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제품에 활용 잇따라]
옥수수·사탕수수·콩 등 녹말, 물에 용해한 뒤 압축해 만들어
일정 시간 지나면 미생물이 분해
우유 단백질 '카제인' 이용한 먹을 수 있는 식품 포장재 개발
이산화탄소 화합물 활용하기도
◇썩고 분해되는 플라스틱
과학 전문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3억t에 이르는 플라스틱이 생산됐다. 팀 로지 미국 미네소타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엄청난 양도 문제지만 대부분이 일회용품인 게 더 큰 문제"라며 "포장재는 86%가 단 한 번만 사용된 뒤 버려진다"고 말했다. 실제 비닐봉지 같은 플라스틱은 최소 수백년에서 1만년까지 썩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법도 여기에 있다. 썩거나 스스로 분해되는 플라스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과학자와 기업이 매달리고 있는 분야는 옥수수·사탕수수·콩 등으로 만드는 '바이오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여러 사슬로 이어진 '고분자' 구조를 갖고 있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식물 속 녹말을 물에 용해시킨 뒤 압축해 플라스틱처럼 다양한 형태로 만든다. 성질은 플라스틱과 비슷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물과 이산화탄소가 된다.
미생물을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에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상엽 한국과학기술원(KAIST) 특훈교수는 지난 3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작, 대장균이 식물 성분을 먹고 플라스틱을 생산하게 했다"고 발표했다. 이 교수는 "대장균의 유전자를 조절하면 다양한 기능성 플라스틱을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차형준 포스텍 교수는 지난달 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물과 반응시켜 플라스틱의 원료인 탄산화합물을 만들어냈다. 차 교수는 "탄산화합물은 인공뼈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대체물질 연구도 활발하다. 미국 농무부 동부지역 연구센터는 21일(현지 시각)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을 이용해 잘 분해되면서 먹을 수도 있는 식품 포장재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유에서 추출한 카제인에 레몬과 라임 껍질 등에서 추출한 탄수화물인 펙틴을 섞어 투명한 필름을 만들었다. 이 필름은 산소를 거의 투과시키지 않기 때문에 식품 변질을 막을 수 있다. 연구팀은 3년 내에 이 포장재를 실제 식품 포장용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이런 연구 성과는 실제 산업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코카콜라와 펩시 등의 음료 기업들은 바이오 플라스틱을 음료수병에 30%가량 섞어 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4년부터 TV와 가전 액세서리 포장재로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자동차 업체 포드는 차체에 바이오 플라스틱을 사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면서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아예 바이오 플라스틱 제조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하는 업체도 있다. 국내에서는 CJ제일제당과 SK케미칼이 대표적이다. 유럽 바이오플라스틱협회는 최근 "2025년이면 바이오 플라스틱이 전체 플라스틱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며 "자동차부터 가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존 플라스틱을 모두 대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바이오 플라스틱은 쉽게 분해되지만, 강도가 기존 플라스틱보다 약하기 때문에 활용 분야가 제한적"이라면서 "대장균을 이용한 플라스틱은 의료용 등 특수한 목적의 플라스틱 생산에 적합하지만 대량 생산 시스템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