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Tech] 녹아버린 초콜릿에서 시작된 전자레인지⋯1초 25억번 전자파 진동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6.08.18 16:00

    아들 : 아빠 전자레인지에 음식물을 넣으면 왜 뜨거워져요?
    아빠 : 응. 전자레인지는 전자파로 음식물을 데우는거란다.
    아들 : 전자파가 왜 음식물을 뜨겁게 하는 건데요?
    아빠 : 음..그건…(잘 모름)

    최근 지인이 아들과의 대화에서 말문이 막혀버린 상황을 가전Tech 취재팀에 제보했다. 전자레인지 구동에 관한 과학적 원리를 기사로 쉽게 설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전자레인지는 가스레인지처럼 불꽃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기 주전자처럼 열선도 없다. 또 음식은 뜨거워졌지만 전자레인지의 문을 열어보면 내부가 그리 뜨겁지도 않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단 몇 분만에 음식물을 데우는 전자레인지가 마치 ‘요술상자'처럼 느낄 수 있다.

    전자레인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퍼시 스펜서 연구원(왼쪽)과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 ‘레이더레인지'의 모습(오른쪽) /투데이파운드아웃닷컴 홈페이지 캡처
    ◆ 전자레인지, 이것만 알면 ‘척척박사'

    ① 녹아버린 초콜렛에서 시작된 ‘전자레인지'

    전자레인지의 탄생은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레이더 제작 업체인 레이시온(Raytheon)에서 근무하던 퍼시 스펜서(Percy LeBaron Spencer)는 레이더 장비에 쓰일 마그네트론을 연구하고 있었다.


    극초단파를 만들어내는 마그네트론의 모습 /위키미디아 캡처
    레이더는 전자파를 발사한 뒤 그 반사파를 측정해 대상물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장치다. 파장이 짧은 고주파를 사용할 경우 가까운 거리에서 정밀한 측정이 가능해진다. 마그네트론은 이런 극초단파의 전자파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2차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고정밀 레이더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그네트론은 1940년 영국 버밍햄 대학의 존 란달 경과 해리 부트 박사가 발명했다.)

    퍼시 스페서는 작동 중이던 마그네트론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 몇 분 후 주머니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 간식을 먹으려고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초콜릿바가 녹아 내린 것이었다.

    스펜서는 초콜릿 바가 금세 녹아 버린 것을 보고, 이것이 마그네트론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옥수수를 넣고 마그네트론의 출력을 높였다. 옥수수가 펑펑소리를 내며 팝콘이 돼버렸다.

    두 번째로 달걀을 이용했더니 달걀이 터져버렸다. 이후 스펜서 연구원은 여러가지 실험을 한 끝에 마그네트론에서 방출되는 극초단파를 수분에 쏘이면 음식물 내 수분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됐다.

    스펜서는 이 발견과 관련해 1945년 10월 8일 특허를 신청했고 레이시온은 1947년 미국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첫 상업용 모델을 발표했다. 이것이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 ‘레이더레인지(Radarange)’였다.

    이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 1.8m, 무게 340kg의 거대한 몸집에 가격도 5000달러로 매우 비쌌다. 이후 개량을 거듭해 현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기의 전자레인지가 보급되기에 이르렀다.

    전자레인지의 원리 /두피디아 캡처
    ② 전자파는 왜 음식물을 뜨겁게 하나

    보통 가정용 전자레인지에는 2.45GHz의 진동수를 가진 전자파가 사용된다. Hz는 진동수의 단위을 말하며 1Hz는 1초에 파동이 1번 진동한 것을 뜻한다. 2.45GHz는 1초에 약 24억5000만번을 진동한다는 의미다.

    전자레인지에 음식물을 넣고 시작버튼을 누르면 마그네트론에서 극초단파의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이 전자파는 음식물을 놓아둔 도자기나 유리, 종이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통과한 뒤 음식물의 수분과 지방, 당과 같은 분자에 흡수된다. 이 과정에서 분자들이 회전을 하면서 서로 밀고 당기거나 충돌하게 되고 운동에너지가 발생하면서 음식물이 데워지는 것이다.

