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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의 인터스텔라] 소설가 김탁환의 아름답고 참혹했던 고래뱃속 이야기

  • 김지수 대중문화전문기자
  • 입력 : 2016.08.06 07:00 | 수정 : 2016.08.28 10:55

    김탁환, 20년 만에 첫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 ‘거짓말이다' 출간
    그해 봄, 진도 바다 깊은 곳에서 포옹한 아이들과 심해 잠수사의 이야기
    ‘어떤 사람과 천 번을 만나는 것’이 장편 소설
    청년 시절 해군에서 이순신 가르치다 ‘불멸의 이순신' 8권 써내

    소설가 김탁환.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역사 소설가로 알려 있지만, 실험 정신이 강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했을 당시 정재승 박사와 함께 미래 소설을 쓰기도 했다./사진=이태경 기자
    소설가 김탁환. 서울대 국문과에 진학해,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역사 소설가로 알려 있지만, 실험 정신이 강해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했을 당시 정재승 박사와 함께 미래 소설을 쓰기도 했다./사진=이태경 기자
    “깊고 차가운 바다 밑 좁고 어두운 선실. 생명줄 하나에 의지해 그리운 이들을 맞으러 내려간 심해 잠수사는 누구의 꿈을 꾸는가”

    “선내에서 발견한 실종자를 모시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두 팔로 꽉 끌어안은 채 모시고 나온다! 맹골수도가 아니라면 평생 하지 않아도 될 포옹이지. 이승을 떠난 실종자가 잠수사를 붙잡거나 안을 순 없으니, 이 포옹을 시작하는 것도 여러분이요 유지하는 것도 여러분이며, 무사히 마치는 것도 여러분이다. 산 사람끼리 껴안을 때보다 다섯 배 이상 힘을 줘야 해. 게다가 멈춰 서서 편히 안는 게 아니라, 안은 채 헤엄쳐 좁은 선내를 빠져나와야 한다. 끝까지 포옹을 풀어선 안 되는 건 기본이고.”

    “그 배에서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나온 남학생은 윤종후뿐이었습니다. 나중에 종후 부모님께 들으니, 종후가 어느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자신이 윤종후란 걸 알리기 위해, 가방에 있던 이름표를 꺼내 가슴에 달았을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종후야! 올라가자. 나랑 같이 가자.

    침대 뒤 그 좁은 공간에 남학생 세 명이 원을 그리듯 어깨동무를 하고 뭉쳐 있는 겁니다. 종후까지 네 아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마지막 순간을 맞았을 겁니다… 씨름선수가 샅바를 쥐듯, 제 오른손으로 종후의 허리띠를 틀어잡고 왼손으로 목덜미 쪽 옷깃을 움켜쥐었습니다. 그런 다음 하강하여 좁은 출구를 빠져나간 뒤 복도를 지났습니다.”-김탁환의 세월호 해양 르뽀르타주 소설 ‘거짓말이다' 중에서.

    김탁환을 만났다. 늦은 오후였다.

    약속 장소인 서교동의 추리 소설 까페 홈즈엔 아무도 없었다. 그 해 봄, 깊은 바다로 아이들을 맞으러 갔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르뽀르타쥬 소설 ‘거짓말이다'의 청량하게 푸른 표지가 코난 도일과 에드가와 란포 등 다른 추리 소설 대가들의 거무 튀튀한 명작들과 함께 어우러져 있을 뿐.

    도저히 추리 소설 마니아로 보이지 않는 얌전한 인상의 ‘홈즈’ 여주인에게 김탁환 선생을 만나러 왔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카페 곳곳에 돋보기, 먼지 묻은 구식 타자기, 짧은 담배 파이프, 추리 소설 영자 신문 등의 소품들이 빼곡했고, 유리 통창엔 연잎 모양의 식물이 삐죽이 몸을 드러냈다. 어딘가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이 났다.

    발자크의 소설을 보며 ‘프랑스의 근대'를 상상하듯, 우리는 김탁환의 소설을 보며, ‘100년 전, 지금보다 더 역동적이고 모던했던 조선의 근대인’을 생각한다.

    한국 문학계의 대호(大虎) 김탁환.

    ‘불멸의 이순신' ‘나 황진이' ‘허균, 최후의 19일'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 ‘열하 광인' 등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그가 수면 위로 끌어올린 인물들은 역사의 전위에 선 ‘문제적 인간들’이었다.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시절부터 오랫동안 고전 탐독가였던 연유로, 그가 만들어 낸 서사는 유장하며, 사유와 풍광을 다루는 문장은 정확하고도 품위 있다. ‘셜록 홈즈' 애호가다운 추리 소설 플롯은 그의 몇몇 소설을 매우 현대적으로 만든다.

