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가짜 이메일 믿고 240억 날려…경영진 문책론 나와

조선비즈
  • 전효진 기자
    입력 2016.04.29 08:38 | 수정 2016.04.29 22:45

    LG화학(051910)이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생돈 240억원을 날렸다. 글로벌 기업을 사칭한 이메일 내용을 믿고 거래 관계가 없는 범죄자에게 거액의 대금을 송금했다.

    LG화학이 당한 사기는 ‘스피어 피싱(spear phishing)’이다. 불특정 다수를 노리는 보이스 피싱과 달리 거래처나 지인을 사칭해 특정 기업이나 개인의 자산, 정보를 노리는 흔한 사기 수법이다.

    재계에서는 매출 20조원의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에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반응이 나온다. 보안 전문가와 재무 담당자들이 당연히 대비해야 할 일이었지만, 무기력하게 당해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다. 기업의 국제 신용도 타격을 입었다.

    LG화학은 초비상이다. 상황에 따라 LG화학 최고경영자(CEO)인 박진수(64) 부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정호영(55) 사장의 문책 가능성도 제기된다. LG가 그룹 차원에서 이번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 사옥./LG 제공
    ◆ 가짜 이메일 믿고 240억 송금?…직원 280명 1년 치 봉급 허공으로

    LG화학은 최근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을 사칭한 범죄자의 계좌로 240억원을 송금했다고 28일 밝혔다. LG화학과 거래관계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자회사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의 납품대금 계좌가 변경됐다는 가짜 이메일을 받고, 허위 계좌로 240억원을 보냈다.

    LG화학은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닝으로부터 나프타(납사)를 사들여 수입한 뒤, 가공해 석유화학 제품을 만든다. LG화학은 자체 조사 결과 240억원을 송금한 계좌가 아람코프로덕트트레이딩과 관계 없음을 뒤늦게 확인했다.

    LG화학은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LG화학은 자사나 계좌 송금 은행, 아람코의 이메일 계정이 해킹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책을 마련 중이다.

    LG화학은 “주요 거래처의 조직적인 이메일 해킹 사고가 발생,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을 외사부(부장 강지식)에 배당, 수사에 착수했다.

    240억원은 LG화학 분기 영업이익(4577억원)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직원 280명(2015년 LG화학 평균 연봉 8500만원)의 1년 치 급여가 한순간에 날아갔다.

    ◆ 박진수 부회장·정호영 사장 문책론 제기돼…허술한 시스템 LG 수난 시대

    거래처를 사칭한 해킹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하지만, 아무런 의심도 없이 가짜 계좌에 240억원이라는 거액을 송금할 수 있느냐는 의혹이 재계에서 나오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조선일보 DB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LG화학의 내부 시스템이 그만큼 허술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240억원은 큰 금액이다. 원가 절감 등으로 아낀 비용을 이렇게 쉽게 날린 것을 보면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LG화학은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도 자세한 내막에 대해선 함구했다. LG화학은 유가증권 시장 상장 회사다. 주주들에게 피해 사실과 과정을 정확히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도 회피하고 있다.

    국내 중소 수출 기업이 비슷한 글로벌 기업 사칭 사기 사건에 연루된 적은 있지만, LG화학과 같은 대기업이 피해를 본 것은 처음이다. 피해 액수도 사상 최대다.

    박진수 부회장과 정호영 사장은 내부 시스템 관리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회사가 입은 피해도 막대하다.

    박 부회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1977년 LG화학에 입사, 40년째 회사를 지키고 있는 LG맨이다. 2005년 LG화학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고, 2007년 말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 성과를 인정받아 2013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호영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했다. 30대에 임원으로 승진한 LG의 대표적 재무통이다. LG전자 영국법인장, CFO를 거쳤고, LG디스플레이 CFO도 역임했다. LG생활건강 CFO를 거쳐 작년 말 LG화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LG화학은 “아람코나 거래 은행의 과실이 상당 부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검찰의 수사 결과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향후 피해 보상 문제를 놓고 국제적인 법적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LG화학 관계자는 “우리는 해킹의 피해자”라며 “아직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이다. 책임 문제를 따질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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