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스마트폰 ‘스카이 IM-100(아임백)’을 들고 국내 휴대폰 시장에 복귀한 팬택이 12년 만에 다시 벤처기업 자격을 획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각종 정부 지원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벤처기업의 입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것이다.

2일 기술보증기금이 운영하는 벤처 확인·공시 시스템 ‘벤처인’에 따르면 팬택은 올해 7월 20일부로 벤처기업 인증(확인번호 20160108601)을 받았다. 유효기간은 2년 후인 2018년 7월 19일까지다. 벤처기업 자격을 계속 유지하려면 2년 후 재심사를 거쳐 유효기간을 갱신해야 한다.

서울 상암동에 있는 팬택 본사 전경

정부가 지난 1998년 도입한 벤처기업 확인제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제시된 요건을 충족하는 사업자에게 세제 감면, 특허 우선심사 등의 혜택을 주는 제도다. 지난해 파산 위기에서 간신히 벗어난 팬택은 올해 들어 작아진 회사 크기를 고려해 벤처기업 등록을 추진해왔다. (☞관련 기사 [단독] 팬택, 다시 '벤처' 등록 추진한다...'주변 환경은 가시밭길')

벤처 유형은 크게 벤처투자기업, 연구개발기업, 기술평가보증기업, 기술평가대출기업, 예비벤처기업 등 5가지로 나뉜다. 기술보증기금이 전체 벤처기업 확인 업무의 약 80%를 맡고 있다. 중소기업진흥공단과 한국벤처캐피탈협회도 벤처 확인기관이다.

이중 팬택은 기술평가보증기업으로 인증을 받았다. 기술보증기금 관계자는 “기술성 평가에서 총점 65점 이상을 얻어야 기술평가보증기업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팬택은 이 기준을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25년 간 축적된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기술성 평가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정준 팬택 대표 겸 경영위원회 의장(쏠리드 대표이사 사장)이 팬택의 이번 벤처기업 등록을 주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대표는 현재 벤처기업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외환 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KT 연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쏠리드를 설립하고 연매출 2000억원대의 중견기업으로 키운 인물이다. 지난해 2월 벤처기업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벤처인 캡처

박병엽 전 부회장이 1991년 창업한 팬택은 2001년 현대큐리텔을 인수하면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 규모로는 이미 2001년부터 벤처기업 범위를 넘어섰으나 법에서 정한 유예기간(중소기업기본법 제2조 3항) 규정에 따라 2004년까지는 벤처기업 자격이 유지됐다. 이후 12년 만에 다시 벤처기업이 된 셈이다.

팬택은 한때 3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벤처 신화’의 표본으로 불렸다. 직원 수도 3900명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2005년 휴대폰 제조사 SK텔레텍을 3000억원에 인수한 다음 자금 사정이 악화돼 2007년과 2014년 두 차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에 들어갔다.

청산 위기에 몰렸던 팬택은 지난해 통신장비 업체 쏠리드와 광학기기 업체 옵티스로 구성된 컨소시엄에 극적으로 인수됐다.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올해 6월 보급형 스마트폰 스카이 IM-100을 국내 휴대폰 시장에 출시했다. 현재 스카이 IM-100은 하루 평균 3000여대씩 팔리며 선방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는 최근 조선비즈와 만난 자리에서 “올해 안에 인도네시아나 중동, 미국 등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인도네시아 진출 소식을 가장 먼저 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카이 IM-100을 전용 액세서리 ‘스톤’ 위에 올려두고 무선충전을 하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