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드론 시장 70% 장악… "한국, 중국의 IT 부품업체 될 것"

입력 2016.04.27 03:07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 中 공세에 뒤처진 한국 제조업
막대한 자본으로 기술 격차 좁혀 "이젠 한국이 벤치마킹해야 할 판"
中, 반도체에 삼성 5배 넘게 투자… 전기차 '비야디', 美 제치고 1위
한국에 밀렸던 日기업들처럼 우리도 中에 따라잡힐 수도

최병민 한국제지공업연합회장은 최근 중국 광둥성(廣東省) 둥관(東莞)의 주룽제지(玖龍製紙) 공장을 방문하고 깜짝 놀랐다. 규모와 설비의 수준이 상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공장 부지는 한국 제조 공장 10개를 합친 240만㎡(72만6000평)에 달했고, 총 15개 생산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2011년 독일에서 도입한 복사용지 생산 라인은 원료 투입부터 완제품 포장과 출고까지 공정 전체를 완전 자동으로 처리했다. 최 회장은 "제지공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을 쓰는데도 길이 200m가 넘는 공장 바닥에는 물 한 방울 없었다"면서 "그만큼 철저한 공정·품질 관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라고 했다.

중국 최대 제지 업체인 주룽제지(玖龍製紙)의 둥관(東莞) 생산 공장 모습.
중국 최대 제지 업체인 주룽제지(玖龍製紙)의 둥관(東莞) 생산 공장 모습. 길이 200m에 달하는 거대 생산 라인이 돌아가는 공장 바닥이 마치 거울처럼 반짝거린다. 이 회사는 지난 2011년 독일에서 첨단 생산시설을 도입해 제지 공정 전체를 완전 자동화했다. 종이의 질을 떨어뜨리는 누수(漏水)나 먼지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생산성이 매우 높다. /주룽제지 제공
더 놀라운 것은 원료(폐지) 검수 과정이었다. 재활용 폐지를 실은 트럭이 회사 입구에 설치된 두 개의 기둥 사이를 천천히 지나가면 기둥에 설치된 초단파(마이크로파) 센서가 폐지 속에 포함된 수분량을 기준으로 용지의 품질을 평가해 그 결과를 바로 컴퓨터 화면에 띄워준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감(感)에 의존해 하는 일을 중국이 세계 제지 공장 중에서는 최초로 자동화한 것이다. 최 회장은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싼 제품을 만들어 파는 중국은 그곳에 없었다"면서 "이제는 중국을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했다.

규모로 '시간의 격차' 뛰어넘는 중국

중국의 제조업은 더 이상 싼 임금에 의존하지 않는다. 첨단 기술과 설비,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국을 추월해 가고 있다. 이정동 서울대 교수(산업공학)는 "중국은 거대한 내수 시장과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해 짧은 시간에 기술력과 사업 경험을 축적하며 선진 산업국과의 '시간 격차'를 뛰어넘고 있다"고 했다. 이로 인해 지난 2010년 최소 2~3년에 달했던 중국과 한국의 주요 산업별 기술력 격차는 2014년 이후 1년 내외로 좁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이 중국을 3년 이상 앞서 있다던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넷트러스트(nettrust)는 지난 1년 새 발표된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금액이 695억달러(80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는 삼성전자의 2015년도 반도체 투자액(15조원)의 다섯 배가 넘는 규모다.

바로 지난달 칭화유니그룹이 35조원,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XMC가 28조원 등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만 6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21일엔 중국 국영 반도체기업 톈진 하이광과 구이저우(貴州)성 정부가 각각 미국 반도체 기업 AMD·퀄컴과 손잡고 중국에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사를 만들기 위해 수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중국이 엄청난 자본을 바탕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할 정도다.

미래 산업도 한국 뛰어넘었다

중국 인터넷 업체 바이두(百度)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작년 12월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업체 바이두(百度)의 자율주행자동차가 작년 12월 주행 테스트를 하고 있다. 바이두는 지난 2014년부터 무인차 기술의 기반이 되는 인공지능 연구에 3억달러(34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바이두 제공
드론(무인기), 전기차, 인공지능 등 미래 산업 영역으로 가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드론의 경우 이미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한 중국 DJI의 텃세에 한국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한 국내 드론 제조 업체 대표는 "DJI가 드론 제작에 필요한 원천 기술의 대부분을 갖고 있어 이 회사의 특허를 쓰지 않고는 드론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했다.

전기차 분야에서도 중국과 한국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비야디(BYD)'는 지난해 총 6만1722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미국 테슬라(5만557대)와 일본 닛산(5만대), 독일 BMW(3만대)를 제치고 세계 1위 업체로 등극했다. 중국 최대 인터넷 업체 바이두(百度)는 2014년부터 인공지능에 바탕을 둔 무인차와 데이터 검색, 건강관리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어 최근 성공적으로 무인차 운행 시험을 마쳤다. 지난달 '알파고 쇼크' 이후에야 본격적인 인공지능 투자에 나선 한국을 2년 이상 앞선 것이다. 주대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 중국과 한국 산업 간의 상황을 보면 과거 한국의 공세에 밀려 쇠락한 일본 반도체·LCD 기업들이 떠오른다"며 "한국과 중국 간에 이런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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