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酒黨)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맥주 전쟁이 뜨겁다. 바다를 건너온 수입 맥주의 공세가 지속되면서 국산 맥주들도 이에 맞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맥주 시장이 2조8000억원 규모로 작년보다 확대되면서, 다양한 맥주 제품의 등장으로 인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맥주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신제품·업그레이드 잇따라
국내 주류 시장에서 가장 크게 맥주 시장을 변화시킨 것은 수입 맥주다.
국내에 수입되는 맥주의 양은 매년 경신(更新)되고 있다. 2010년 4만8712t이었던 맥주 수입량은 작년 17만919t으로 약 3배로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입 맥주를 먹다가 국산맥주로 변경한 사람은 전체의 2%에 불과했지만 국산 맥주를 먹다가 수입 맥주로 변경한 사람은 약 6배(11.8%)로 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5명 중 1명은 선호하는 맥주가 국산 맥주에서 수입 맥주로 바뀌었다고 답변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맥주 업체들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국내 맥주 업체들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품질 개선과 다양한 신제품 출시, 해외 맥주 수입 등 다양한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우선 업체들은 기존 맥주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4월 기존 '하이트'를 3세대 하이트로 재출시했다. 숙성부터 생산까지 전 공정을 얼음이 얼기 직전의 온도인 영하 2~3도 수준으로 유지하는 '빙점여과공법'과 '엑스트라 콜드' 공법을 적용해 목 넘김이 쉽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신제품 출시도 잇따르고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 2년 동안 총 4개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작년 6월 독일 밀맥주인 '바이젠'을 내놓고, 4개월 만인 10월에는 독일 정통 흑맥주인 '둔켈'을 내놓아 독일 정통 맥주를 표방했다. 원통의 갈색 병이 아닌 곡선 모양의 파란 병에 담은 '카스 비츠'와 맥주의 양조 과정과 똑같이 맥아를 발효해 얻은 알코올에 과일 향을 더한 '믹스테일'이라는 제품도 내놓았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 시장에서는 보통 1~2년 주기로 새로운 제품을 내놓는데, 소비자의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새로운 제품을 빠르게 공급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롯데주류는 독일의 맥주 제조법에 따라 만든 '클라우드'를 2014년 내놓으면서 양강(兩强) 구도였던 맥주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출시 2년 만에 누적 판매량 3억2000만병을 돌파했고 작년 매출만 1000억원에 이른다.
◇수입도 다양화
국내 주류 업체들은 자체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다양한 해외 맥주를 직접 수입하기도 한다. 롯데주류는 최근 아일랜드 양조장에서 만든 '맥가글스' 4종류를 우리나라에 수입해 팔기 시작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맥주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새로운 수입 맥주를 테스트 형식으로 선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일본 기린맥주와 제휴를 맺고 2012년부터 '이치방시보리'라는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2012년 636만병이 판매됐는데 매년 40% 이상 판매량이 성장하면서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2030만병이 판매됐다.
꽃향기와 달콤한 맛이 특징인 프랑스 맥주 '크로넨버그1664'도 효자 상품이다. 여성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아 판매 첫해인 2014년에 비해 작년 판매량이 5배로 증가했다. 작년에 100만병 팔린 태국의 '싱하맥주'도 인기이다.
오비맥주는 세계 최대 맥주업체인 AB인베브의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하얼빈' '버드와이저' '산토리' '스텔라' 등의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다양한 수입 맥주를 접해본 사람이 늘어나면서 고객의 요구가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다"며 "여기에 대응하면서 국산 브랜드도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