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인수한 전제완 대표, "14년 돌고돌아 영상 라이브 제왕 노린다"

입력 2016.08.17 06:00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애플리케이션(앱) ‘에어라이브’를 8년 동안 준비했습니다. 안전성, 속도, 화질 등 모든 측면에서 자신있습니다. 이제 싸이월드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브랜드 파워를 만나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만들 겁니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전제완 에어 대표는 민머리에 은테 안경을 쓰고 흰색 라운드 티셔츠와 파란색 면바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동네 슈퍼 사장님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베트남 같은 나라에서는 이런 복장이 정상적인 근무복장”이라며 “직원들도 외부 미팅이 있는게 아니면 편하게 입고 다니라고 지시한다”고 웃으며 인사했다.

전 대표는 자신이 미국에 설립한 회사 에어의 주식을 싸이월드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난달 18일 싸이월드를 인수했고 이 회사의 대표에도 올랐다.

전 대표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을 만들었다. 인터넷 업계의 간판 스타였던 그는 2002년 프리챌 유료화 실패와 구속(주식 가장 납입 등 회사 자금 횡령 혐의)으로 ‘플레이그라운드’에서 사라졌다.

절치부심 2년. 2004년 출소한 그는 유아짱이라는 법인을 설립하고 영상 플랫폼 서비스 ‘유아짱라이브’를 만들었다. 300억원에 달하는 투자비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을 뛰어다녔다. 운명일까. 그는 지난해 말 SK커뮤니케이션즈 최고경영자(CEO)를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국내 커뮤니티 사이트 제왕 자리를 두고 프리챌과 지독하게 경쟁했던 싸이월드의 수장 자리였다. 전 대표는 그게 계기가 돼 회사까지 인수했다고 밝혔다.

전 대표한테 싸이월드를 인수하기까지의 과정과 앞으로의 사업 전략을 들어봤다. 에어라이브와 싸이월드는 오는 9월 통합돼 싸이월드라는 이름으로 서비스 된다. 그와의 이야기는 2002년 프리챌 유료화부터 14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지난 7월 29일 만난 전제완 대표는 깨끗한 흰티에 반바지를 입은 편안한 차림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김범수 기자

◆ 프리챌의 유료화 실패…덕본 싸이월드

― 2002년 11월 커뮤니티당 월 3000원을 내도록 프리챌 이용 방침을 바꿨습니다. 서비스를 유료화한 것이죠.

“살아남기 위한 마지막 몸부림이었습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인터넷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봤습니다. 당시 코스닥 상장의 벽이 높아지면서 프리챌이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았지요. 광고 등으로 사이트의 질을 낮추고 싶지 않아 그런 강수를 뒀습니다.”

― 민감한 시기에 사법 처리까지 이뤄졌습니다.

“유료화 카드를 꺼냈을 때 일부 동조하는 업계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당시 구속되면서) 결국 전략은 빛을 발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KT, SKT와 프리챌 매각을 협의하고 있었지만, 모두 무산됐습니다. SKT는 결국 프리챌이 아닌 싸이월드를 인수했지요. 당시 프리챌의 유료화에 실망한 사용자 대다수가 싸이월드로 옮겨갔고 싸이월드는 SKT의 지원까지 받아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싸이월드와의 묘한 인연이 그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싸이월드 앱. /앱스토어 캡쳐
― 싸이월드는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들해졌습니다.

“웹 2.0이 시작되면서 참여와 공유라는 트렌드가 생겼지만 싸이월드가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약 2년 후인 2009년이 돼서야 스마트폰이 한국에 보급됐는데 싸이월드가 이에 적응하지 못했고 2010년에는 회복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

◆ 재기의 몸부림

― 재기는 어떻게 준비하셨습니까.

“2004년 11월 출소 이후 약 2년 동안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한 것은 2006년부터였습니다. 창업 구상 중이던 2007년 아이폰이 등장했습니다.

