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 찾는 전통 시장 만든다'…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상생 협업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6.09.01 09:23 | 수정 2016.09.01 09:27

    “이렇게 젊은 사람이 많은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어. 이제 장사 좀 잘 됐으면 좋겠네.”

    8월 31일 충청남도 당진시 당진전통시장은 축제 분위기였다. 파리만 날렸던 과거와 달리 이날 시장엔 대학생들, 아이 손을 잡은 젊은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상인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당진 어시장 현대화 건물 전경. /윤민혁 기자
    한동안 비어 있던 신축 현대화 어시장 2층에 이마트 노브랜드 전문점이 들어선 덕이다. 1층에선 어시장이 영업하고, 2층에선 이마트가 공산품을 판매한다. 아이들을 위한 ‘희망 장난감 도서관’도 자리 잡았다. 부모들이 아이를 맡기고 편히 장을 볼 수 있게끔 한 배려다.

    전통시장 내부에 대형 유통업체가 들어선 것은 2010년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된 후 처음이다. 일부 전통시장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를 반기지 않았다. 신선식품 소비자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당진시장에서도 상인들의 반발이 있었다. 하지만 이마트가 매장에서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등 ‘상생(相生)’ 방안을 내놓자 지역 상인들도 마음을 바꿨다.

    김수완 이마트 CSR담당 상무는 “신선식품을 제외했기에 수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매출 목표는 17억원”이라며 “수익보단 상생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당진 어시장 내부. 현대화 이후 찾는 손님이 적어 울상이었다. /윤민혁 기자
    당진시장은 1973년 개장했다. 상설시장과 함께 5일장을 운영한다. 1980년대 중반까지 성황이었으나 그 후 쇠락했다. 2015년 6월 시장 현대화 작업으로 도약을 노렸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1층엔 어시장 상인들이 자리 잡았으나 2층은 운영 주체를 찾지 못해 반쪽 영업을 해왔다.

    청과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어시장이 현대화 건물로 분리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사람이 찾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시장을 찾은 31일 역시 장날이었음에도 노브랜드 매장 개장 시각 전까진 한산했다. 어시장 상인들도 현대화 건물로 이전한 후 손님이 더 적어졌다며 울상이었다.

    정제의 당진전통시장 상인협회장은 “어시장 현대화 이후 한 점포에 하루 10~15명 정도의 손님밖에 찾지 않는다”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어떻게 젊은 층을 유인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이마트가 신선식품을 제외하는 배려를 보여 입점이 성사될 수 있었다. 장난감 도서관 등을 홍보해 시민들의 발길을 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 노브랜드 입점은 시장 상인과 당진시 지역경제과가 요청해 이뤄졌다.

    노브랜드 옆에 들어선 희망 장난감 도서관엔 아이와 함께 온 부모들의 발길로 인산인해였다. /윤민혁 기자
    노브랜드 입점 덕분인지, 이날 오후 시장에는 젊은 소비자가 많이 보였다. 1층 어시장에서 아이를 안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던 주부들은 “당진에는 장을 보며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며 “그동안 전통시장에서 장을 본 적이 없었는데 이제부턴 자주 찾게 될 듯하다”고 말했다.

    개강을 맞은 대학생들도 보였다. 인근에 위치한 신성대학교 학생들은 “당진 대학생들은 모두 자취하거나 기숙사에 산다”며 “그동안 생활필수품 구입이 쉽지 않았는데 자주 찾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 학생은 “노브랜드는 원래 이렇게 싸냐"며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장을 보러 온 인근 대학교 학생들은 박스 가득 먹거리를 사갔다. /윤민혁 기자
    당진은 젊은 층 인구 비율이 높은 도시다. 30~40대 비중이 전체 인구의 32.1%에 이른다. 인구는 10년째 계속 늘고 있다. 인근 제철소 등에서 일하는 직장인과 가족들 덕분이다.

    하지만 당진시엔 대형 마트가 하나뿐이어서 시민들의 불편이 컸다. 당진시장 근처에 산다는 한 시민은 “기존 대형마트까지 차로 15분 거리다. 아이가 어려 매번 택시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 게 고역이었다”고 말했다.

    당진시와 이마트는 앞으로 꾸준한 협업을 통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도모할 계획이다. 당진시는 주차 시설 확충, 간판 정비 등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모들이 많이 찾는 ‘당진 맘카페’와 연계한 홍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시장과 연계한 사은품 행사를 비롯해, 장기적으로 시장 상인들을 위한 컨설팅과 구매 채널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김홍장 당진 시장을 비롯한 내빈들. /이마트 제공
    이갑수 이마트 대표는 “노브랜드는 가공제품 위주로 상품을 개발해왔기 때문에 지역경제와의 상생에 최적의 브랜드라 판단했다”며 “전통시장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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