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전세' 7년 6개월 만에 꺾였다

조선일보
  • 이석우 기자
    입력 2016.07.27 03:04 | 수정 2016.07.27 08:15

    [오늘의 세상]
    서울 아파트 매매값 대비 전셋값, 7월 74.8%… 0.3%p 하락

    강남 집주인들 "보증금 내려요" - 연초 8억원 웃돌던 잠실 아파트
    4000만원 내려간 7억원대 후반… 전문가 "상승 추세 꺾이기 시작"

    신규 주택 입주 늘며 공급량 증가 - 강남은 하남·위례신도시 영향
    대구도 상반기 1만7000가구 입주… 일부 지역선 逆전세난 우려도

    "올 초만 해도 전셋집은 중개업소에서 찾아보기 어려웠어요. 모두 반(半)전셋집밖에 없었죠. 하지만 한두 달 전부터 전셋집들이 매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전세 보증금을 내리겠다는 집주인도 있네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아파트 단지의 A공인중개사무소 김모(48) 사장은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구해 달라고 난린데, 예전 전세금 수준으로는 세입자를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단지의 84㎡(이하 전용면적)의 전세 보증금은 올 초 8억원대 초반에서, 최근 7억원대 후반으로 3000만~4000만원 떨어졌다. 인근 서초구 상황도 비슷하다. 잠원동 강변아파트(66㎡)의 경우 전세 시세가 올 초 4억8000만원에서 현재 4억2000만~3000만원 선에 형성됐다.

    집값을 넘어설 기세로 치솟던 전세금 상승세가 확연하게 꺾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7월 서울 아파트의 매매 가격 대비 전세 가격 비율(전세가율)이 7년 6개월 만에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26일 밝혔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2009년 2월 38.3%를 기록한 이후 단 한 번도 내려간 적이 없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가격 대비 전세금의 비율 그래프
    그래픽=김성규 기자

    그러나 지난달 75.1%까지 올라갔던 전세가율은 이달 0.3%포인트 하락해 74.8%를 기록했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장은 "전세가율의 하락 폭 자체는 0.3%로 미세하지만 그 의미는 크다"면서 "단발성이 아니라 '자고 일어나면' 오르던 전세금 상승 추세가 꺾이기 시작한 신호탄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세는 확연히 꺾였다

    2000년대부터 전세금은 쉼 없이 올랐다. 무주택 세입자들은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주고, 일부는 전세금을 다 못 내 월세로 충당해야 하는 일이 7~8년째 이어졌다. 일각에선 '미친 전세'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그랬던 전세 시장이 안정되고 있다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조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국 전세금 상승률은 0.7%로 지난해 하반기 상승률(2.2%)의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대구의 경우 작년 하반기 전세금이 2.8% 올랐다가, 올 상반기에는 0.9% 떨어졌다.

    전세금 진정세의 가장 큰 이유는 주택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세시장에 '공급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강남권에서 전세금 하락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강남과 인접해 있는 경기도 하남미사지구와 위례신도시에서 작년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영향이 크다.

    부동산리서치회사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위례·하남에선 올해 2만여 가구가 입주한다. 위례신도시의 B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 강남권의 낡은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이 새 아파트를 찾아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대구는 2011년 이후 5년간 평균 입주 물량이 9100여 가구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1만7000가구가 입주했고, 연간 2만6000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시장도 결국 수요와 공급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년간 입주 물량 급증, '역전세난' 우려도

    전세 시장에선 당분간 안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과 후년 전국적으로 입주하는 아파트 가구 수는 평균 36만8000가구로 2015년 이전 평균 5년간 입주 물량(22만 가구)보다 50% 이상 많다. 전세 주택 공급량이 충분한 것이다.

    문제는 일부 지역에선 주택 입주량이 과도하게 증가하면서 '역전세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역전세난은 전세금이 갑자기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현상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일부 지역에선 전세금이 집값의 80~90% 안팎까지 치솟으면서, 집값과 전세금의 차액(갭·GAP)만큼만 투자해 집을 여러 채 구입하는 '갭 투자'가 유행하기도 했다. 일종의 투기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전세금이 떨어지고, 공급 과잉으로 주택 가격까지 하락하면 집주인이 순식간에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채무불이행(Default) 상태에 놓일 수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역전세난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선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떼이지 않도록 전세보증 상품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전세 하락 장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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