    전자레인지가 음식물을 데우는 원리
    예를 들어 물 분자는 수소와 산소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 수소 원자는 양전하, 산소 원자는 음전하를 띠고 있는 극성분자(전자와 핵의 힘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한쪽으로 끌려가려 성질을 지닌 분자)다. 극성을 띠고 있는 물분자가 전자파를 만나게 되면 빠른 속도로 회전을 하게 되는 식이다.

    흥미로운 것은 꽝꽝 언 얼음의 경우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도 녹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자의 방향과 위치가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냉동고에서 방금 꺼낸 음식물이 전자레인지로 해동되는 이유는 100% 얼지 않았거나, 음식물을 이동할 때 상온의 온도와 손의 체온 등으로 음식물이 녹으면서 물 분자가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됐기 때문이다.

    ③ 전자레인지는 전용용기로 사용해야...금속과 은박지는 ‘위험’

    전자레인지 설명서를 살펴보면 금속으로 만들어진 냄비아 용기 혹은 은박지를 절대로 사용하지 말라는 경구 문구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설명서를 읽지 않거나 까먹는 소비자들도 있는 만큼 일부 제품의 경우 도어(문) 앞쪽에 주의사항 스티커를 부착하는 경우도 있다.

    금속으로 만들어진 용기는 전자파가 통과하지 못하고 오히려 반사를 시킨다. 예를 들어 금속 냄비에 음식물을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음식물이 전혀 가열되지 않는다. 오히려 냄비에 전자파가 반사돼 조리실 내의 금속과 접촉에 의한 마찰이 발생해 스파크가 일어난다. 만약 냄비를 넣고 전자레인지를 사용했다면 빨리 사용정지 버튼을 누르는 것이 좋다.

    전자레인지에 금속을 넣자 스파크가 발생하는 모습.
    은박지 역시 전자레인지에 사용하면 위험한 물건 중 하나다. 은박지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은박지를 사용할 경우 금속 냄비를 사용한 것과 똑같이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또 일반 플라스틱 용기의 경우 열에 의해 녹거나 불에 붙은 염려가 있다. 플라스틱을 비롯해 유기용제(벤젠, 톨루엔, 크실렌 등 물질을 녹일 수 있는 화학물질, 용기 코팅제)와 같은 인공화합물이 된 용기나 포장을 전자레인지에 돌릴 경우 환경호르몬이 배출될 수 있다. 컵라면 가운데 발포 스티로폴을 사용하는 용기는 환경호르몬이 쉽게 빠져 나갈 위험이 있어 전자레인지로 조리하면 안된다.

    전자레인지에 계란을 넣을 경우 폭발할 위험이 있다.
    간혹 음식물을 데울 때 수분의 증발을 막기 위해 비닐랩을 씌우기도 한다. 비닐랩으로 완전히 밀폐 시킬 경우 부풀어 터질 위험이 있으므로 약간의 구멍을 낸 후 조리 해야 한다. 특히 계란은 ‘전자레인지의 폭탄'이라고 불릴 만큼 전자레인지와 상극인 음식물이다. 계란을 통째로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릴 경우 폭발하기 때문에 절대 넣으면 안된다.

    전문가들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할 때 도자기나 유리 등 전자파를 통과시킬 수 있고 열에 강한 전용 용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④ ‘전자레인지 괴담' 그 실체는?

    ‘러시아에서는 전자레인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자레인지와 관련해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전자레인지 괴담 중 하나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가 음식물의 영양소를 파괴하고 사람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 밖에도 전자레인지가 암을 유발한다, 신체의 성호르몬 구조를 무너뜨린다 등 여러가지 괴담이 있지만, 모두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전자파가 음식의 구성 분자를 뒤섞어 영양분을 파괴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는 수분만을 진동시켜 열을 가하는 역할만 한다. 전자레인지로 구성 분자를 바꿀 순 없다.

