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예정이던 호텔롯데의 상장이 결국 미뤄졌다. 호텔롯데 면세사업부(롯데면세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가 호텔롯데의 공모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소공동 롯데호텔 전경.

◆ 검찰 수사에 결국 상장 연기 7월 12~13일 청약

호텔롯데는 7일 정정 증권신고서를 통해 “희망 공모가 범위를 8만5000원에서 11만원으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희망가(9만7000원~12만원)보다 8~12%가량 낮은 가격이다.

기관 대상 수요 예측은 7월 6~7일로 연기했고, 공모 청약은 7월 12~13일에 진행하기로 했다. 상장일은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7월 21일 전후가 될 전망이다. 전체 상장 일정이 계획보다 한 달 여 뒤로 밀렸다.

검찰 수사라는 돌발 변수 때문에 일정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는 특별 사안이라 상장 전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

2016년 6월 2일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을 담은 상자를 옮기고 있다.

호텔롯데는 정정 신고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방위사업수사부가 비상근 등기임원(신영자)의 자택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결과에 따라 호텔롯데의 평판과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호텔롯데는 6월 6일부터 15일까지 런던,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IR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IR을 진행한 후엔 수요 예측(15일~16일)을 거쳐 공모 청약(21일~22일)을 받고 오는 29일에 상장할 계획이었다.

정운호 게이트 여파로 상장 일정이 꼬였다.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0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수사 중이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검찰은 지난 2일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수사관 100여명을 동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롯데면세점 협력사 입점 리스트,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공모가에 부정적 영향 우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가 호텔롯데의 공모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롯데면세점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호텔롯데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84%에 이른다.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 예측에서 호텔롯데 측의 희망 공모가 보다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희망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가 확정될 수 있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전경.

기존 희망 공모가 범위 상단(12만원)에 공모가가 결정됐다면 역대 IPO(기업공개) 최대 규모(5조7426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집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조정된 희망 공모가 범위에선 최대 5조2641억원, 최저 4조677억원을 모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확정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하단(8만5000원)을 밑돌 경우 공모자금 규모가 4조원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고, 최근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허가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호텔롯데 공모가의 적정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성준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상장 후 호텔롯데의 상승 여력을 감안한 공모가 범위는 9만원~10만5000원이 적당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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