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진경준 커넥션] 2005년 넥슨엔 어떤 일이 있었나…5가지 사건의 재구성

조선비즈
  • 박성우 기자
    입력 2016.07.14 06:00 | 수정 2016.07.14 18:01

    2005년 어느 날.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진경준 검사, 김상헌 당시 LG그룹 법무팀 부사장(현 네이버 대표), 박성준 보스턴컨설팅그룹 이사(전 NXC 감사)가 모였다. 김정주 창업자는 이들 3명에게 각각 4억2500만원을 빌려주고 비상장 주식 1만주씩을 살 수 있게 했다. 진 검사는 이후 검사장이 됐고 지난해 10년 전 매입한 넥슨 주식 1만주를 126억원에 매도해 12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왼쪽부터 김정주 넥슨 창업자, 진경준 검사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 박성준 전 NXC 감사
    김정주 넥슨 창업자 겸 회장은 왜 회사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이들에게 비상장 주식 매입을 지원했을까? 넥슨 측은 “당시 주식 매도자가 수일 내에 주식 매매대금이 모두 입금되기를 원하는 급박한 상황이었고 진 검사장 등 주식 매수인들의 빠른 거래를 위해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넥슨에 정통한 관계자는 “성공에 대한 보상 문제로 임직원들과 갈등을 빚던 2005년 당시 넥슨의 내부 상황을 알고 있다면, 잘 이해할 수 없는 거래”라고 말했다.검찰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뇌물혐의’ 적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넥슨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5가지 사건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① 대박친 넥슨, 인색했던 성공 보상

    1994년 설립된 넥슨은 이듬해 역할수행게임(RPG) ‘바람의나라’를 선보이며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다. 이후 2000년 들어서는 ‘메이플스토리’(2003년) ‘카트라이더’(2004년), ‘던전앤파이터’(2005년), ‘피파온라인’(2006년)을 연타로 히트 시키며 업계 상위 게임사 자리를 공고히 했다. 2000년 124억원이던 매출은 2005년 2177억원으로 17배 늘었다. 넥슨은 한국거래소의 상장 기준을 뛰어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와 정상원 당시 넥슨 대표(뒤)
    2005년 당시 넥슨의 매출은 크게 늘었지만, 회사는 그야말로 ‘분열’의 시기였다. 2000년 7월 코스닥에 상장해 성공을 직원들과 공유한 엔씨소프트와 달리, 넥슨은 상장 계획조차 나오지 않아 직원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져갔다. 2004년 6월에는 ‘넥슨 큰형님’으로 불리던 정상원이 넥슨을 떠났고 이후 1년 만에 60여명의 핵심 인력이 빠져나갔다. 모두의 불만은 상장이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당시 개발자 사이에서 상장으로 돈을 번 사람들이 늘면서 하루 아침에 서로의 처지가 달라졌다”며 “넥슨 개발자 등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넥슨 역사서 ‘플레이’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2002년 1월 한빛소프트가 상장했다. 2002년 10월 NHN이 상장했다. 2003년 5월 웹젠이 상장했다. 넥슨만 안 했다. 김정주는 요지부동이었다. 당시 대표였던 정상원은 창업상담을 하는 개발자를 잡을 방법이 없었다.”

    “2003년 말 정상원은 김정주와 독대했다. 지금이 아니라면 언젠가는 상장하겠다고 약속해주세요. 약속이 없다면 더 이상 대표 자리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넥슨은 2004년 2월 서원일을 후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이 시절 테헤란로에는 코스닥 상장붐이 셌다.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려 문제가 된 회사도 있었다. 넥슨은 샴페인을 터뜨릴 생각이 없어 문제였다.”

    ② 인수도 현금으로 했던 넥슨, 지분은 왜 진 검사장에게?

    넥슨은 2003년 4월 메이플스토리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메이플스토리는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7월 동시접속자는 10만명을 가볍게 넘었다. 김 대표는 메이플스토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2004년 9월 메이플스토리의 개발사인 위젯을 인수했다. 메이플스토리는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등에서 연달아 성공하며 넥슨의 대표 게임이 됐다.

    문제는 위젯을 사는 방식이었다. 김 대표는 약 400억 원의 현금을 지불했다. 넥슨이 가진 모든 현금으로 회사를 샀다. 넥슨 지분을 댓가로 주는 지분 교환이 아닌 현금 지급 방식을 넥슨 개발자들은 이해할 수 없었다. 위젯 창업자는 이승찬씨로 몇년 전까지만 해도 넥슨에서 한솥밥을 먹던 개발자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김정주 창업자는 상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결과는 뻔했다. 개발자들이 줄줄이 이탈했다.

    카트라이더 성공과 관련해 김정주 창업자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조선DB
    김정주 넥슨 창업자는 회사를 인수를 할 때도 현금을 사용할 만큼 지분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었다. 김 회장이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지분을 진 검사장 등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면서까지 매수를 알선했다는 것은 넥슨 회사의 당시 분위기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일각에서는 진 검사장의 당시 업무를 봤을 때 기업이슈와 관련된 ‘보험’을 들어놓은 결정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 검사장은 넥슨 비상장주를 매입한 2005년 6월에는 법무부 검찰국 검사였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기관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파견 근무를 했다. 2009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도 지냈다. 기업의 현금 거래와 비리를 수사하는 주요 보직이다.

