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와 공실 탓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상가·오피스 재건축 바람이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신축 이후 높은 임대 수익을 기대하며 재건축을 추진했던 일부 기업과 상가 건물주들은 공실 걱정에 신축 계획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있다. 값비싼 비용을 들여 건물을 새로 지어놓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할 경우 임대 수익은커녕 건물 이미지만 나빠질까 우려해서다.

◆ 오피스는 공실 탓, 상가는 경기 침체 역풍

에너지기업 삼천리(004690)는 2012년부터 추진해온 사옥 신축 계획을 최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삼천리 관계자는 “사옥 신축을 위해 건축 설계를 마치고 서울시로부터 건축 허가도 받았지만, 더는 사옥 신축 논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기업 삼천리는 2012년부터 추진하던 사옥 신축 계획을 최근 백지화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삼천리사옥은 지난 1983년 지어진 지하 2층, 지상 10층 건물이다. 삼천리는 낡은 사옥을 지하 6층, 지상 21층 높이로 새로 짓고, 남는 공간을 활용해 임대 수익을 올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의도의 높은 오피스 공실률이 사옥을 신축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삼천리 관계자는 “여의도에 공실이 너무 많아 신축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감정원이 연면적 3만3000㎡ 이상이거나 21층 이상인 프라임급(최상급)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여의도권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14.9%로, 도심권(10.2%), 강남권(7.8%), 서울 전체(11.1%) 공실률보다 높았다. 지난 2012년 급증한 여의도 오피스빌딩 공실률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삼천리사옥 바로 옆에 있는 여의도종합상가 역시 재건축 논의가 있었지만 최근 중단됐다. 여의도종합상가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상인 이모 씨는 “경기도 안 좋은데 건물을 새로 짓는다고 장사가 잘되겠냐”며 “괜히 추가로 돈을 들이는 것보다 그냥 이대로 영업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1979년에 지어진 지상 5층 높이의 이 건물에는 음식점·옷가게 등 70여개의 매장이 들어와 있다. 이 상가 건물을 분양받은 소유자들은 2~3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는데, 경기 침체 탓에 재건축하더라도 이후 수익을 낼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금융·증권회사의 다운사이징(기업 규모 축소) 영향으로 여의도 일대 직장인들의 회식이 줄어든 것도 재건축 계획 취소에 영향을 미쳤다. 신축 이후 상가에서 목 좋은 곳을 차지하려는 수분양자들끼리의 다툼도 있었다.

◆ 여의도권역 오피스 공실률 해소 요원

여의도의 높은 공실률은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국제금융센터(IFC) 때문이다. 작년 3월 완공한 IFC3의 공실률은 70%를 웃돌고 있다. 실제로 IFC3를 찾아가 보면, 로비에 있는 입주기업 안내표지판은 대부분이 텅텅 빈 상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IFC3의 공실 해소와 여의도권역의 공실 해소가 장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여의도 IFC3 1층에 있는 입주기업 안내표지판. 건물 대부분이 비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용민 존스랑라살르(JLL) 팀장은 “IFC3의 공실을 제외하면 여의도 지역 공실률은 5% 안팎”이라면서 “IFC3의 공실만 해소하면 여의도 지역 공실률은 낮아지지만, IFC가 매각을 앞둔 만큼 임차인 모집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실을 해소하고자 값싼 임대료에 임차인을 들여왔다가는 자칫 매입희망자들에게 IFC 빌딩의 가치가 낮다고 평가될 수 있기 때문에 매각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IFC를 소유하고 있는 AIG그룹은 IFC 오피스타워 3개 동과 콘래드서울호텔, IFC몰을 매각하기로 하고 지난 4월 예비입찰을 진행하는 등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팀장은 “여의도 지역은 IFC1· 2·3의 입점으로 가뜩이나 상업용 부동산 물량이 대폭 늘어났는데, ‘파크원 프로젝트’도 시동을 걸고 있어 앞으로 오피스 과잉공급이 문제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파크원 프로젝트는 4만6000㎡의 여의도 통일주차장 부지에 지상 72층·56층 오피스 빌딩 2개 동과 30층 비즈니스호텔, 쇼핑몰 등을 짓는 사업이다. 2020년 완공될 예정인데, 이 빌딩이 준공되면 여의도 지역의 공실률은 한동안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금융·증권사의 다운사이징도 여의도 오피스·상가에 악재다. 이 팀장은 “여의도의 주 임차인은 금융·증권사인데,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두 회사가 합병하면서 본점을 도심지역으로 옮기겠다고 하는 상황”이라며 “신규 증권사가 여의도로 들어오리라 전망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