아이폰이 나왔지만, 한국에는 피처폰이 여전히 대세였습니다. 스마트폰 기반의 사업모델로는 투자를 받기 어려웠죠. 실제로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유아짱(에어의 전신)을 만든 것은 2008년이 돼서야 가능했습니다.”

― 왜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주목했나요?

“전세계에 1억명 이상이 라이브 중계를 하게 되면 1억대의 중계 카메라가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영국에 테러가 나면 일반인이 보유한 수많은 스마트폰 카메라가 현장 정보를 가장 빨리 전달하는 중계 카메라가 되는 것이죠.

실시간 영상 커뮤니케이션 소셜 미디어를 만드는 데는 300억원 정도의 자금이 필요했습니다. 100명 정도 인력이 3년 개발해서 완성되는 플랫폼이었습니다. 2011년이 돼서야 어렵게 150억원을 투자받아 본격적인 개발을 시작했어요.”

― 유아짱은 성공했나요?

“제가 원하는 수준의 절반 정도 개발됐는데 당시 그리스 금융위기 등으로 추가 투자가 어려워졌어요. 개발 중에도 서비스를 실시했기 때문에 가입자 수는 220만명까지 확보했습니다만, 그 정도로는 수익이 발생하진 않았죠.

2013년 거의 폐업 수준까지 갔지요. 직원도 없는 법인만을 끌어안고 500쪽 정도 되는 투자자료를 6개월간 영어로 번역해 미국에 보냈습니다. 영어 실력이 안되는데 끙끙대며 자료를 만들어서 미국의 여러 투자회사에 보낸 것이죠.”

전제완 대표가 만든 ‘에어 라이브’. /앱스토어 캡쳐
◆ LTE덕에 다시 찾은 기회…위기 속에서 만난 싸이월드

―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약 100억원대의 추가 투자를 받게 되셨죠.

“네 맞습니다. 2013년 하반기, 미국에는 4세대 무선 통신망인 롱텀에볼루션(LTE) 보급이 빨라졌어요. 미국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되는 라이브 영상에 주목하는 투자자가 많아졌지요. 유아짱도 미국 투자자로부터 100억원의 투자를 더 받게 됩니다. 투자 덕분에 원하던 플랫폼 엔진을 완성하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투자받은 돈과 미국에서 투자받은 돈을 합해 총 260억원이 투입된 셈이지요. 이 과정에서 유아짱을 미국 법인으로 옮기고 법인명도 ‘에어(Air)’로 바꿨어요. 이 때 유아짱의 영상 서비스 ‘짱라이브’를 ‘에어 라이브’로 바꿨어요.”

― 에어라이브의 특징과 경쟁력이 무엇인가요.

“지난해 트위터가 동영상 생중계 앱 ‘페리스코프’를 인수했지요. 이스라엘 회사가 만든 앱입니다. 저는 동영상의 화질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에어 라이브가 페리스코프보다 더 좋다고 자부합니다. 단지 자본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을 뿐이에요.

실제로 엔진 개발이 끝난 후 마케팅 비용이 없어 2차 위기를 맞이했죠. 또 투자처를 물색하러 다녔습니다. 당시 미국에서는 벤처 투자가 활발했지만, 한국인이 만든 법인 투자에는 상대적으로 박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투자를 받아 회원을 더 확보해야 추가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통보 받았습니다.”

―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헸습니까.

“작년 12월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로부터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앉으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용의가 있다고 말했죠. 기회라고 생각했거든요. 대신 에어 법인 대표에 있으니 SK컴즈와 에어라이브를 합병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SK컴즈는 4년 간 영업 적자였고, 마찬가지로 적자였던 에어를 인수하면 적자폭이 커지는 상황이어서 그 제안은 무산됐지요.“

― 두 회사 모두 힘든 상황이었군요.

