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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장 잡아라… 은행들 P2P와 제휴 경쟁

  • 김지섭 기자

  • 입력 : 2016.06.14 03:07 | 수정 : 2016.06.14 14:19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 앞두고]

    P2P업체가 투자금 모아오면 은행이 대출이익 배분하는 방식
    투자원금 담보로 잡아 안전하고 대출자를 고객으로 끌어올수도

    인터넷 전문 은행 출범을 앞두고, 은행들이 방어 차원에서 P2P(개인 대 개인 간 대출 중개) 업체들과 잇따라 손을 잡고 있다. P2P는 돈이 필요한 사람을 선별해 온라인상에서 여러 소액 투자자에게서 모은 돈을 빌려주는 핀테크(금융+IT) 대출 기법이다.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만 운영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인건비를 대폭 줄일 수 있어서 기존 은행보다 이자(利子) 경쟁력에서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또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 기술을 적용해 대출자의 신용 상태를 정밀 분석함으로써 중(中)신용자 대상 대출 금리를 2금융권보다 연 5~10%포인트가량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금융회사에 큰 위협이 될 만한 강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정부 주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으로 기업 금융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을 비롯한 개인 금융시장 점유율 확대에 온 힘을 쏟고 있다"며 "인터넷 전문 은행과 전면전을 피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파트너로 P2P 업체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P2P 업체와 협업 추진

    은행과 P2P 업체 간 협업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P2P 업체가 투자자와 대출자를 모집하고 은행이 대출을 취급하는 방식이다. 특히 P2P업체가 투자자들에게서 모은 돈을 은행에 예치하면, 은행이 이 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예금 담보대출'이 각광받고 있다. 대출자는 일반 은행 대출의 이자에 해당하는 '담보 이용 수수료'를 내며, 은행은 이 수수료를 정산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배분한다. 은행은 투자 원금을 담보로 잡고 있기 때문에 대출자가 돈을 안 갚더라도 돈 떼일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중개 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대출자를 은행 고객으로 만들어 금융 상품에 가입시킬 수도 있다. 아직 인지도가 부족한 P2P 업체는 은행과 협업하는 상품을 통해 투자자와 대출자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어서 이득이다. 은행과 P2P 업체에 모두 득인 셈이다.

    P2P 업체와 협력을 통한 예금 담보대출을 가장 먼저 시작한 곳이 전북은행이다. 전북은행은 이달 초 '피플펀드'와 함께 운영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 '피플펀드론'을 출시했다. 담보 이용 수수료는 대출자 신용도에 따라 연 2.99~23.17%이며, 대출 한도는 3000만원이다. 중도 상환 수수료는 없다.

    기업은행도 오는 8월 펀다·엘리펀드와 손잡고 예금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이달 말 '써티컷'(30CUT)과 함께 신용카드 대출자 대상 대환 대출 상품인 'NH-써티컷론'을 출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은행권 최초로 P2P 업체 '어니스트펀드'와 업무 제휴를 맺고 공동 사업 모델 발굴 논의 등 다양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어니스트펀드 이인섭 전략이사는 "은행은 P2P 업체와 협업을 통해 온라인과 모바일에 친숙한 20~30대 접근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P2P 제휴는 글로벌 트렌드

    해외에서도 은행과 P2P 업체 간 협력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시티그룹은 지난해 4월 세계 최대 P2P 기업인 렌딩클럽에 1억5000만달러(약 1760억원)를 투자해 중·저소득층 대출 고객을 확보했으며, 영국 P2P 업체 '펀딩서클'은 2014년부터 스페인의 산탄데르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사람을 소개받아 대출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권우영 수석 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고,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될수록 은행과 믿을 수 있는 P2P 업체 간 협업 사례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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