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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속으로] 재벌 지배력 강화 '자사주 꼼수' 막는法...박용진 의원 발의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6.07.18 06:00 | 수정 : 2016.07.18 06:47

    자사주 인적분할 후 신주 배정으로 ‘대주주 지배력’ 강화…국회 “신주배정 금지하자”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대한항공을 지주회사(한진칼)와 사업회사(대한항공)로 나눴다. 인적분할<키워드 참조> 방식의 회사 나누기로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자사주 주식 6.75%를 갖게 됐다. 이후 한진칼에 승계된 대한항공 자사주 6.75%는, 그 비율만큼 사업회사로 된 대한항공의 신주 배정 발행을 이끌었다. 이 과정에서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기존에 보유한 대한항공 대주주지분율 9.87%에 인적분할로 생긴 대한항공 신주 지분(6.75%)를 합쳐 총 지분을 16.62%까지 늘렸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회삿돈을 이용해 지분율을 대폭 높여 그룹 지배권을 강화한 것이다.

    시민단체들과 정치권은 한진그룹의 사례가 향후 다른 대기업들의 사업 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삼성 등 대기업들이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지면서 한진그룹처럼 자사주를 이용한 악용 사례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재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의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일러스트=조선DB
    대기업의 자사주를 이용한 인적분할/일러스트=조선DB
    ◆ 자사주 매입·취득 규제 완화 대기업 비중 늘려…'자사주 꼼수’ 부작용

    20대 국회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각종 ‘기업 규제’ 법안을 발의하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자사주 활용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자사주는 기업에서 발행한 주식을 회삿돈으로 다시 매입하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는 투자 목적과 배당 때문이다. 회사의 주가가 오를 경우를 대비해 스스로 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발표하면 주가에 호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의 상황을 제일 잘 아는 회사 자신이 스스로 주식을 산다는 건 미래에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 후 소각하면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줄어들면서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 배당이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현금을 준다면, 자사주는 주가 상승을 통해 간접적으로 현금을 주는 간접 배당이라고 할 수 있다.

    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처분은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회사가 군소주주로부터 자사주를 취득하면 취득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제한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이 확대되는 반사 효과가 생긴다. 또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대주주의 우호세력(백기사)에게 양도하면 의결권이 다시 생기면서 적대적 M&A(인수·합병) 세력의 의결권을 약화시킬 수도 있다.

    자사주는 회사 합병과 분할로 인한 지주회사 전환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자사주 매입과 처분의 장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지난 2011년 자사주 매입·처분 요건을 완화했다. 정부의 개정 전 상법은 제342조를 통해 매입한 자사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처분하게 했다. 하지만 정부는 법의 자사주 처분 의무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회사가 매입한 자사주를 계속 보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자사주 처분도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가능하게 됐다. 개정 후 상법 제342조 제1항은 자사주 처분의 경우 처분할 상대방 결정 및 처분 방법을 회사의 정관 혹은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명시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대기업들의 자사수 매입 비중은 늘어났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3년까지 연간 2조원 내외 수준에 불과했던 코스피 상장사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14년 3조5000억원, 2015년 4조3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대기업에 대한 자사주 매입과 처분의 자율성 확대는 부작용도 가져왔다. 바로 ‘자사주 꼼수’다. 자사주는 현행 상법에 따라 의결권과 배당권이 없다. 그러나 자사주를 이용해 회사를 인적분할을 할 경우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한다. 인적분할은 기업의 분할 방식 중 하나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기존(분할)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사주를 10%를 갖고 있는 회사가 지주회사 A와 사업회사 B로 ‘인적분할’을 하면 지주회사 A는 기존 자사주 10%를 그대로 계승한다. 그런데 여기서 A회사는 10% 자사주 계승과 함께 그 비율만큼 B회사의 신주를 가지게 된다. A회사가 가진 10%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B회사가 갖는 신주는 ‘의결권’이 생긴다. 이것이 자사주 의결권 부활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대주주는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보유 주식만큼 회사를 지배할 수 있다. 또 더 나아가 추가로 더 돈을 들이지 않고 자사주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A회사를 통해 B회사도 지배할 수 있다. 기업 총수들이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회삿돈을 이용해 지분율을 대폭 높여 그룹 전체를 손쉽게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야당은 이러한 자사주 인적분할의 신주 발행을 통한 의결권 부할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시켜 소유 구조를 왜곡시키고, 주주 평등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자사주 꼼수’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다. 이 방법은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 법 테두리 내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다. 현행 상법은 자사주 처분에 대해 회사에 자율성을 주고 있어 자사주 인적분할에 대한 신주배정 여부를 정확하게 규정짓지 않고 있다.

    법이 규정 짓지 않고 있는 탓에 자사주 인적분할 신주배정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 해석의 차이도 발생한다. 자사주를 자산 거래로 볼 것인가에 대한 판단이다. 자사주를 자산으로 분류하는 시각은 주식이라는 것을 발행하면 유가증권 가치를 가지게 되기 때문에 자사주도 바로 팔아서 현금화할 수 있는 회사의 ‘자산’으로 분류한다. 자사주를 현금화 자산으로 정의하면 당연히 신주배정이 가능해진다.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자사주 인적분할으로 신주배정을 해온 것은 이러한 시각을 근거로 삼은 것이다.

