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LG전자·삼성디스플레이·LG화학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중·일 3국의 치열한 기술경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R&D 세액공제율이 축소되고 공제대상이 줄어드는 등 국가 R&D 지원정책이 역행하고 있어, 기업들의 R&D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자동차·전자·철강·화학, 연구개발 투자 ‘공격적’

18일 조선비즈는 국내 20대 주요 제조 기업의 올해 1~6월 매출액 대비 R&D 투자 지출을 분석했다. 전자·자동차·철강·화학 업종 회사들이 R&D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에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에서 직원들이 반도체 공정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3사(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확대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R&D에만 1조55억원을 쏟아부었다. 매출액 대비 2.1% 수준이다. 이 회사는 친환경차,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나서, 지난해 상반기(2.0%)보다 R&D 투자 비중을 늘렸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도 2.9%를 기록, 지난해 상반기(2.6%)보다 높아졌다. 현대모비스의 경우도 그 비율이 1.7%로 지난해 상반기(1.57%)보다 공격적인 R&D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LG전자는 최근 3년간 R&D 투자 비중을 꾸준히 늘렸다.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중이 2014년 상반기 6.2%에서 지난해 상반기 6.4%로 늘어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7.3%까지 올라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주력하면서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을 7.5%로 높였다. 이 회사의 지난해 상반기 R&D 투자 비중은 6.1%였다.

SK하이닉스의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은 12.1%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9.3%)보다 3%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20% 감소했지만, R&D 투자 지출은 예년 수준을 유지한 결과다.

국내 철강업계 쌍두마차인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R&D 투자를 소폭 늘렸다. 포스코는 철강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을 지난해 상반기 1.35%까지 낮췄다가 올 상반기 1.75%로 높였다. 현대제철도 R&D 투자 비중을 지난해 상반기 0.5%에서 올 상반기 0.7%로 높였다.

표=허욱 기자

화학회사인 LG화학(3.23%), 한화케미칼(1.5%)도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0.3~0.5% 확대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을 7.5%를 기록, 2014년과 지난해에 이어 7%대를 유지했다.

◆ 조선 3사, 비용절감 여파...R&D 조세혜택 축소 우려

조선 3사들은 업황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R&D 투자를 비롯한 비용절감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중공업의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은 0.5%로 지난해 상반기와 같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0.5%에 그쳐, 지난해 상반기(0.7%)보다 뒷걸음질쳤다. 삼성중공업의 올 상반기 R&D 투자 비중도 1.1%로 지난해 상반기(1.3%)보다 소폭 줄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의 R&D 투자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우리나라의 기술개발 촉진을 위한 조세지원 제도가 축소 일변도로 흐르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기업의 R&D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은 지난해 3%에서 올해 1%로 낮아졌다. 또 대기업의 R&D 세액공제율은 2013년 3~6%에서 2014년 3~4%, 2015년 2~3% 등으로 축소됐다. 비연구전담부서 직원의 인력개발비는 2014년부터 공제대상에서 제외됐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기업들이 일본을 추격하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R&D 투자 확대가 필수”라면서 “기업의 R&D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세제감면 등의 혜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