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와치]⑧ 정부, 지도 반출 결정 또 연기...책임회피·통상압력설에 여론 악화

조선비즈
  • 김범수 기자
    입력 2016.08.24 20:24 | 수정 2016.08.25 11:49

    정부가 구글의 정밀지도 반출 요청에 대한 답변을 또 미뤘다. 안보 문제와 국내 기업 역차별 여론이 거세진 상황에서 미국의 통상 압박 우려가 있는 사안인 만큼 정부가 신중한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도 반출 불허(不許)로 가닥을 잡았던 정부가 지난 12일에 이어 또다시 정밀 지도 해외 반출을 연기하면서 정부의 책임 회피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구글이 국내법을 무시하고 강하게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데에는 일반인의 반감(反感)이 커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은 구글의 지도 국외반출 신청에 대한 ‘측량 성과 국외반출 협의체’ 회의 후 “추가적인 심의를 거쳐 허용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의체는 처리시한을 60일 연장해 11월 23일까지 결론을 도출할 계획이다.

    협의체 측은 이번 결과 보류를 발표하면서 “안보, 산업 등 제반 사항에 대한 추가 협의를 거쳐 지도정보 반출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정부가 과거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부했던 구글의 정밀지도 해외반출 요청에 대한 결정을 미뤘다. /조선일보DB
    ◆ 불허 가닥 잡던 정부 결론 못 내린 이유는

    24일 오전까지만 해도 지도 등 공간정보업계와 인터넷 업계는 물론 정·관계에서도 협의체가 지도 데이터의 국외반출을 ‘불허’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국가 ‘안보’ 사안이 걸린 만큼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이란 해석이었다.

    실제로 구글이 요청한 5000대 1의 정밀지도가 반출되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방송에서 “정밀 지도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적이 미사일을 쏠 때 오차를 얼마나 줄이느냐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한국에 서버를 둔 국내 업계가 오히려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여론이 뜨거워지고 정밀 지도를 해외로 반출할 경우 국내 공간정보 산업의 생태계가 한 번에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가 터져 나왔다.

    인터넷업계 한 관계자는 “뜨거운 여론이 차분해질 때까지 시간을 끌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통상압력 때문에 우리 정부가 결정을 미뤘다는 해석에도 힘이 실린다. 미국을 의식한 외교부의 우려가 지도반출협의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글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게 국내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해달라며 한국 정부를 다각도로 압박했다. 미국 정부의 측면 지원이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토지리정보원이 책임을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란 해석도 있다. 어떤 결정을 내려도 조만간 있을 국정감사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데 이를 우선 피해보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공간정보분야 한 관계자는 “정책토론회에서 산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듣는 시간을 가졌는데도 정부가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은 무능력한 정부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범준 구글 지도 프로덕트 매니저가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기업이 피해자 코스프레(흉내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진=박정엽 기자
    ◆ 규제 완화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대기업과 한국 정부의 갈등으로 봐야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글의 지도 해외 반출 요구를 규제 완화의 문제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미국 대기업과 한국 정부간의 갈등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구글이 세계 유일의 분쟁국가인 한국의 특수 상황에 대해 존중하지 않고 미국의 권위를 등에 업고 구글만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글은 한국에 서버를 두지 않아 국내 여러가지 법적 제약을 피하고 있다.

    임종인 교수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어떤 기업이 국내에 서버를 두면 고정사업장이 한국에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세금 등 여러 가지 문제를 통제를 할 수 있게 된다”면서 “현재 구글은 유한기업으로 한국 외관법 등에 통제를 받지 않고 매출도 신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6시 정부가 지도 반출 결정을 불허나 허용이 아닌 연기로 결정하면서 인터넷에는 정부와 구글을 질타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아이디 ‘zxcv****’은 “이건 뭐 중국도 아니고 참...내가 살고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가 맞나 싶다”고 말했다. 아이디 ann***은 "국내에 서버두고 국내법 따르면 되는 데, 구글이 국내 안보를 등한시 하고 국내 개인정보법의 통제를 받지않겠다는게 정상인가. 대한민국은 봉인가”라는 글을 남겼다.

    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 논란이 구글세 논란으로 이어지는 등 구글의 행태 전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22일 ‘구글세 논란에 대한 검토와 제언’ 정책 보고서에서 구글에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법인세법 내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한미조세협약 과세기준 변경 등 구글세 징수 정상화를 위한 개선 방안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선동적인 발언이나 무작정 개방을 주장하는 결론으로서 일괄적인 정책으로 매듭지어져서는 안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허용 정책과 그 과정에서의 산업보호, 역차별 방지를 위한 세부정책의 조정과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br>2014년 12월 측량법(현 공간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효돼 지도반출의 허용 여부는 국토부 장관의 승인으로 결정하지 않고 국토지리정보원이 관계부처 위원들을 소집하는 '지도반출협의체'에서 결정한다. 협의체엔 미래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행자부, 산업부, 국정원 7곳의 담당자가 참석한다. 외교부 등의 입김이 들어갈 여지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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