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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DM 소비재업체들 5년새 매출 2~3배 늘어

  • 성호철 기자
  • 입력 : 2016.05.02 03:07

    핸드백·화장품·의류·신발 등 한국업체들
    ODM 세계시장 석권… 영업이익 20% 육박하기도
    신제품 주기 빨라지는 트렌드에 브랜드들,
    ODM에 의존도 커져 甲乙관계 아닌 파트너로 대우

    핸드백 전문 ODM(제조자 개발 생산) 업체 시몬느는 올해 매출 목표를 10억달러(약 1조1400억원)로 정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매출 9억달러(약 1조264억원)와 영업이익 200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19.5%였다. 수익률이 높다는 웬만한 IT(정보기술) 업체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시몬느는 마크 제이콥스·DKNY와 같은 명품 핸드백 회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회사다. 작년에만 여성용 핸드백 1900만개를 팔았다. '시몬느'라는 상표가 아닌 16~17개의 서로 다른 유명 상표를 달고 팔린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명품 핸드백의 열 개 중 하나는 '메이드 인 시몬느'다. 시몬느는 세계 1위 핸드백 ODM 업체다.

    의류·핸드백·화장품 등 국내 소비재 ODM 업체들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분야별 대표 업체들은 최근 5년 동안 매출이 2~3배 정도 껑충 뛰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매출이 아무리 많아 봐야 돈 못 번다'는 인식이 강했던 소비재 하도급 업체다. 30~40년 전엔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 산업이었지만, 지금은 관심 밖으로 멀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단순 하도급 업체(OEM)에서 탈피해 새롭게 'ODM'의 옷을 입은 이들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5년 새 몸집 2~3배 커진 ODM 업체들

    한국 업체들이 연이어 세계 시장을 접수하고 있다. 핸드백에 이어 작년엔 화장품 시장에서도 국내 한국콜마코스맥스가 이탈리아의 인터코스를 넘어 매출 규모 세계 1~2위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두 회사는 작년에 화장품 납품만으로 각각 6161억원과 59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동안 화장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로 여겨진 이탈리아 인터코스(매출 4억200만유로·약 5220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코스맥스 연구원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연구소에서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사진 위). 한세실업 직원들이 마네킹에 새로 개발한 의류를 입히고 있다(사진 아래). 최근 국내 ODM 업체들은 과거 하도급 업체에서 벗어나 브랜드 업체에 신제품을 제안하는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코스맥스 연구원들이 경기도 판교에 있는 연구소에서 화장품 성분을 분석하고 있다(사진 위). 한세실업 직원들이 마네킹에 새로 개발한 의류를 입히고 있다(사진 아래). 최근 국내 ODM 업체들은 과거 하도급 업체에서 벗어나 브랜드 업체에 신제품을 제안하는 파트너로 인정받으며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코스맥스·한세실업 제공
    의류 분야를 이끄는 한세실업영원무역은 작년에 나란히 1조50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2배 정도 커졌다. 영업이익은 더 좋아져 각각 4배와 3배가 늘었다. 많이 팔수록 돈도 더 많이 버는 것이다.

    성기학 영원무역 회장은 "한때 싼 인력으로 물건 만들어 납품하는 임금 따먹기 사업이란 주변의 편견도 많았다"며 "하지만 수백 종의 제품을 공정 관리하면서 제대로 만들고, 개발도 함께 도와주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고 말했다.

    패스트 패션 흐름에 올라타

    이들의 성공 배경엔 10년 전부터 거세진 패스트 패션(fast fashion) 바람이 있다. 예컨대 의류나 핸드백의 신제품 주기가 3개월 안팎으로 줄었다. 신제품을 내놔 소비자에게 파는 기간이 짧아진 것이다. 화장품도 마찬가지다. 코스맥스의 고위 관계자는 "화장품은 예전엔 2~3년이 주기였지만 지금은 1년도 채 못 간다"고 말했다.

    속도가 빨라진 만큼 더 많은 신제품을 내놔야 하는 브랜드 업체로선 혼자만의 역량으론 버거워졌다. 브랜드 업체 입장에선 '단순 하도급 업체'가 아닌 '스스로 개발을 해 신제품을 제안해주는 파트너'가 필요해진 것이다. 이런 입맛을 딱 맞춘 게 한국 ODM 업체다.

    국내 주요 ODM 업체의 매출 추이 그래프
    예컨대 한세실업은 연간 샘플 옷만 40만장 만들어 수십 곳의 의류 브랜드에 제안한다. 이 중 2700~2800종만 옷 가게에 진열된다. 한세는 이를 통해 연간 3억 장을 납품한다. 핸드백 제조사인 시몬느는 연간 샘플 6만 개를 만들어 브랜드 업체에 제안한다. 시몬느의 이민수 이사는 "요즘 핸드백 브랜드 업체의 핵심 경쟁력은 샘플"이라며 "브랜드 업체들은 유통업체에 좋은 샘플을 보여주고 입점해야 하는데, 우리가 그 샘플을 만들어준다"고 했다.

    세계의 유명 고객사들은 한국 업체에 더 품질 좋고 새로운 제품을 요구하고, 그만큼 한국 ODM의 개발 역량도 커졌다. 지금은 로레알이나 에스티로더와 같은 유명 회사들이 한국에 와서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원청·하도급 간 갑을(甲乙) 관계도 바뀌고 있다. 한국콜마의 윤동한 회장은 "예전엔 화장품협회에 가입하려고 해도 잘 끼워주지도 않았다"며 "지금은 ODM 업체인 우리 회사가 부회장사(社)이니, 파트너로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OEM과 ODM

    OEM은 ‘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로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을, ODM은 ‘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의 약자로 ‘제조자 개발 생산’을 말한다. OEM은 독자적인 개발 없이 의뢰받은 대로 제품을 생산·납품하는 단순 하도급 생산 방식이다. 최근 국내 ODM업체들은 OEM에서 벗어나 직접 제품을 개발해 만든 뒤 브랜드 업체에 물량을 납품하고 있다. 국내 ODM 업체들이 개발한 화장품과 의류 등은 로레알·유니클로 같은 세계적 기업 상표로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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