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양적완화?…전문가들 "논의 순서도 네이밍도 틀렸다"

조선비즈
  • 김종일 기자
    입력 2016.04.28 08:49

    하준경 교수 "한은 발권력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
    김상조 교수 "대통령이 위기라고 자인할 꼴"…성태윤 교수 "양적완화 표현 고집할 이유 없어"

    4·13 총선의 새누리당 참패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한국형 양적완화'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호명 아래 다시 되살아나자 그 논의 방식이나 순서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에 손을 벌리는 정부의 힘든 사정을 이해하더라도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돼야 할 양적완화나 발권력에 대해 너무 쉽게 이야기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중앙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을 3년 만에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한 질문에 "저는 이건 한번 우리가 긍정적으로 검토를 해야 된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추진이 되도록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청와대 제공
    ◆ "구조조정 때마다 발권력 논의할 수는 없어"…"대통령이 위기 인정한 것"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28일 "한은은 그야말로 최후에 나서야 하는 경제당국"이라면서 "구조조정의 논의 처음부터 발권력을 갖고 있는 한은을 맨 앞으로 끄집어낸 것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하 교수는 "한은을 구조조정 논의의 중심에 놓게 되면 추후 구조조정 논의 때마다 발권력을 논의하게 돼 정책운용이 굉장히 어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하 교수는 "'한국형 양적완화'의 핵심은 결국 한은의 발권력이고 궁극적으로 국민이 그 부담을 지자는 것"이라면서 "이를 논의하기 전에 구조조정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 있는 경영진, 대주주, 채권단, 노조 등에게 책임을 분담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먼저 보였어야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구조조정의 시급함에 더 큰 걸 놓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그야말로 양적완화는 경제 비상상황에서 동원하는 마지막 수단"이라면서 "대통령이 양적완화라는 언급을 공식석상에서 발언했다는 것은 공식적으로 한국경제가 위기 징후가 있거나 위기라는 것을 인정하고 선포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말 지금 한국경제를 양적완화를 동원해야 할 만큼의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 의문"이라면서 "만약 이런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발언했다면 정말 행정수반이자 수권세력으로서 무책임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 교수도 "한은을 동원하는 자체로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가 이미지는 물론 외환시장에서 원화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구조조정 논의가 시작되자마자 한은을 논의에 중심에 놓은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의 자금 조달 방식을 논의하기 전에 구조조정을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구조조정이 계속 실패한 것은 권한과 책임 문제가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관료들과 공무원들은 절대 책임질 일은 하지 않기 때문에, 청와대가 여야정(與野政)협의체를 구성해 구조조정의 강도와 속도 등 그 방향을 잡아주고 실제로 책임도 질 수 있게 했어야 했다"고 했다.

    ◆ "'양적완화' 표현, 국민에게 혼선 줄 수 있어"

    '한국형 양적완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양적완화가 아니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제로(0) 상태에서 통화량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으로 통화량 증가가 초점이다. 즉 한국형 양적완화는 신용 완화 정책이다. 하지만 '양적완화'라는 표현 때문에 마치 유동성 공급을 위해 돈을 무제한으로 공급한다는 뉘앙스를 주고 있다./조선DB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 청와대나 새누리당에서 얘기하고 있는 양적완화는 경제학계에서 통상 말하는 양적완화와 달라 국민들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며 "정부여당이 말하는 양적완화는 정책금융적 성격을 띄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지난 총선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약으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기업 구조조정을 지원하고 가계부채를 해소하자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한은이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금융공사의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형 양적완화는 엄밀한 의미에서 양적완화가 아니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제로(0) 상태에서 통화량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통화량 증가가 초점이다. 즉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것만 양적완화와 비슷하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엄밀한 의미로는 신용 완화 정책이다. 한국은행이 현재 하고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과 비슷하다. 특정한 분야로 목표를 정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성 교수는 "청와대나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방식이라면 양적완화라고 굳이 부를 이유가 없다"며 "굳이 당국이 양적완화라는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고려했기 때문일텐데, 이 역시 제대로 그 차이를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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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한국형 양적완화'를 만든 강봉균 전 새누리당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정부가 국민과 공감대를 넓히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에는 반(反)대기업 정서와 함께 '대기업이 잘 돼야 나라도 잘 되고 일자리도 생긴다'는 인식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며 "이런 간극을 최대한 좁혀 특정대상에게 특혜가 주는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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