    언제가부터 근대에 천착하던 그가 점점 더 깊이 현대로 진입하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쓴 사회파 미스터리 소설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거짓말이다'는 진도 바다 깊은 곳에 수몰된 아이들과 심해 잠수사들의 포옹의 광경을 그리고 있다. 정신과 의사 정혜신은 이를 빗대 “그들의 그림자 속 삶에 작가 김탁환이 조명탄을 쏘아 올려주었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첫 르포르타쥬 소설인 ‘거짓말이다'가 조지 오웰의 르포 문학보다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의 기록 문학에 더 가까이 가 있다고 말한다. 역사 소설가로 유명한 김탁환의 작품 중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조선마술사' ‘가비' ‘조선명탐정' 등은 드라마 혹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사진=이태경 기자
    그는 자신의 첫 르포르타쥬 소설인 ‘거짓말이다'가 조지 오웰의 르포 문학보다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의 기록 문학에 더 가까이 가 있다고 말한다. 역사 소설가로 유명한 김탁환의 작품 중 ‘불멸의 이순신' ‘황진이' ‘조선마술사' ‘가비' ‘조선명탐정' 등은 드라마 혹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대중적인 인기를 모았다./사진=이태경 기자
    홈즈 카페의 시계가 오후 5를 가리키자, 김탁환이 피로감이 묻어 나는 얼굴로 검은 배낭을 메고 카페 문을 밀고 들어섰다. 거의 동시에 낙천적이기 그지 없는 사진 기자가 뛰어 들어왔다.

    사진 기자는 그가 미처 자리에 안기도 전에 “뜨겁게 읽고 차갑게 분노해 달라고 말씀 하셨던데, 바로 그걸 표정으로 보여달라"고 채근하며, 명랑하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찰칵! 김탁환은 웃을 듯 울 듯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카페 여주인도, 이어서 들어온 두 명의 중년 남자 손님도 말 없이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이 곳에 자주 오시나요?

    “추리 소설 전문 카페에요. 좋아하는 곳이지요. 소설 ‘거짓말이다'를 이곳, 지금 앉은 자리에서 탈고했어요.”

    -주로 카페에서 쓰십니까?

    “아니요. 파주에 개인 작업실이 있고, 목동에 영화와 소설을 결합한 ‘무블(movie noble)' 공동 사무실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 책은 여기 이 자리에서 종종 썼어요. 파주에도 목동에도 가기 싫더라고(웃음). 책을 끝내고 나선 노모가 계신 고향 진해에 가서 푹 쉬었어요. 7월 한 달 동안. 그리고 오늘 처음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무엇을 쓰시나요?

    “소설을 씁니다. 20년 동안 그랬듯이.”

    -어느 시대를 씁니까? 김탁환 하면 항상 조선 시대가 떠오르죠. 의고적인 안경테, 덥수룩한 수염과 함께요.

    “요즘엔 현대 소설을 쓰고 있어요.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장작품인 ‘앵두의 시간'도 현대물이었지요. 20년 역사 소설을 쓰다 보니 이제 현대사를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거리가 가까워진 거죠.”

    -현재의 시간을 쓰기 위해, 20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군요.

    “의도한 건 아니었어요. 다만 제가 소설가로 데뷔했던 1996년 즈음엔 후일담 소설이 유행했어요. 모든 사건이 끝난 후의 후일담… 전 아직 그런 건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사회를 바꾸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던 사람들을 역사 속에서 찾아서 쓰기 시작했어요.”

    -문제적 역사 속의 문제적 인간들을 찾으셨나요?

    “그렇죠. ‘불멸의 이순신'을 쓸 때는 위기 상황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 준 인간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나갔어요. 시스템 전체를 바꾸려고 할 때, 그것을 행하는 자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싶을 때 ‘혁명, 광활한 인간 정도전'을 썼고요. 현대사와 격차가 50~100년 정도 나는 게 저는 편했어요.”

    -100년 전의 역사가 소설로 운용하기에 더 자유로운 면이 있겠지요?

    “자유롭진 않아요. 자유롭진 않은데, 아주 많이 비슷해요. 세월호 르포르타주라고 불리는 이번 소설 ‘거짓말이다'도 저는 역사 소설 쓰듯이 썼어요. 자료 조사와 답사, 다만 역사 소설은 과거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자료 속에서 찾아냈다면, 이번 소설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들어갔다는 거죠.”

