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롯데 본사의 모습.

베일에 싸여 있던 롯데의 비밀금고와 비밀장부의 실체가 드러난 것일까?

2차례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롯데를 초토화한 검찰은 13일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로 사용된 롯데호텔 34층 바로 아래층인 33층에 비밀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 비밀 장부가 보관돼왔다”고 밝혔다.

33층은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들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장소다. 재계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과 비서진이 이 방에서 자금 관리 등의 작업을 은밀하게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14일 “공식적인 비서실로 사용하던 공간은 아니다”고 밝혔다. 34층 금고에 있던 30억원의 현금과 서류 등은 작년 10월 다른 장소로 옮겨졌다.

◆ 33층 비밀공간 드러나 34층 금고 속 현금·서류는 빼돌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3층의 한 객실 내 비밀공간에서 대주주 일가의 자금 입출금 내역이 담긴 금전출납부, 통장 등을 확보했다. 33층에 비밀 공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33층은 가본 적이 없다. 신 총괄회장 비서실이 그곳을 사용했다는 것도 처음 들었다”고 했다.

2016년 6월 13일 오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서울 롯데 본사의 모습.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압수수색 당시 텅 비어 있던 34층 금고 속 내용물은 호텔 외부에서 발견됐다. 작년 8월부터 2개월간 신 총괄회장의 비서실장을 맡았던 이일민 전무가 10월쯤 내용물을 빼돌린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작년 7월까지 롯데호텔 34층 금고에 자금과 서류들을 보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기 직전이다.

자세한 정황은 이렇다. 작년 7월 16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된 신 회장은 한 달 뒤인 8월에 자신의 측근인 이일민 전무를 신 총괄회장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신 총괄회장을 보필했던 김성회 전무는 24년 만에 비서실장 자리를 내줬다. 신동빈 회장 측근인 이 전무는 33층과 34층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

그해 10월 16일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관리하게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신동빈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던 신 전 부회장이 이 전무를 해임한 것이다. 이 전무는 검찰 조사에서 “해임된 뒤 (신 전 부회장에게) 인수인계하지 않고 (금고 속) 내용물을 박스에 담아 자택에 보관하다가 목동 처제 집으로 옮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집무공간도.

검찰은 이 전무 처제 집에서 오만원권 현금다발 30억원과 비밀 서류 등을 찾아냈다.

◆ "비서진 대기 공간으로 추정"호텔 측 "33층엔 투숙객 드나들어"

롯데그룹 대주주들이 롯데호텔 33층과 34층을 은밀한 공간으로 활용한 셈이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부터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주로 머물며 이곳을 집무실 겸 숙소로 사용해왔다.

스위트룸을 개조한 34층은 숙소와 집무실, 회의실로 이뤄져 있다. 신관 1층의 G1·G2 승강기 두 곳으로만 올라갈 수 있고, 외부인 출입은 철저히 통제돼 있다. 이 공간은 31층 로열 스위트룸(460㎡, 139평)과 면적이 비슷하다.

2015년 10월 16일 공개된 롯데호텔 34층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던 작년 10월 16일 신격호 총괄회장은 34층에서 기자들과 만나 완전히 공간을 공개했다. 침실엔 두 개의 침대와 텔레비전, 공기청정기 등 기본적인 생활용품이 비치돼 있고, 침실 반대편엔 테이블을 갖춘 회의실이 있다.

33층은 34층과는 구조가 다소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33층은 투숙객도 드나들었던 일반실로 34층보단 규모가 작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공식 비서실로 사용한 공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신 총괄회장이 언제 비서진을 호출할지 모르기 때문에 비서진이 대기하는 공간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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