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악재’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호텔롯데가 해외 IR(투자설명회) 일정을 연기했다. 지난 2일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투자설명회 일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워졌다.
오는 29일로 예정된 유가증권시장 상장 역시 안갯속이다. 롯데그룹은 “IR 일정이 연기된 것은 맞다. 상장일 연기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상장 연기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검찰 압수수색에 해외 IR 무기한 연기
롯데그룹 관계자는 “6일 예정돼 있던 해외 IR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 언제 재개할지는 확정하지 않았다”고 5일 밝혔다. 사실상 IR을 무기한 연기했다.
검찰 수사라는 돌발 변수 때문에 연기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검찰 수사는 특별 사안이라 상장 하기 전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등 유관 기관에 통보하고 협의해야 하는데, 연휴 때문에 이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란 분석도 있다.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투자설명회를 진행할 경우 주식 가치를 높게 평가받을 수 없고,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상장 일정도 안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공모 흥행을 위해선 기관투자자 대상 IR과 이들이 참여하는 수요 예측이 중요하다. 국내외 기관 투자자들이 수요 예측에 많이 참여,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될수록 공모가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공모가가 높아야 더 많은 투자금을 유치할 수 있다.
‘입점 로비 의혹’에 휘말린 롯데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크다는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롯데면세점에 문제가 생길 경우 호텔롯데 전체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작년 기준 롯데면세점 매출액은 호텔롯데 전체 매출액의 84%에 이른다.
검찰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20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로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을 수사 중이다. 신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다. 검찰은 지난 2일 소공동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택 등 6~7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수사관 100여명을 동원,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롯데면세점 협력사 입점 리스트, 회계 장부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 타격 우려
로비의 실체가 드러날 경우 거의 확실시되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재승인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관세청이 평가하는 면세점 특허 심사 항목에 면세물품·매장 관리 역량, 기업이익 사회 환원·상생협력 노력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로비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심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월드타워점 특허 재승인에 실패하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도 크게 줄어든다. 특허 재승인 실패 우려로 기관 투자자들이 낮은 가격을 제시할 경우 공모가가 희망 공모가 범위 하단(9만7000원)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
호텔롯데의 희망 공모가 범위는 9만7000원에서 12만원이다. 12만원에 공모가가 결정되면 역대 IPO(기업공개) 최대 규모(5조7426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집할 수 있지만, 9만7000원 아래일 경우 4조6419억원에도 못 미치게 된다.
◆ 상장 일정 안갯속… 전문가들 "상장 미뤄질 가능성 높아"
호텔롯데의 상장 일정은 안갯속이다. 해외 IR 연기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롯데는 7일 유관 기관과 구체적인 상장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호텔롯데는 애초 6일부터 15일까지 런던, 뉴욕, 싱가포르, 홍콩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IR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IR을 진행한 후엔 수요 예측(15일~16일)을 거쳐 공모 청약(21일~22일 )을 받을 예정이었다. 상장 예정일은 오는 29일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가를 생각하면 무리해서 해외 IR을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수요 예측과 공모 청약 등 다른 일정을 고려할 때 상장 일정도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의 매출 감소가 우려되고, 최근 서울 시내 신규 면세점 허가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호텔롯데 공모가의 적정가치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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