    -모든 이야기가 다 소설이 될 수는 없겠지요. 어떤 이야기가 소설이 됩니까?

    “중요한 질문들이 둥둥 떠다니는 데, 그중에 탁 걸리는 게 있어요. 오에 겐자부로는 3년마다 한 번씩 그 질문이 다가왔다고 하더군요. 3년 마다 문제 한 가지씩을 풀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소설이 나온 거죠. 저도 질문이 떠오르면 그걸 해결하는 방식으로, 합당한 사건이나 인물을 정해요. 그다음부터 자료 조사, 답사, 취재 등등의 지난한 과정이 이어지는 거죠.”

    소설가로서의 자아 뿐 아니라, 영화인으로서의 자아도 동시에 지닌 김탁환. 영화 ‘오싹한 연애'의 기획자로도 참여했고, 현재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회사 ‘무블'을 차려 ‘조선마술사'를 영화화했다. ‘아편 전쟁'도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사진=이태경 기자
    소설가로서의 자아 뿐 아니라, 영화인으로서의 자아도 동시에 지닌 김탁환. 영화 ‘오싹한 연애'의 기획자로도 참여했고, 현재 영화와 소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회사 ‘무블'을 차려 ‘조선마술사'를 영화화했다. ‘아편 전쟁'도 곧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사진=이태경 기자
    -자료 조사 기간은 어느 정도 걸리나요?

    “쓰는 기간만큼 걸려요. 저는 주로 연구 자료를 많이 보는데, 연구자들이 중요하게 보는 것과 다른 사소한 부분을 중심으로 키워서 봐요. 가령 이순신 이야기를 쓰면 그가 무슨 병을 앓았는지가 아주 중요해요. 이순신이 드러난 시, 산문, 논문을 정독하면서 힌트가 있는 부분이 보이면 계속 타고 들어가죠. 논문에서 놓치고 있는 것들을…, 이런 방식은 소설이 아니라 대학원 논문 쓰면서 배웠어요.”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진학해서 석사, 박사 과정까지 공부하셨습니다. 논문 주제가 뭐였지요?

    “석사 주제가 ‘사씨남정기'였어요. 착한 첩과 나쁜 첩이 싸우는 소설들이 당대에 한창 유행이었는데, 그런 류를 전부 묶어서 ‘사씨남정기 계 소설'이라고 하죠. 20대 시절엔 그렇게 고전 소설만 들이 팠습니다.”

    -창작을 하려면 주로 현대 문학을 파야 하는데, 고전 소설만 판 이유가 따로 있나요?

    “학창 시절엔 시를 썼고,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시 비평도 좀 해서 대학문학상도 받았지요. 그때 심사위원이 평론가 김윤식 선생이셨어요. 그렇게 시를 쓸 거라고 막연히 짐작했는데, 그때 알고 지내던 선배 형이 “너 글 쓰고 싶으면, 고전 문학을 해라"그래요. “현대 문학은 역사가 고작 100년이다. 신화시대부터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고전의 세계를 알아야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죠. 제 고전의 역사는 거기서부터 시작됐어요.”

    -이번에 세월호 민간 잠수사가 주인공인 ‘거짓말이다'를 쓰기 전에 작년에 조선 시대 조운호 침몰 사고를 다룬 소설 ‘목격자들'을 먼저 발표하셨어요. 과거를 거쳐 현재에 직면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바다는 ‘불멸의 이순신' 때부터 익숙한 공간인데, 어쨌든 과거의 침몰에서 현대의 침몰로 오는 것은 작업의 예정된 순서였나요?

    “그렇진 않았어요. ‘목격자들'은 가수 김창완 형이 세월호 사건 이후 ‘노란 리본'같은 노래를 만드는 걸 보고, 나도 내 재능으로 어떤 부분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어서, 썼어요. ‘목격자들'은 조선 시대 후기의 재난 소설인데, 세곡(나라에 조세로 바치는 곡식)을 운반하던 조운선 침몰 사건을 세월호 사건을 은유해서 쓴 거죠.”

    ‘정조실록'을 보면 정조 1년 3월 8일에 조운선 침몰에 대한 임금의 하교가 기록되어 있다. “북쪽 백성을 구하려다 도리어 남쪽 백성을 해롭게 한 것이니, 내가 딱하고 마음이 아파 차라리 죽어 몰랐으면 싶다. 배들이 연이어 패선 된 것이 모두 배가 완전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들 하니, 자신이 독운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은 잘 독운하여 살피지 못한 죄를 면할 수 없다.” 소설에서 사건을 수사하여 처벌하는 탐정 격인 김진은 이렇게 탄식한다. ‘이렇게 썩었을 줄은 몰랐네. 나라 전체가 푹푹 썩은 배로군.’

