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6 03:06 | 수정 : 2016.04.26 08:46
지하는 식당·1층은 카페와 은행… 일반적 공식 깨고 1~5층 점령
유명한 맛집·커피숍 들어서며 주말에도 방문객 몰리는 명소로
사무실보다 임대료 1.5~2배… 건물주도 리테일 모시기 적극적
작년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세종로사거리 인근 사무용 건물 '디 타워'. 지하 8층~지상 24층 규모의 이 빌딩은 통상 지하로 들어가는 리테일(상업 시설)이 지상 1~5층에 입점해 있다. 국내외 유명 음식점과 카페 등 39개 점포는 평일 점심, 저녁 시간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방문객들로 북적인다. 임대 관리를 맡고 있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리테일이 들어선 각 층의 일부를 테라스처럼 설계해 기존 오피스 리테일 공간의 답답함과 단조로움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서울 도심의 업무용 빌딩에 색다른 상업 시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존 오피스 빌딩 내 리테일은 해당 건물에 입주 기업 편의를 위한 부속 시설이나 인근 직장인을 겨냥한 점포들이 입점했다. 지하에는 식당가(街), 지상 1층에는 카페나 은행이 일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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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 D타워 내 식당가에 사람들이 꽉 차 있다. 과거에는 대형 음식점, 카페 등이 사무용 건물 지하에 들어서는 일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지상에 문을 여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오피스 빌딩 내 상업 공간의 진화
리테일의 이 같은 위상 변화는 면적 확장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국적 부동산 컨설팅 회사 CBRE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주요 업무 지구의 오피스 빌딩 내 리테일 면적은 2014년보다 7.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오피스 공간 면적 증가 폭(2.5%포인트)을 배 이상 웃돈다. 양미아 세빌스 전무는 "최근 신축 대형 A급 오피스 건물 중심으로 전체 면적의 최대 20~30%까지 리테일 공간으로 꾸미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 맛집, SPA 브랜드도 입점
외국 유명 레스토랑부터 지방에서 소문난 맛집 등 입점 업체도 다양해졌다. 주변 직장인 외에 멀리서도 손님이 찾아오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서울 광화문 디타워에는 의류 SPA 브랜드인 유니클로가 입점했고,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 빌딩에는 대형 병원 난임센터가 자리 잡았다. 덕분에 평일뿐 아니라 주말에도 방문객이 꾸준하다. 디타워에서 지난 2월부터 영업 중인 레스토랑 빌즈(bills) 관계자는 "주말에는 가족 단위 손님이 많이 찾아 평일보다 주말 매출이 20% 더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피스 내 리테일의 진화 배경에 '외식 산업의 성장세'와 '오피스 공실률 증가'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국내 외식 산업은 지난 7년 동안 연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 외식 업체를 운영할 수 있는 공간 수요가 크게 늘면서 도심 오피스 빌딩에 진출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도심 오피스 공실률이 평균 10%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건물주도 '리테일 모시기'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건물 지상 저층부의 경우 오피스 대신 리테일 공간으로 활용하면 임대료를 1.5~2배 정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이한구 존스랑라살 이사는 "오피스 빌딩의 모든 리테일 시설이 건물 가치를 올려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건물의 입지나 규모에 맞는 상업 시설이 들어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