먹는 것으로 생각해 이런 환경을 만들었다.

회사에서 어떤 일을 추진할 때는 직원들이 우리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이해 못 하는 상황이 별로 없다. 이런 방법 덕분에 대표인 나 역시 독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없다. 무엇을 해보자고 하면 전 직원 모두가 진심으로 한번 해보자는 마음이 생겨 일을 추진한다.”


리디북스 제공
―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관심은.

“물론 많다. 출판사 등 콘텐츠 제작자들도 우리 고객인데, 리디북스는 콘텐츠 제작자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령 27세 남성이 리디북스에서 콘텐츠를 구매했다면 콘텐츠 제작자는 어떤 남성이 몇 시 몇 분 몇 초에 안드로이드 폰에서 어떤 책을 샀다는 정보를 제공해준다. 그래픽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데이터들이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힘이 된다

리디북스가 2년 전부터 베타 버전으로 만들고 있는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이 고도화하면 인공지능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기대했던 것보다 질보다 떨어져서 정식으로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리디북스는 누가 책의 어떤 부분, 어떤 내용에서 독자들이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려고 고민하고 있다. 그 고민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만들어서 독자들이 재미있게 읽는 것을 파악하려고 한다.

예전 콘텐츠 공급 방식이 도박처럼 있는 패를 던져놓고 기다리는 거였다면, 리디북스는 역으로 콘텐츠 과정을 엔지니어링 해서 이 콘텐츠가 왜 재밌는지 분석한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이번에 리디북스와 조선비즈가 손잡고 조선비즈 독자에게 책과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기로 했다. 뉴스 제작자와의 협업이다.

“뉴스 콘텐츠 제휴를 요청받은 적이 있지만, 실제로 뉴스 콘텐츠 사업자와 손을 잡은 건 조선비즈가 처음이다. 조선비즈의 독자를 리디북스의 고객으로 맞이한다고 생각하니 살짝 긴장도 된다. 구체적인 협업 방식은 조선비즈와의 논의를 거쳐 곧 공개할 예정이다.

크게 보면 모두 콘텐츠 사업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콘텐츠 소비 방식이 지금과 같진 않을 것이다. 리디북스는 변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좋은 내용과 편리한 사용은 변하지 않는 소비자 욕구다. ”

―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PAPER)도 만들었다. 직접 제작했나.

“페이퍼는 OEM(주문자상표부착) 방식으로 중국에서 만든다. 리디북스 직원들이 단말기를 만들기 위해 중국으로 4박 5일 출장을 자주 갔다. 거기서 고생도 많이 했다. 작년 한 해 중국에서 쓴 호텔비만 1억원이 넘을 정도다. 중국 공장 생산라인에 같이 앉아서 땜질도 같이 해보고, 불량이 나오면 같이 고민했다.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단말기 안에 들어가는 펌웨어나 미들웨어도 협력사와 같이 고민했다. ‘한번 잘 만들어 놓은 채로 계속 간다’식이 아니고 단말기를 계속 업그레이드해나가는 역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년 10월 5일에 페이퍼를 출시했다. 당시보다 현재 소프트웨어가 많이 좋아졌다.”

― 앞으로도 전자책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고 보나.

“리디북스는 매출 기준으로 연평균 7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액은 50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종이책 독자 100명 중 30명이 전자책을 읽는다. 한국은 아직 3%에 그친다. 한국 전자책 시장이 앞으로 충분히 더 커질 수 있다.”

― 향후 목표는.

“리디북스는 처음 종이책에 있는 내용을 디지털화하는 것을 주 업(業)으로 했다. 최근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 넷플릭스와 같은 영화 콘텐츠에 돈을 내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콘텐츠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리디북스는 IT 혁신 콘텐츠 테크 회사를 꿈꾼다. 넷플릭스가 모델이다.”


리디북스의 전자책 단말기 페이퍼(PAPER). /리디북스 제공

<배기식 리디북스 CEO 프로필>

-1979년 출생
-1998년 경기고등학교 졸업
-1999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입학
-2006년 서울대 전기공학부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
-2008년 삼성전자 퇴사
-2008년 리디북스 창업
-2009년 12월부터 리디북스 서비스 출범

[알립니다] 리디북스 '페이퍼'로 통하는 조선비즈k2.0 서비스를 11월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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