    소설 ‘거짓말이다'. 법정 탄원서와 민간 잠수 현장,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총체적으로 담았다. 소설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는 소설이 나오기 직전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소설 ‘거짓말이다'. 법정 탄원서와 민간 잠수 현장, 그리고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증언을 총체적으로 담았다. 소설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는 소설이 나오기 직전 안타깝게 생을 마감했다.
    -‘목격자들'은 조선왕조 500년 시리즈의 열 번째 소설이자, ‘열하 광인' 등에서 정의로운 지식인 탐정팀인 ‘백탑파'가 등장하는 ‘백탑파' 시리즈 네 번째 소설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도 선박 침몰 사고가 많았습니까?

    “네. 조선 시대에 대동법이 시행된 후 전국의 쌀 세금을 광흥창으로 모아야 했는데, 삼남 지방의 쌀은 서해안으로 운반했어요. 그때 배가 바다에 많이 빠졌어요. 그런데 그중에 일부러 침몰시킨 배들도 있었죠. 쌀을 빼돌리려고요. 제 소설 속에서는 배를 침몰하게 한 나쁜 놈들은 다 때려잡았어요(웃음). 그런데 소설을 쓰고 나서 이상하게 더 무기력해졌어요. 소설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니구나…”

    -소설이 뭐라고 생각하셨나요?

    “소설은 내가 닥친 현재의 삶에 답을 줘야지요. 적어도 나한테라도 답을… 내 문장으로 내가 답을 쓰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거죠. 그런데 거리를 두고 과거로 가서 비유로 쓰고 있으니, 그게 아름다울 순 있으나 동시에 비겁할 수도 있는 거지요.

    아! 나는 요나처럼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루트가 없구나. 그때 누군가 ‘목격자들'을 읽고,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에 저를 진행자로 초대했어요. 거기서 이 소설의 모델이 된 민간 잠수사 김관홍 씨를 만난 거죠.”

    -민간 잠수사가 당신을 맹골수도 울돌목의 그 바다 아래로 안내한 거군요. 고래 뱃속으로.

    “네.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들을 땐 과거 현재가 뒤섞이고 슬픔으로 뒤엉겨서 내 육체로 감당하기 버거웠는데, 잠수사 김관홍의 이야기는 아주 맑고 선명했어요. 그 바다 아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눈에 그려볼 수 있었어요. 배 안으로 들어갈 때는 무릎을 꿇고 들어가서, 몇 미터를 나아가면 격실이 있고, 부유물을 어떻게 제거하고 빠져나왔는지… 가장 압도적인 것은 시신을 안고 나와야 했다는 거죠.”

    시름으로 낡았지만 갈 길이 선명한 소설가의 얼굴./사진=이태경 기자
    시름으로 낡았지만 갈 길이 선명한 소설가의 얼굴./사진=이태경 기자
    -저는 이 소설 ‘거짓말이다'의 이미지를 하나로 요약하자면, 바로 그거였어요.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을 끌어안고 물길을 헤치고 나오는 그 장면! 아름답고 참혹했어요. 그 장면을 내 가슴이 탁 안아버린 느낌… 우리가 그때 바다 밖에서 망연자실, 아무것도 못했는데, 바다 안에서 잠수사들이 나 대신, 이렇게 뜨겁게 아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비록 죽음 이후라도 책임지려고 사력을 다했었구나. 그게 무척 위로가 됐습니다.

    “처음 제목은 ‘포옹'이었어요. 죽은 자와 산 자가 같이 올라오는 거죠. 잠수사들은 몸으로 모든 걸 겪었어요. 아이들의 머리카락, 눈동자를 느끼고 보고 그 아이를 안고 나와야 하니, 죽은 아이들한테 “내가 잘 모시고 갈게. 엄마 아빠한테 데려다줄게" 말하면서 안고 나오는 거죠. 좁은 공간을 지나 칠흑같이 뻑뻑한 어둠을 뚫고… 그걸 진짜 쓰고 싶었어요. 수많은 거짓말이 있지만, 바다 안에서 이런 진짜와 이런 최선이 있었다고.”

    -그런데 위험 속으로 몸을 던졌던 잠수사들이 현재 잠수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게 무척 안타깝더군요.

