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㊲ 바른, 경인운하 담합 소송에서 SK건설 구원...공정위 변론한 강호 역부족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6.08.01 08:30

    공정거래위원회가 초대형 국책사업 입찰 과정에서 발생한 담합 행위를 적발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경인운하사업 담합 처분이 법원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윤성원)는 SK건설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담합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지난 21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SK건설의 변론을 맡았다. 바른은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 허술한 점을 파고들어 승소를 이끌었다. 담합 등 공정위 관할 사건의 경우 공정위가 1심 역할을 한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고등법원에서 판단을 내린다.

    공정위는 경인운하사업 등 입찰에서 대형건설사들이 공구분할 합의를 했다며 2014년 4월 3일 SK건설 등 11개 건설사들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99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K건설은 56억원의 과징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

    경인운하 조감도/공정위 제공
    경인운하 조감도/공정위 제공
    SK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등은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은 경인운하 담합 처분에 대한 법원의 첫 판결이어서 다른 건설사 판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쟁점은 SK건설 임원이 다른 건설사 임원과 가진 모임에 참석했는지와 이 모임에서 이뤄진 정보교환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 공정위 KO시킨 ‘바른’

    바른은 박재필(55·사법연수원 16기), 백광현(40·〃36기), 한정현(37·〃37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박 변호사는 1987년 판사로 임용된 후 2009년 2월 서울지방법원 부장판사로 퇴임할 때까지 22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박 변호사는 2009년 3월부터 바른의 구성원 변호사로 합류했다.

    백 변호사는 2007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9년 동안 담합 등 공정거래 분야에서 활동했다. 한 변호사는 2008년 공정위 행정사무관을 지낸 뒤 2013년 바른에 합류했다.

    바른 박재필(왼쪽부터), 백광현, 한정현 변호사/바른 홈페이지 캡쳐
    바른 박재필(왼쪽부터), 백광현, 한정현 변호사/바른 홈페이지 캡쳐
    변호인단은 공정위 조사의 허점을 파고들어 정면승부를 벌였다. 법원은 바른이 문제제기한 대부분의 쟁점을 모두 받아들였다. 초반부터 공정위에 치명타를 입은 셈이다.

    공정위는 2009년 1월 7일 SK건설 S상무가 강남구 역삼동 일식집에서 열린 6개 건설사 모임에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이 모임의 일시와 장소에 대한 반박에 성공하며 연타를 날렸다. 변호인단은 S상무의 카드내역부터 확인했다. 6년 전 일이어서 카드내역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지만 공정위가 모임이 있었다고 지적한 날의 카드 내역을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S상무는 그날 경기도 화성에서 사용한 신용카드 내역을 법원에 제출했다. S상무는 아내와 함께 여행 중이었다는 증거도 함께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S상무가 2008년 12월까지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2009년 1월 28일 SK건설에 입사했다며 S상무가 SK 입사 전인 2009년 1월 7일 모임에 참석했다고 밝힌 공정위의 내용을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작은 증언도 놓치지 않았다. GS건설 참석자가 “공정위가 문제 삼은 모임일자가 2009년 1월 7일이 아니라 2008년 말경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한 것을 듣고 “(담합을 위한)모임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내세웠다.

    재판부는 “SK건설 등 6개사의 정보교환행위와 공구분할 합의를 위한 모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바른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바른은 “모임이 인정된다고 가정해도 공정위가 문제삼은 것은 정보교환일 뿐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담합)가 아니다”라며 최종 목표지점으로 향했다.

    공정위의 현대건설 임원 진술조서(발췌)/공정위 제공
    공정위의 현대건설 임원 진술조서(발췌)/공정위 제공
    변호인단은 “현대건설과 GS건설이 기존에 수행하던 공사의 연고권을 주장해 1공구, 3공구를 선점했고 삼성물산은 2공구가 유력하다는 보도 등이 있었기 때문에 6개사 상무들이 모여 각사 희망공구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고 이런 정황만으로 담합으로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인운하사업의 경우 1개 업체가 1개 공구 입찰에만 참가할 수 있다는 ‘1개사 1공구’ 원칙이 적용돼 SK건설이 다른 유력한 경쟁자들이 선점한 제1~3공구를 피해 제6공구에 참여한 것은 담합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행위라는 것이었다.

    결국 재판부는 “6개사의 정보교환행위와 이 사건 모임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정보교환일 뿐 담합으로 단정짓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 추측, 증거 부족 등 지적 당한 공정위...공정거래 전문 ‘강호’도 소용없어

    공정위는 조사 과정에서 6개사 임원들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수년 전 모임이어서 날짜, 참석자 등 진술이 불일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혐의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일시와 장소가 일치해야 하는데, 공정위가 스스로 부실 조사임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정위 주장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 여러 차례 지적했다.

    공정위는 6공구에 참여한 기업의 투찰률이 모두 90%에 근접하며 그 차이가 근소해 가격 담합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SK건설은 2669억 7800만원, 대림산업은 2668억9000만원, 대우건설은 2671억3000만원을 써내 투찰률 차이가 0.1% 미만으로 근소하지만, 발주처가 투찰률을 90% 이하로 할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권장한 사실이 있다”며 공정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정욱 강호 대표변호사/강호 홈페이지 캡쳐
    조정욱 강호 대표변호사/강호 홈페이지 캡쳐
    공정위는 “이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발주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인천도시철도 2호선 사업’, ’대구도시철도 3호선 건설공사 사업’ 등에서 SK건설 등 주요 건설사들이 공구분할 합의에 의한 담합을 한 사실이 있다”며 “이번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공동행위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정위가 제시한 증거로는 담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 전문인 법무법인 강호의 조정욱(45·〃27기) 변호사를 투입했다.

    조 변호사는 수조원의 국방 예산이 투입된 ‘장보고-Ⅲ 잠수함 연구개발 사업 담합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김앤장, 태평양, 광장, 율촌 등을 상대로 공정위를 패소의 늪에서 구하는 등 선전했지만 이번 소송에선 역부족이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조 변호사는 2001년 율촌에서 변호사를 시작했다. 조 변호사는 미국 버클리대학교 법과대학원 법학석사(LL.M.)를 받고 미국 ‘타운센드 앤드 타운센드 앤드 크루’(Townsend and Townsend and Crew LLP)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7년 법무법인 강호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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