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론업체 1200곳 중 1170곳이 영세… 기술경쟁력 뒤져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6.06.27 03:06 | 수정 2016.06.27 13:43

    [2023년 시장 규모 13조원… 中업체 DJI, 민간 드론 70% 차지]

    - 과도한 규제로 국내 시장 위축
    年매출 15억 수준 국내 드론업체
    연구인력이 10명 안팎이라면 中 DJI는 연구원만 1000명

    - 관련 규제 선진국 수준으로 풀기로
    신생 드론기업 늘어날 순 있지만 기존 사업자에겐 별 이득 없어
    중국업체 배만 불릴 우려

    - 드론 이용한 서비스 산업 키워야
    "택배·영화 촬영 등에 활용하고 中企 해외시장 진출 지원을"

    최근 주요 국가와 기업이 전략적으로 키우고 있는 '드론(drone·무인 비행기)' 산업. 드론이 스마트폰에 이은 차기 주력 산업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드론 시장에서 중국·미국 등 드론 선진국에 한참 뒤처진 후발 주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전 세계 민간 드론 시장의 70%는 중국의 드론 제조업체인 DJI가 점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방산업 전문 컨설팅 업체인 틸그룹은 2014년 64억달러(7조5000억원)인 전 세계 드론 시장 규모가 2023년 115억달러(13조50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2020년 각 산업 분야에서 드론 활용에 따라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가 15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국내 드론업체 98%가 영세업체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드론 업체는 1200여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드론을 생산·판매해 수익을 거두는 업체는 20~30여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1170여 업체가 연간 매출 10억원 안팎 영세업체이고, 실제로 드론을 만드는 업체는 손으로 꼽을 정도라는 것이다.

    지난해 5월 한 국내 건설업체가 경기도 하남의 주상 복합 건물 예정지를 드론으로 재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국내 건설업체가 경기도 하남의 주상 복합 건물 예정지를 드론으로 재고 있다. /이진한 기자
    한 국내 드론 업체 사장은 "국내 드론 업체의 70~80%가 드론을 이용한 영상 촬영 업체"라면서 "실제 드론을 생산하는 기업이 많지 않은 데다가 생산을 하더라도 부품을 수입한 뒤 단순 조립해 내다파는 장난감 업체가 절대 다수"라고 말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울 강북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이 비행 금지 구역으로 묶여 있는 데다가, 관측·농업·촬영용을 제외한 다른 목적으로는 사실상 드론을 활용할 수 없다 보니, 제대로 된 드론 개발에 뛰어든 업체가 나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업계에선 "한국은 드론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국가였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드론에는 촬영용 카메라, 지상 조종자와 연결하는 통신 부품, 정확한 경로로 비행하기 위한 GPS(위성항법장치)나 자이로스코프(회전의) 등이 탑재된다. 촬영한 영상·사진을 담는 저장 장치와 각종 센서도 많이 들어간다. 모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기술이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교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이라면 금세 글로벌 수준 기술을 갖춘 뛰어난 드론을 양산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술 수준에서도 뒤처진 상태다. 국내에서 드론을 생산하는 업체라도 기체를 제작하는 수준에 그치고 정작 중요한 소프트웨어는 3D로보틱스·오픈파일럿 같은 해외 유명 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바이로봇·유콘시스템·유비파이, 그리폰드론 등 국내 드론 선도업체가 핵심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아 자금력 등에서 한계가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 매출 15억원 수준의 국내 드론업체의 연구 인력이 10명 안팎이라면 DJI는 연구원만 1000명이 넘는다"면서 "투자 액수의 차이가 시장점유율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 풀겠다고 나섰지만 효과는 미지수

    정부는 최근 드론 산업 진흥을 위해 다음 달 중 관련 규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풀겠다고 밝혔다. 드론업체 설립 조건을 완화하고, 드론을 띄울 수 있는 시험 비행 장소 숫자를 늘리고, 매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드론 안정성 검사를 소형 드론(25㎏ 미만)에 한해 없애준다는 것이 골자다.

    세계 드론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프

    업계에서는 "규제 해제 움직임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규제 해제의 효과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양희철 그리폰드론 대표는 "이번 규제 해제는 신사업 제한을 풀고 사업 요건을 단순화하는 데 집중돼 있다"며 "신생 드론 기업이 늘어날 순 있겠지만 기존 드론 사업자가 이득을 볼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오히려 영세업체 숫자만 늘리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규제가 풀리면 정작 배를 불리는 것은 중국 기업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드론 시장에서 DJI와 시마 등 두 중국업체의 점유율은 90%에 달한다. 한 드론 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는 나라에서 고속도로를 생기면 이익을 보는 것은 외제차 업체뿐"이라고 비유했다.

    ◇'서비스' 차원에서의 드론 산업 키워야

    드론협회 관계자는 "기술력을 갖추고 사업 확대를 모색하면서 사업 진출을 기다리는 기업도 많다"며 "이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려면 일단 '서비스' 차원에서 드론 산업이 활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CJ대한통운이 드론 택배 사업에 나서고, 롯데시네마가 드론으로 영화 촬영을 시작해야 관련 업계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현재 국내에서 드론 관련 전시회나 경주 대회 등은 자주 열리지만 드론의 산업 활용성에 대한 논의는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드론은 바다에 빠진 사람을 구조하거나 등산 중 실족해 난처한 상황에 빠진 사람을 찾아내는 데 적합하지만 활용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 필요성도 제기됐다. 드론 업계 관계자는 "DJI가 드론의 '대명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세계시장에서 이 회사 드론이 팔리기 때문"이라며 "국내 중소업체가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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