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외선으로 음식을 익히는 조리기구 '자이글'은 홈쇼핑에 등장할 때마다 매진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 연기와 냄새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벤처기업 자이글은 2008년 회사 이름과 같은 이 제품을 출시한 지 7년 만인 작년 매출 1019억원을 달성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기업협회는 21일 국내 벤처기업 8만2178개 중 474곳이 작년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10년 전인 2005년(78곳)과 비교하면 7배 증가했다. 이날 발표한 '매출 1000억 벤처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작년 처음으로 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한 기업은 55곳으로, 2014년 42곳보다 10곳 이상 늘었다. 중기청은 "연 매출 1000억원을 넘긴 벤처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바탕으로 창업 초기에 해외에 진출한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희(45) 자이글 대표는 "기술 선점을 위해 전 세계 42개국에 특허를 출원했고, 창업 3년 만에 일본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변신 자동차로봇 장난감 '터닝메카드' 등을 판매하는 완구업체 손오공도 창업 20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한동안 성장이 멈춰 있었던 손오공은 지난 2013년부터 300억원을 R&D에 쏟아부으며 변신 자동차로봇 등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화장품 업체 카버코리아는 피부 관리실이나 병·의원에서 사용하는 고(高)기능성 화장품으로 작년 매출 1565억원을 올렸다. 이 화장품은 국내뿐 아니라 중국·미국·일본에서도 판매 호조를 보였으며, 미국 골드만삭스와 베인 캐피털 사모펀드가 6억7500만달러(약 7671억원)에 카버코리아를 인수했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크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벤처 매출이 계속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성장동력이 살아있다는 의미"라며 "매출 1000억 기업의 성공 노하우를 후발 창업 기업들도 배울 수 있도록 다양한 교류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