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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R&D 예산 받는 클러스터 100여곳… 선심쓰듯 전국에 '남발'

  • 전주=김강한 기자
  • 입력 : 2016.07.27 03:12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제2부] 정부예산 잡아먹는 특구·클러스터

    - "클러스터 공화국 될 판"
    송도·오송·나주·영주·안동… R&D 자생력 부족한데도
    지자체들 경쟁하듯 연구단지 유치 "지역 정치인들 치적 쌓기용"

    - 이렇다 할 성과는 없어
    연구소·첨단기업 들어오지 않아 대부분 사무실 절반 이상 비어

    전북 전주시 덕진구 첨단산업단지 내에 있는 효성 탄소 연구 창업보육센터. 지난달 15일 한창 일할 시간에도 이곳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센터 직원은 "사무실 20곳 가운데 절반이 비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센터는 지난해 8월 미래창조과학부가 지정한 전북 연구개발(R&D) 특구(전북특구) 내 요지에 있다. 연구소 기업이나 첨단기술 기업이 입주하면 3년 동안 법인세, 재산세와 취득세가 면제된다. 사무실 입주 비용도 한 달에 3.3㎡당 1만~3만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이는 가물에 콩 나듯 드물다. 센터 측은 "한 달에 한두 명이 입주 문의를 한다"면서 "그마저도 대부분 탄소 관련 연구소 기업을 차리겠다는 사람들이 아닌 (사무실 임대비가 싸니까) 임대 목적으로 문의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R&D 기반 부족한데도 경쟁하듯 '특구' 지정

    전북 특구는 융복합 소재·부품, 농생명융합 연구 및 사업화 촉진을 목적으로 전주·정읍·완주군 등 전북 3개 지역 16.3㎢를 묶어 만들었다. 2010년과 2013년 연속으로 특구 지정에 도전했다가 실패했고, 지난해 기준을 통과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R&D 기반이 취약한 탓에 벌써부터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특구 지정 당시 전북 지역 내 기업 수는 397개로, 대덕연구단지(800개)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렇다 보니 현재 연구소 기업을 위해 마련된 사무실 30여곳에도 지난달 말까지 겨우 10개가 입주했을 뿐이다.

    지난해 8월 전북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전주시 내 특구 부지가 지난달에도 여전히 공터로 비어 있는 모습. 연구 기반과 교통 인프라, 주거 환경 등의 문제로 전북특구를 찾는 연구 인력은 드물다.
    지난해 8월 전북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전주시 내 특구 부지가 지난달에도 여전히 공터로 비어 있는 모습. 연구 기반과 교통 인프라, 주거 환경 등의 문제로 전북특구를 찾는 연구 인력은 드물다. /전주=김영근 기자
    전북뿐만이 아니다. 현재 전국에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R&D를 강조한 산·학·연 복합단지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산업단지 내 클러스터 84개를 포함, 전국적으로 100여개가 넘는다.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클러스터를 만들면서 정부는 현재 전국에 클러스터가 몇 개인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구와 클러스터, 산업단지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클러스터들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오송과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는 민간병원을 유치해 '개발-임상-사업화'로 이어지는 의료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려 했지만 지금까지 민간 대형 병원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다. 결국 2019년까지 국비 300억원을 들여 작은 규모의 임상시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송도 u-IT 클러스터, 나주 혁신도시 클러스터, 영주 베어링 클러스터, 익산 식품 클러스터 등이 조성됐거나 조성 중이다. 김광구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부가 그동안 연구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지역에 물량 공세하듯 여기저기 클러스터를 뿌려 놓았다"며 "이러다간 클러스터 공화국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지역 정치인들의 지자체 홍보 위해 클러스터 추진

    R&D를 할 여건도 안 되는 곳에서 지방 R&D 특구와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배경엔 이를 자기 치적으로 삼으려는 지역 정치인들이 있다. 한 정부 출연 연구소 소장은 "R&D 특구 지정이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에겐 최고의 홍보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광역시는 최근 몇 년 새 지역 국회의원들과 지자체장들이 "특화 산업을 키우는 R&D 특구를 만들겠다"며 6개의 정부 출연 연구소 분원을 유치했다.

    하지만 '특화 산업을 키운다'는 취지와 달리 기초과학지원연구원·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한의학연구원, 한국생산기술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기계연구원 등으로 서로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 연구 기관들만 모였다. 특구 신청 요건을 맞추기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R&D 기관을 유치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일을 추진하다 보니 처음 의도했던 지역 경제 발전과 지역 R&D 역량 강화라는 목표는 요원하기만 하다. 전남 화순의 백신산업특구는 2005년 녹십자 백신 공장을 유치하고 2010년 특구 지정을 받아 예산 1496억원을 투입했지만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은 거의 유치하지 못했다. SK케미칼의 백신 공장이 들어선 경북 안동에서도 백신 특구 지정을 받겠다며 1000억원을 들여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를 건립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기업 유치는 쉽지 않은 형편이다. 한 제약사 연구소장은 "연구소가 경기도에만 있어도 R&D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데 누가 지방까지 가려고 하겠느냐"면서 "전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을 좋지만 현실 여건과 괴리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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