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몰린 롯데의 부자간·형제간 경영권 다툼이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롯데에 대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북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때였다.
신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은 즉각 성명을 발표, “현 경영체제(신동빈)의 심각한 문제점이 표면화됐다”며 상황 반전 의지를 드러냈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3월 임시 주주총회에선 완패했지만, 오는 6월말 정기 주주총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적극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2대주주인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고 있다.
◆ 6월말 표대결… "동주·동빈 형제 경영권 다툼 재점화"
롯데 경영권 분쟁은 6월 말로 예정된 정기 주총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 전 부회장은 13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라는 결정적인 변수가 발생한 만큼 판이 뒤집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신 전 부회장이) 검찰 수사를 계기로 반격의 실마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사건은) 롯데그룹의 사회적 신용과 기업 가치가 훼손된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주총에 앞서 종업원지주회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긴급 협의의 장을 마련하길 요구한다”고 했다. 검찰 수사를 지렛대 삼아 종업원지주회 설득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롯데 관계자는 “6월 말 일본 롯데홀딩스 본사에서 정기 주총이 예정돼 있지만, 경영권 분쟁 안건에 대해선 과거 몇 차례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검찰 수사로 롯데홀딩스 주주들이 동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진행되더라도 신동빈 회장이 그룹 전체를 이끄는 현 경영 체제엔 변함이 없을 것이란 반응이다.
지난 3월 6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 자신의 이사직 복귀를 안건으로 올렸으나 30분 만에 모두 부결됐다.
작년 8월 임시 주총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검찰 수사가 롯데 경영권 다툼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다. 롯데그룹은 비자금 수사 외에도 입점 로비(롯데면세점), 가습기 살균제 피해(롯데마트) 혐의로 주요 계열사가 동시다발로 수사받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인허가 의혹', 롯데면세점, 롯데홈쇼핑 재인가 의혹,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의혹 등 수사 대상과 범위가 워낙 광범위, 검찰 수사가 어디로 튈지 알기 어렵다.
한 재계 관계자는 “신동주 전 부회장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계기로 보인다”며 “(신동빈 회장의)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아버지의 위임장을 받은)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 롯데 "국부 유출 사실과 달라" … 신동빈 회장 귀국하지 않고 일본서 주총 챙길 듯
롯데는 검찰 수사로 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롯데는 “압수수색을 비롯한 모든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면서도 “일각의 국부 유출 논란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일본 국세청이 일본롯데가 호텔롯데에 투자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등을 문제 삼았기 때문에 2005년부터 최소한의 배당을 시작했다”며 “2014년의 경우 롯데그룹의 전체 영업이익(3조2000억원) 중 1%가량(341억원)만 일본 주주회사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롯데 관계자는 “꼭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주총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신동빈 회장의 귀국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관계자는 “신 회장은 해외 출장 일정을 마무리하고 일본에 건너가 이달 말까지 머물며 주총을 챙길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신 회장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대한스키협회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지난 7일 출국했다. 오는 14일 미국 액시올(Axiall)사와 롯데케미칼 현지법인이 지은 에탄크래커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뒤 16일쯤 귀국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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