    “안타깝죠. 바다 호랑이처럼 씩씩했던 김관홍 잠수사도 잠수병으로 몸이 망가지고 대리운전을 하다가 자살했어요. 그때 아이들과 포옹하며 물 위로 끌어올렸던 잠수사들은 너무 무리해서 잠수했기 때문에 몸에 질소가 차서 썩어가는 잠수병을 앓아요. 근육이 찢기고 골 괴사가 진행되고, 하반신 마비에 대소변 처리도 어려워져요. 심리적인 트라우마도 심하고요.

    그분들은 전문 잠수부라 자신의 몸 상태를 제일 잘 알아요. 이렇게 하면 내 몸이 망가진다는 걸 알죠. 좁은 바지선에 잠수병 의사와 트라우마 치료 의사도 없이, 6시간 마다 한 번씩 심해로 뛰어들면 어찌 된다는 걸 알면서도..., 어떤 숙명적 이타심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그런데도 육지로 돌아와선 치료비도 끊겼죠. 열악한 환경에서 작업 도중 잠수사 한 분이 사망했는데, 그걸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가장 연장자인 잠수사에게 책임을 물어 재판정에 피고인 신분으로 불러냈어요.”

    -혹자는 이번 소설을 트루먼 카포티의 대표적인 논픽션 소설 ‘인 콜드 블러드'에 비유하더군요.

    “저는 그냥 김탁환이 소설 쓰는 방식대로 했어요.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이나 ‘스페인 내전' 등 르포 문학을 읽기는 했지만 참고하진 않았고요. 지금 생각하니 이 소설이 대단히 영화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시신을 심해에서 건져오는 해양 액션이 한 축을 이루고, 다른 한 축은 법정인 거죠. 제가 바다 이야기와 법정 이야기를 붙였어요. 그래서 잠수사들이 선배 잠수사에게 잘못이 없다고 쓴 실제 법정 탄원서를 읽어봤거든요. 그런데 이 탄원서가 굉장히 매력적인 문학 장르였어요.”

    김탁환의 소설들. 왼쪽부터 ‘불멸의 이순신' 총 8권으로 출간됐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하광인', ‘허균', ‘나, 황진이', ‘혁명', ‘밀림무정', ‘목격자들'.
    김탁환의 소설들. 왼쪽부터 ‘불멸의 이순신' 총 8권으로 출간됐다. ‘방각본 살인 사건', ‘열하광인', ‘허균', ‘나, 황진이', ‘혁명', ‘밀림무정', ‘목격자들'.
    -탄원서가 문학의 어떤 지점과 닿아있나요?

    “탄원서는 일단 거짓말을 하면 안 되니까 정확하게 써요. 그런데 정서는 억울하고 원통한 거예요. 그게 매력적이죠. 소설 쓸 때도 탄원서에 동의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이어붙여서 당시 상황을 보여주면, 총체성이 담보되는 거죠.”

    -영화 ‘명량'이 1,700만 관객을 돌파했죠. ‘명량’의 첫 장면이 애초에 진도 앞마다 울돌목에서 “피를 부르는 바다다"라는 대사로 시작되는데, ‘4.16 세월호 사고’ 이후라 제작사가 자체 삭제했다고 알고 있어요. 어쨌든 해상 액션과 법정이 붙으면 그 긴장감이 대단한 영화로 나올 것 같습니다.

    “몸으로도 싸우고 말로도 싸우는 거죠. 그런데 수중 장면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들 거예요. 어디서 나설 지 모르죠.”

    -고향도 진해고, 해군 소위와 중위로 복무했고, 교수 신분으로 해군들에게 이순신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불멸의 이순신'까지 쓴 걸 보면, 바다에 상당히 친근감이 있어 보입니다.

    “바다는 제게 참 친근해요. 당시에도 그렇지만, 진해 사람들은 해군으로 가는 게 당연했어요.”

    -해군 사관학교로 출근하다가 날치떼들이 날아오르는 걸 보고,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들었어요.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 쓴 것처럼 어느 날 야구장에서 야구공이 날아오르는 걸 보고 ‘소설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처럼요.

    “그런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마 그날 날치떼가 날아오르는 걸 안 봤어도 소설가가 됐을 거예요(웃음). 20대 내내 고전 장편 소설만 읽었으니까요.”

    -20대가 바다와 고전의 나날들이었군요.

    “고전 연작 소설은 시리즈 하나가 40권, 60권 이렇게 길어요. ‘완월회맹연'이라는 작품은 무려 180권이죠. 보통 하루에 한 권을 읽어도 6개월이 걸렸어요. 그건 뭐랄까 아주 유장해요. 그런데 그 유장함에 깊이 빠지다 보니 “이거 남이 써놓은 소설 읽다가 늙어 죽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나에겐 군대 40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으니, 그동안 연구자가 될 것인가 소설가가 될 것인가 결정해야 했어요. 결국, 연구자로 들어가서 소설가로 나왔죠.”