    대검찰청 간부 출신 변호사는 “처음에는 투자로 이해했지만 회사가 주식 매입 대금까지 빌려줬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뇌물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가성 입증을 위해 관련자들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넥슨 관계자는 “2005년 당시 김 대표의 성공에 대한 분배와 보상방식에서 초기 개발자들과 갈등을 빚었다”며 “고생한 임직원들을 뒤로 하고 진 검사장 등 회사와 관련없는 사람들이 이득을 봤다는 점에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③ 2005년 정점 접대비 급증 왜?

    넥슨은 2005년부터 접대비의 지출을 크게 늘렸다. 지난 12일 재벌닷컴이 넥슨 지주회사인 NXC(분할법인 넥슨코리아 포함)의 연결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넥슨이 지출한 접대비는 모두 174억3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9200만원에 불과하던 접대비 지출액은 2005년 2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고, 2006년에는 전년의 4배가 넘는 8억8700만원으로 급증했다. 2012년 이후로는 매년 20억원 넘는 접대비를 쓴 것으로 파악됐다. 접대비 지출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3년으로 28억9100만원에 달했다.

    자료 = 재벌닷컴
    이는 경쟁업체인 엔씨소프트와 비교해도 월등히 많은 규모다. 2004년 이후 지난해까지 엔씨소프트의 총 접대비 지출액은 48억6600만원으로 연평균 4억550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넥슨의 연평균 접대비는 14억5325만원으로 엔씨소프트의 3배를 훌쩍 넘는다.

    두 회사의 매출액 대비 접대비 비율을 비교해도 2005년 이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2004∼2005년 매출액의 0.09% 수준을 유지하던 넥슨의 접대비 비율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동안 0.4% 수준으로 올랐다. 반면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의 접대비 비율은 매출액 대비 0.13∼0.15%에 그쳤다.

    검찰은 넥슨이 넥슨재팬의 일본 상장을 앞두고 진 검사장에게 주식 특혜 매입 기회를 준 것 외에도 다양한 편의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1일 넥슨의 일본 상장 업무에 관여했던 실무자 A씨를 소환해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검찰에서 진 검사장의 주식 보유 경위와 넥슨재팬의 상장 전후 상황, 유상증자 과정 전반에 대해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2005년 넥슨이 물적분할을 통해 게임개발사 넥슨과 지주사인 넥슨홀딩스로 회사를 나누는 큰 공사를 진행한다”며 “보통 회사에 큰 변화가 있는 만큼 각계각층에 사람들을 만나 접대하는 자리가 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④ 넥슨, 지배구조 개편도 2005년…LG와 닮은 수직화 왜?


    /조선DB
    “지난달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다음달 1일 부로 (주)넥슨을 투자 부문과 게임사업 부문으로 분리, 각각 (주)넥슨홀딩스와 (주)넥슨으로 개편하기로 결의했다.”

    지난 2005년 10월 1일 넥슨은 물적분할을 통해 넥슨과 넥슨홀딩스로 지배구조를 개편했다. 넥슨은 넥슨홀딩스 자회사로 운영되며, 넥슨홀딩스가 넥슨의 지분 100%를 소유하게
    이런 변화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넥슨이 일본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이후 넥슨은 넥슨홀딩스(현 NXC)→넥슨재팬(현 넥슨 일본법인, 지난 2002년 설립)→넥슨(현 넥슨코리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 기업지배 구조를 완성시켰다. 이후 6년 뒤 2011년 12월 넥슨 일본법인이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지주사로 전환했던 시기도 진 검사장, 김상헌 등에게 지분을 제공한 시기와 겹친다”며 “2005년 넥슨의 내부 상황만 놓고봐도 이들에게 지분을 지급한 게 단순한 주식거래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상헌 대표가 LG그룹 법무팀 부사장 시절 넥슨의 지배구조 개편을 도운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LG를 중심으로 수직계열 형태의 LG그룹의 지배구조와 NXC를 중심으로 하는 넥슨의 지배구조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두 회사는 모두 수직화된 지배구조를 통해 지분구조를 안정화했다.

    김상헌 대표는 LG시절 LG가 지주회사로 재편하는 법적 절차를 담당했다.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당시 국내에 생소했던 회사분할과 현물출자, 공개매수, 합병 등의 문제를 처리했다. 그가 담당했던 LG의 지주회사 전환사례는 다른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많은 대기업들은 ‘A→B→C→A’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순환출자는 오너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계열사가 부실해지면 다른 계열사들도 연쇄적으로 부실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그런 점에서 넥슨과 LG는 수직구조로 지분이 안정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⑤ 김정주 창업자와 김상헌 대표는 무슨 관계?

    김정주 창업자와 김상헌 대표는 서울대 선후배이기는 하지만, 김 창업자는 공대, 김 대표는 법대 출신으로 평소에 교류가 크게 없었던 관계다. 그런데 왜 김상헌 대표가 김정주 창업자의 절친한 친구였다는 진경준 검사장과 함께 주식을 받았을까. 일각에서는 2000년대 업계에 넥슨과 네이버 간의 합병설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NHN은 2000년 7월 네이버(naver.com)와 한게임(hangame.com)이 합병으로 탄생한 법인이다. 이에 앞서 네이버는 주식스왑을 통해 넥슨의 자회사인 엠플레이 지분 30%를 확보했고 엠플레이는 상당한 양의 네이버 주식을 갖게 됐다. 이런 사정 때문에 한동안 엠플레이는 NHN의 2대 주주였다.

    IT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김상헌 당시 LG전자 법무팀 부사장을 소개해준 사람이 김정주 창업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09년 네이버 대표를 맡은 김상헌 대표가 넥슨 주식을 수년 동안 보유했다는 점을 빛춰 네이버와 넥슨 간의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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