“네,CEO 자리에 앉진 못했죠. 그런데 그 때 SK컴즈가 싸이월드를 분사시킨 것을 알게 됐습니다. 당시 싸이월드는 직원이 지주인 회사로 힘겹게 버티던 중이었죠. 29명의 종업원들은 크라우드 펀딩까지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6800만원밖에 못 모았다더라구요. 고객과 투자자들은 냉정하다는 것을 그 때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두 회사 모두 ‘폐업’이라는 암울한 결과를 눈 앞에 두고 있었지만, 에어라이브는 새 기술이 있었고 싸이월드는 역사, 데이터, 회원, 브랜드가 있었어요. 그래서 미국 법인 에어와 싸이월드 주식을 교환하는 지분교환 방식으로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

― 두 회사의 시너지는 무엇이라고 봤습니까.

“싸이월드의 좋은 점에 에어라이브 서비스를 넣어 통합시키면 에어라이브가 벽에 부딪힌 마케팅 문제를 해결할 거라고 봤습니다. 싸이월드 역시 스마트폰 시대에 맞춘 질 좋은 서비스를 새로 선보이게 되는 것이고요. 싸이월드 앱 다운로드 수가 1100만건 정도거든요. 이 사용자들이 앱을 업데이트하기만 하면 에어 플랫폼을 장착한 싸이월드를 만날 수가 있습니다. 마케팅 효과가 좋다고 본거죠.”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 직원들과 회의를 하는 모습. /김범수 기자
◆ 싸이월드 다시 날개 달까

― 그럼 에어라이브 대신 싸이월드라는 이름으로 통합 서비스할 계획이신가요.

“예 맞습니다. 9월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 성공할까요?

“싸이월드 사용자들은 예전 사진 보려고 접속만 합니다. 백업도 귀찮고, 가끔씩 한번 보는 애정이 남아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싸이월드가 어렵다, 살려달라’ 해도 절대 살려주지는 않죠. 개발비만 260억원이 들어간 에어라이브가 추억을 가진 데이터와 만나면 상승 작용이 시작될 겁니다.

지난해 말까지 싸이월드 월간활성사용자수(MAU)가 300만명이었거든요. 9월에 싸이월드를 에어라이브 플랫폼과 결합시켜 다시 출범시키면 이 수준까지는 살아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라이브 영상 서비스 플랫폼은 기존에 네이버의 V라이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 경쟁 서비스가 많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영상 퀄리티는 페이스북 라이브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자부합니다. 싸이월드 인수 후 100억원의 투자를 하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질을 더 높일 계획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는 페이스북을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서비스에서 카카오와 라인 외에는 국내 3위가 없습니다. 500만 이상 MAU가 확보되면 국내 3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가상현실(VR) 등 양질의 영상을 활용해 범용적인 서비스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성장세에 있는 아프리카TV와의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아프리카TV는 PC형 생방송인데, PC에서 스마트폰으로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것이 약점입니다. 스마트폰에서는 네트워크 상황에 따라 끊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부분을 잘 관리해야 되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저희가 아프리카TV보다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고 있습니다. 서버에서 영상을 처리, 합성하는 기술은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싸이월드만의 정체성인 ‘일촌’과 도토리는 계속 쓸 수 있게 되나요?

“일촌은 계속됩니다. 일촌은 페이스북의 ‘친구’보다 조금 더 폐쇄성이 강하지요. 싸이월드에서는 폐쇄, 공유, 개방을 모두 얻을 수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도토리’는 저작권을 SK컴즈가 갖고 있어 쓸 수 없게 되지만, 과거의 미니홈피와 폴더 개념은 살릴 생각입니다.

에어라이브는 8년 동안 준비한 소프트웨어죠. 텍스트는 트위터, 사진은 인스타그램, 녹화 영상은 유튜브로 공식화됐습니다. 영상 라이브 플랫폼은 아직 일부 회사들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어라이브와 만난 싸이월드는 안정성, 속도, 화질 등 모든 측면에서 자신 있고,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장치 모두에 전달되는 라이브 영상 플랫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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