    -첫 소설이 고래 이야기였지요?

    “네. 진해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열두 마리 고래의 사랑 이야기'였어요. 반구대 암각화를 보고 남미 소설의 마술적 리얼리즘 기법을 도입해서 썼어요. 해군에 감사하고 있어요. 따지고 보면 ‘거짓말이다'도 해양 소설이죠.”

    -바다 이야기엔 자신이 있으시군요.

    “바다가 뭔지를 아니까요.”

    -해양 르포르따쥬 소설 ‘거짓말이다'를 쓰고, 생과 사에 대한 생각에서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삶과 죽음이 별개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김탁환은 비극적인 시대, 비극적인 인물에 애착이 간다고 한다./사진=이태경 기자
    김탁환은 비극적인 시대, 비극적인 인물에 애착이 간다고 한다./사진=이태경 기자
    -죽은 아이들의 시신을 안고 나오는 잠수사들처럼… 생사가 하나의 육체인가요?

    “(웃음)일단 이야기 안에서 죽은 자도 산 자가 될 수 있구나, 하는 경험을 했어요. 유가족을 만나 보면 대단한 이야기꾼들이에요. 이야기하는 동안은 아이들이 살아 있다고 느끼는 거죠. 문학이란 게 그런 거죠. 원시 시대에는 얼마나 어이없는 죽음이 많았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그 사람 애기를 하며 극복했을 거라고 봐요. 이야기에 그런 어마어마한 힘이 있다는 거죠.”

    -김탁환 작가를 보면 한국 문학계의 호랑이 같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이 산맥 저 산맥 유장하게 어슬렁거리는데, 그 힘이 거대하면서도 외로워 보입니다. 김탁환이 이룬 50여 권에 이르는 역사 소설(역사의 복원이나 야담의 짜깁기가 아닌!), 장르 문학의 업적을 순수 문학에서 끌어안기에는 다소 힘겨워 보입니다.

    “저 자신, 장르 작가라고 생각한 적은 없고, 장편 작가라고 생각해요. 문인들이 모이는 계간지에 단편을 발표하지 않으니, 어떤 계보와 범주 안에 있지 않고 홀로 존재하는 거죠. 장편 작가들은 각자의 섬에서 왕 노릇 하는 사람들이에요(웃음).

    그리고 제가 호랑이처럼 보이는 건, 조선 호랑이와 포수의 대결을 그린 ‘밀림 무정'을 쓰면서 3년간 호랑이로 살았던 전적이 있어서…(웃음). 매력적인 동물이에요. 호랑이처럼 살고 싶기도 하고요.”

    -혹자들은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과 김훈의 ‘칼의 노래'를 비교하며, 전자가 교향곡이라면 후자가 무반주 첼로 곡이다, 라고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김훈 선생을 뵌 적도 별로 없고, 서로 각자의 섬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당시 ‘불멸의 이순신'을 쓸 때 ‘국가가 곧 백성'이었던 이순신과 ‘짐이 곧 국가'였던 선조와의 대결에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들었습니다. KBS 드라마로도 제작이 됐지만, 이순신의 청년기가 참으로 길더군요.

    “저는 어쨌든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이순신의 일대기(전 8권)를 그려보고 싶었어요. 20대 때 읽었던 고전 소설의 유장함이 제 핏속에 있는 거죠. 소설 시작하고 1/3이 흘러가는 데 전쟁이 안 일어나는 그런 상황이 있었죠(웃음). 어쨌든 이순신의 일대기를 모두 다룬 유일한 소설 작가로서 자부심이 있어요.

    어차피 이야기는 기억과 망각의 싸움인데, 대하소설은 소설 안에서 그 일이 일어나죠. 일단 작가 입장에서도 쓰는 것 자체가 죽을 노릇이에요. ‘압록강'이라는 대하소설도 그랬지만, 이 어마어마한 총력전을 죽기 전에 다시 한 번 더 치를 수 있을까 싶어요(웃음).”

    -비극입니다(웃음).

    “제가 비극 작가입니다. 비극에서 슬픔은 기본이에요(웃음). 열악한 상황에서 발버둥 치던 한 인간이, 실패해서 죽을 수도 성공해서 나아갈 수도 있는 어떤 지점에서, 위험을 알면서도 삐죽이 한걸음 내디뎌 가는 그 장면이 저에겐 매혹적이에요. 정도전, 허균, 황진이, 이순신, 임경업에게 끌린 것도 그들이 숙명적으로 그런 비극으로 나아가는 인물들이기 때문이에요. 이번 소설에서 민간 잠수사의 모델이 된 김관홍 잠수사도 그런 인물이었어요. 비극을 알면서도 가는 거죠.”