    반면 자사주를 회사의 자본을 차감하는 미발행주식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있다. 회사가 회삿돈으로 산 주식인 탓에 자본을 차감한 일종의 ‘감자’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사주를 정의하면 미발행주식으로 부류됨에 따라 인적분할시 신주배정은 가능하지 않다.

    이같은 자사주에 대한 정의 차이는 해외 법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일본은 자사주를 ‘자산’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자사주의 자산성은 인정하지만 부작용을 막기 위해 자사주의 신주배정은 특별 규정을 둬 금지하고 있다. 미국은 주(州)마다 다른 회사법을 적용하고 있다. 자사주를 미발행주식으로 정의해 신주배정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주가 있는 반면 자사주 처분에 대해 신주배정 등 완전 자율성을 보장하고, 기관 투자자들이 악용 사례에 대해서만 소송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곳도 있다.

    ◆ ‘자사주 꼼수’ 부작용 막아야…20대 국회 신주배정 금지법 발의

    20대 국회의원들 중에는 자사주 개념에 대한 해석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현재 발생하고 있는 부작용은 일단 막아야 한다고 보는 의원들이 있다. 상법에 자사주 인적분할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조항을 명확하게 명시하거나 신주배정에 대한 ‘패널티(기업 부담)’을 주자는 의견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3일 회사의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영선 의원도 앞서 자사주에 신주를 배정할 경우 양도손익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과세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행법은 5년 이상 내국법인이 분할사업 부분의 자산 및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면서 분할법인의 출자만으로 나눠질 경우 양도손익이 없는 것으로 보고 법인세를 면제하고 있다. 박영선 의원의 개정안은 면제를 없애고, 양도손익에 대한 법인세를 부과해 기업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 세금 부담으로 자사주 분할신주의 악용을 막겠다는 의도다.

    두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비중 확대 행보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개정안은 향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도 겨냥하고 있어 주목된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대규모 자사주 매입을 단행한 뒤 인적분할을 거쳐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그룹도 같은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올해 4월 기준 상호출자제한집단기업 자사주 보유 현황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SK그룹은 자사주 보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삼성그룹은 자사주 총액이 39조4600억원으로 1위를 기록했으며, SK그룹은 6조388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29조6800억원, 삼성생명보험이 2조3897억원의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

    박용진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의 자사주 보유현황 자료(왼쪽 그룹별 순위, 오른쪽 회사별 순위 , 2016년 4월 1일 기준)
    박용진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의 자사주 보유현황 자료(왼쪽 그룹별 순위, 오른쪽 회사별 순위 , 2016년 4월 1일 기준)

    ◆ 전문가들, 문제 의식은 동의…해결 방법엔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자사주의 인적분할에 대한 신주배정에 대해서는 악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 대해선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악용에 대한 해결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개혁연대 소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우리나라 자사주 취득에 대한 상법은 2011년 소각 목적의 자사주 취득을 원칙으로 하는 유럽식에서 소각 외 취득도 허용하게 하는 미국식 법으로의 방향 이동을 한 것이다”면서도 “자사주 매입과 취득에 자율성을 주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우리나라는 경영권 방어 이벤트로 오남용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야당에서는 자사주 인적분할에 대한 규제 강화 법안을 발의했는데, 이것은 정책적인 판단이다”며”규제강화는 최후의 수단으로 놓고 일단 이사회와 기관 투자자들에 대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작동하게 하는 방안도 합리적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제연구원의 신석훈 연구위원은 “자사주 인적분할은 기업들이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실질적으로 많이 해온 것인데, 갑가지 규제를 하는 것은 정부가 지주회사로 가는 것을 장려하는 현재의 추세와 맞지 않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삼현 숭실대 교수는 “자사주의 인적분할에 대한 제 3자 배정은 경영상 필요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배임죄로 형사처벌하면 될 수도 있는 문제다”며 “규제 방안이 옥상옥(屋上屋)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도 대기업의 자사주를 통한 지배권 강화에 대한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자사주 의결권 부할’ 토론회에서 “2011년 개정 상법에서 자사주 취득을 허용한 것은 대주주가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이용하는 것을 허용한 취지가 아니다”고 의견을 제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이 자리에서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을 통해 나타나는 지배주주의 지배권 강화, 소수주주권 침해 등의 현상에 대한 적절한 문제 제기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개선방안 마련시, 소수주주권 보호라는 목적과 함께 기업 구조조정 위축, 지주회사라는 회사 조직 선택 기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 인적분할
    기업을 분할하는 방식으로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있다. 인적분할은 기존(분할)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인적분할한 회사들은 법적으로 독립된 회사가 된다. 이와 달리 물적분할은 기존회사가 새로 만들어진 회사의 주식을 소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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