    반면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가열할 경우 일부 영양소가 파괴될 순 있다. 이는 음식물을 가열했기 때문으로 전자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가스레인지 등 다른 기구로 음식을 조리하더라도 영양소 파괴가 있을 수 있다.

    오히려 전자레인지가 영양소 보존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 하버드 대학은 전자레인지의 가열 시간이 다른 기구들과 비교해 짧은 편이기 때문에 영양소 파괴를 상대적으로 적게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일부에서는 전자레인지로 데운 음식에 전자파가 남아있어 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 또 전자레인지를 자주 사용하면 전자파에 의해 암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른바 ‘전자레인지 괴담'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거짓으로 밝혀졌다.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전자파는 출력이 높지 못해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미 우리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다양한 무선주파수 파장에 노출돼 있다. 무선 인터넷 장치에도 전자파가 나온다.

    미국 암 협회는 전자레인지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경우 건강 상에 아무런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 현대인의 필수품 ‘전자레인지'⋯만능요리기로 변신 시도

    전자레인지는 직장인의 필수품이 됐다. 바쁜 아침시간 반찬이나 냉동식품을 넣고 몇 분만 돌리면 음식물을 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전자레인지 보급률은 약 90%를 넘어섰다. 사실상 모든 가정에 전자레인지 한 대가 있는 셈이다.

    국내 첫 전자레인지는 1978년 삼성전자가 개발한 ‘RE-7700’이다. 당시 전자레인지는 불꽃이나 열선 없이 음식물을 데워져 미래에서 온 조리기구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연탄이나 가스 주방기기보다 조리시간이 빠르고 전력소비량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혔다.

    삼성전자가 국내 최초로 생산한 전자레인지의 모습 /삼성전자 제공
    1979년 우리나라 전자레인지 보급대수는 400여대에 불과했다. 당시 RE-7700의 가격은 39만4000원으로 1980년 평균 월급인 21만1043원보다 훨씬 비쌌다.

    삼성과 금성(현재 LG)는 내수보다는 수출에 중점을 뒀다. 해외공장 설립도 줄을 이었다. 삼성전자는 1987년 영국, LG전자(당시 금성사)도 같은 해에 터키에 각각 공장을 설립했다. 전자레인지는 한국경제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인정받으며,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갔다. 하지만 1987년 유럽연합(당시 유럽공동체 EC)은 한국산 전자레인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갔고 1996년 9~24.4%의 반덤핑 관세를 부가했다.

    1995년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전자(현 동부대우전자)의 연간 전자레인지 생산량은 1500만대가 넘어서섰다. 지난 4월 동부대우전자는 1985년 8월부터 전자레인지 생산을 시작한 이래 30년 7개월 만에 누적 생산량 1억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동부대우전자 생산품목 중 최초다.

    동부대우전자는 전자레인지 생산 18년만인 지난 2003년 누적 생산량 5000만대를 기록했으며, 이후 매년 평균 410만대를 생산해 13년만에 또다시 생산량 50000만대를 돌파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난 4월 전자레인지 누적생산이 1억대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동부대우전자 모델이 전자레인지 제품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동부대우전자 제공
    동부대우전자는 광주공장, 프랑스 생산공장, 중국 생산공장, 멕시코 생산공장에서 전자레인지를 생산해 왔으며, 현재는 중국 생산공장을 중심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레인지에 오븐 기능이 추가되면서 단순히 음식물을 데우는 용도가 아닌 ‘만능요리기’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자동 메뉴얼 기능으로 버튼만 누르면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음식물수가 100여개에 이른다. 발효 기능을 이용하면 청국장, 요구르트 등도 제조할 수 있고, 건조 메뉴를 활용하면 육포나 과일 및 야채 등을 건조시킬 수 있다.

    권기주 동부대우전자 홍보팀장은 “최근 전자레인지 시장에서 오븐과 전자레인지의 기능이 결합된 컨버전스 형태의 주방 기기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동부대우전자는 전자레인지의 조리 기능 이외에도 대기전력 차단, 온도 조절, 탈취,스팀 청소 등 다양한 기능을 개발해 전자레인지의 기술 발전을 이끌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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