    코난 도일, 올리버 색스, 발자크를 오래 두고 보는 김탁환./사진=이태경 기자
    코난 도일, 올리버 색스, 발자크를 오래 두고 보는 김탁환./사진=이태경 기자
    -정말 비극이군요!

    “사필귀정(모든 일이 결국은 옳은 이치대로 돌아간다)이 안되는 세상이 저의 화두예요. 이 세계를 사필귀정으로 만들려는 사람과 그걸 막으려는 사람들, 두 세계의 긴장을 쓰는 게 결국 제 소설의 본질이지요.”

    -‘인간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혼돈의 시대 인간의 선택은 무엇인가?' 조선 시대 인물을 다룰 때, 이런 화두가 선명합니다.

    “저는 사람을 보면 그 사람 뒤에 있는 심연이 항상 더 보입니다. 황진이나 이순신의 삶에서도 더 깊은 부분이 보이고, 잠수사 김관홍을 만났을 때도 일반 사람들이 아는 어떤 경계 너머의 삶이 훅 다가와 보이는 거죠. 소설에서는 그런 상태를 문제적 개인이라고 합니다.”

    -집단에서 이탈된 고독하고 빛나는 개인이지요.

    “더 많이 나아간 자, 더 깊이 들어간 자라고 할 수 있어요. 잠수사 김관홍은 아주 깊은 곳까지 들어갔지요. 그리고 잠수사 특유의 전우애와 연대가 있어요. ‘함께'라는 말을 자주 했는데, 그건 잠수사들이 혼자 물에 들어가도 배 위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 생명이 유지되기 때문일 거예요. 항상 교신해야 하고, 위에서 줄을 잡아줘야 하거든요.”

    -소설가 김탁환은 과거를 빗대 현재를 이야기하다가, 이제는 현재로 그 질문들을 가져왔습니다. 당신에게 미래란 무엇인가요?

    “저는 오로지 현재만 생각합니다.”

    -예전에 카이스트 교수로 재직할 당시엔 미래를 얘기하셨던 거로 아는데요. 정재승 박사와 2049년의 세계에 대해 공동 소설을 쓰셨지요. ‘눈먼 시계공'이라고. 이미 2007년에 인공 지능으로 소설을 설계하는 법에 대해서도 상당히 관심이 많았던 거로 압니다.

    “아! 그랬지요. 그 당시엔 미래를 궁금해하는 게 바로 현재였어요. 지금은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하려고요(웃음). 장편 작가의 삶이라는 게 그래요. 2~3년에 한 편을 쓰니, 4~5편 쓰면 10년이 가겠구나, 그렇게 미래가 그려지는 거죠.”

    -시간을 아껴서 절박한 질문들만 받아야겠네요. 개항 시대를 배경으로 한 ‘뱅크'와 ‘아편 전쟁’은 ‘한국에서 자본주의는 언제 시작되었나'라는 질문이 시대 풍속과 어우러져 생생하게 그려져서 좋았습니다.

    “네. 시간이 부족하니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거죠(웃음). 요즘엔 나는 왜 이렇게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졌을까 그런 질문이 불쑥불쑥 들곤 합니다.”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하루 20매 씩, 분량을 채워 쓴다./사진=이태경 기자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하루 20매 씩, 분량을 채워 쓴다./사진=이태경 기자
    -1996년부터 50여 편의 소설을 썼으니, 생산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말랑말랑한 작품 하나 없이요.

    “올리버 색스가 자신의 일기가 1,000권이라고 자랑했더군요. 아! 나는 올리버 색스보다는 정상이구나(웃음).”

    -올리버 색스 말고 또 누구를 보십니까?

    “‘셜록 홈스'를 쓴 코난 도일이나 발자크를 오래 봅니다. 발자크는 한 시대의 풍속사로 ‘프랑스 근대인을 기록했고. 제가 30대 중반부터 20년간 장편을 썼는데, 이런 선배들을 보면서 내가 문제없다는 알리바이 같은 걸 얻고 싶은가 봐요(웃음).

    요즘엔 올리버 색스가 자신의 환자를 바라볼 때 병 하나를 중심에 두고 굉장히 총체적으로 깊게 보는데, 그게 내가 글 쓰는 방법과 다르지 않다는 확신이 들어요. 상대를 향한 일종의 과잉 관심이죠.”

