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괴물이 됐다”

중국 인터넷서비스 업체 텐센트가 세계 최강 모바일 게임업체 슈퍼셀마저 곧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에 국내 한 게임업체 임원이 내뱉은 말이다. 슈퍼셀은 ‘클래시오브클랜’ 등 히트작을 만든 모바일 게임업체로 기업가치가 90억 달러(약 10조5600억원)에 이른다. 텐센트가 슈퍼셀을 인수하면, PC와 모바일에 걸친 게임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다. 텐센트는 10년 전만 해도 한국 온라인 게임을 수입해 중국에 서비스하는 데 급급했던 회사였다.

슈퍼셀이 개발한 인기 게임 ‘클래시 오브 클랜’

◆ 자산 정리에 나선 소프트뱅크의 지분 사들여

슈퍼셀은 일본 소프트뱅크가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 2013년 15억3000만 달러(약 1조6700억원)에 슈퍼셀 지분 51%를 인수했으며 지난해 추가로 지분을 취득해 지분율을 73%로 끌어 올렸다.

텐센트는 최근 부채 감축을 위해 자산 정리에 나선 소프트뱅크에 거액의 인수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슈퍼셀의 기업가치가 1년전보다 70% 올랐지만, 텐센트가 소프트뱅크의 요구에 맞춰주기로 했다면서, 텐센트와 소프트뱅크 간의 지분 거래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두 회사간 협상은 이르면 다음 주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뱅크의 부채는 11조9000억엔(약128조원)으로 2013년 하반기 이후 가파르게 불어났다. 지난해 약 2조 엔(약 22조원)에서 올해 4월엔 11조9000억 엔으로 5배 이상 늘었다. 2013년에 인수한 미국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의 적자 때문이다.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스프린트의 부채는 소프트뱅크 전체 부채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이에 앞서 소프트뱅크는 보유한 알리바바 지분 일부를 매각해 8700억엔(9조4730억원)을 확보한데 이어 자회사인 겅호 온라인 엔터테인먼트 주식 90%를 730억엔(7953억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 텐센트, 돈 빌려 슈퍼셀 인수

이번 매각은 글로벌 게임배급사로 도약하려는 텐센트와 자산 정리에 나선 소프트뱅크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텐센트는 마화텅 창업자(사진)의 진두지휘를 받으며 게임사 인수에 필요한 자금 확보를 위해 펀드를 모집했으며 은행 대출로 약 40억달러의 실탄도 확보했다. 이번 지분 인수에는 중국 베이징 소재 힐하우스캐피털그룹이 투자사로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식통은 “텐센트가 그동안 많은 기업을 인수했지만 이번이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셀은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특히 `클래시 오프 클랜`이 크게 히트하면서 세계 최고 모바일 게임업체로 올라섰다. 지금까지 출시한 게임은 `헤이 데이`, `붐 비치`, `클래시 로열` 등이다.

리서치업체 슈퍼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태블릿 게임 시장규모는 302억 달러로, 330억 달러를 기록한 컴퓨터 게임에 육박했다. 콘솔 게임은 60억5000만 달러로 조사됐다.

◆ 텐센트, 한국 게임 수입해 종잣돈 마련...거침없는 인수합병(M&A) 덩치 키워

던전앤파이터

게임업계는 텐센트의 슈퍼셀 인수가 세계 게임산업 판도를 흔들어 놓을 것으로 본다. 텐센트는 PC게임 매출 1위업체 라이엇게임즈, 모바일게임 매출 1위업체 슈퍼셀을 모두 보유하는 게임 제국이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텐센트는 모바일 게임 부문 위상이 상대적으로 약했다. 전체 게임 매출에서도 모바일 게임이 37% 가량에 그쳤다.

텐센트는 2011년 PC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개발사인 라이엇게임즈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말 라이엇 지분 100%를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LOL은 지난해 16억30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PC 게임 1위에 올랐다.

텐센트는 막강한 자본력으로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스 등 해외 게임 명가의 지분을 잇따라 매집했다. 또 모바일 게임 개발사 글루모바일에 1억2천600만 달러를 투자하고 미국의 포켓젬스, 일본의 에이밍의 지분을 인수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넷마블의 자회사인 CJ게임즈와 파티게임즈, 네시삼십삼분, 카본아이드 등에 투자했다.

텐센트는 국내 게임사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를 수입해 큰 돈을 벌어들였다.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최대 동시 접속자수는 400만명, 넥슨 자회사인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최대 동시접속자수는 500만명에 달한다. 여기에서 나오는 막강한 현금으로 글로벌 주요 게임사들을 하나씩 사들인 것이다.

텐센트는 지난해 게임 매출 87억을 기록하며 전세계 게임 업체 중 1위다. 중국 금융경제지 '신차이푸(新財富)'가 4일(현지시간) 공개한 '2016년 중국 500명의 부호' 명단에 따르면, 왕젠린 완다 회장(약 35조원)에 이어 마화텅 텐센트 회장이 2위(24조원) 의 자산을 보유하며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3위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