    -그런 과잉 몰입이 장편의 에너지가 되겠군요.

    “그렇죠. 과잉 몰입으로 글을 쓰는 거죠. 아주 깊게 들어가서요. 정량의 관심도가 100이라면 저는 1000으로 덮어버리는 거죠.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이 있어요. 대문호 괴테가 젊은 작가인 요한 페터 애커만을 옆집으로 이사 오라고 해서는 1000번을 만난 후, 자기 전집을 편집하라고 했어요. 괴테의 농간이죠(웃음).

    장편 소설은 어떤 사람을 천 번을 만나서 마주 보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해요. 제가 정도전을 3년을 썼는데, 하루에 한 가지씩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아 썼어요. 어떤 질문을 가지고 어떤 사람과 천 번을 만나는 것, 그게 장편 소설인 거죠.”

    -자녀들은 아빠의 그런 세계를 이해하나요?

    “딸이 둘이에요.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인데, 둘째 딸은 이번 소설 ‘거짓말이다'를 읽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아버지처럼 살고 싶진 않다고 해요(웃음).”

    -몇 시에 일어나 얼마만큼 씁니까?

    “아침 6시부터 12시까지. 하루에 20매 씁니다. 주말도 없어요.”

    -중요한 건 뭐죠?

    “분량입니다. 꾸역꾸역 20매씩 열 달을 써요. 두 달은 쉬고요.”

    -요즘 머리를 맴도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이유 없는 불행이 닥쳤을 때 인간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성경에 나오는 욥의 체험이죠. 큰 불행을 겪은 이후 생존자들은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는 게 아니거든요. 상처 입은 인간이 어떻게 삶을 이어가는 지,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나오는지 귀 기울이고 싶어요.”

    -역사 소설 분야에서 제대로 된 문학 비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은 없습니까?

    “팔자라고 생각합니다(웃음). 내 소설을 비평하려면 평론가들이 내가 읽어낸 텍스트를 읽어야 하는데, 그게 너무 장편들이라 쉽지 않죠. 소설 ‘정도전'을 비평하려면 ‘삼봉집'을 읽어내야 하니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이번 소설 ‘거짓말이다'는 비평할 수 있을까요?

    “이번 소설도 저는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봐요. 박지원도 르포 방식으로 ‘열하일기'를 썼거든요. 정확하게 쓰려고 했기 때문에 비루한 것 더러운 것까지 거르지 않고 다 썼어요. 정조가 그걸 싫어했죠(웃음). 정확하게 쓰는 건 좋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저는 조선 시대 문인들의 르포 문체를 공부했기 때문에, 이번 소설도 그 맥락에서 정확하게 쓰려고 했어요.”

    -소설가 김탁환에게 역사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역사는 거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역사는 인간을 발견하는 저수지라고 생각해요. 내가 살다가 힘든 문제가 생기면, 나 같은 질문을 했던 사람이 없나 깊이 들여다보는 거죠. 다행히 저는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거대한 저수지가 있어요.”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는 김탁환./사진=이태경 기자
    소설을 완성하는 것이 유일한 꿈이라는 김탁환./사진=이태경 기자
    -가장 사랑했던 시기는 언제인가요?

    “과도기요. 과도기엔 이상한 이야기, 이상한 인간들이 많아요. 저는 정조와 개화기 시대를 많이 썼어요. 그런데 내가 진짜 쓰고 싶은 시대는 정조와 개화기 사이, 정조와 개화기가 만나는 시기예요. 사실 그 시대가 암흑기라고 할 수 있어요. 뭘 해도 안되는 시기, 그래서 민란의 시기죠.

    왕들은 개판을 치고, 세도 정치 밑에서 백성들은 굶어 죽고. 정치적으로 해결이 안 되는 시기에서 처음으로 홍경래의 난이 일어났고 마지막으로 동학 농민 운동이 있었던 거죠. 그 어둠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요. 그 어둠… 굶어 죽고 민란 실패해서 죽고, 그런 불행이 반복되는 시기에 애착이 가요. ”

    -태평성대는 관심이 없습니까? 세종 시대라든지...

    “(웃음) 안 쓸 겁니다. 비극적이지 않잖아요.”

    -글을 잘 쓰려면 무엇이 중요한가요?

    “지금은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만나는 게 중요합니다. 조지 오웰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 행복한가요?

    “글 쓰고 있을 때 행복합니다.”

    -꿈이 무엇인가요?

    “이번 작품을 완성하는 게 꿈입니다. 다음 작품을 잘 쓰는 게 꿈입니다. 이번 생애는 그게 다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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