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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전 세계적으로 씨가 마른다...'파나마병 위기'

  • 양이랑 기자

  • 입력 : 2016.04.24 09:00

    파나마병, 전세계로 확산...남미만 아직 청정지역
    現 바나나 공급 절반 차지하는 ‘캐번디시’ 품종 취약…과학자들 ‘새 품종’ 재배에 주력

    바나나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 앞서 1960년대 ‘그로 미셸(Gros Michel)’ 품종 바나나를 멸종시킨 파나마병의 변종이 아시아에 이어 호주까지 확산된 것이다.

    아직 변종 파나마병의 공격을 받지 않은 남미에서 생산하는 바나나로 전세계 수요가 충당되고 있지만, 병이 더 널리 퍼진다면 가격이 오르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과학자들은 질병에 강한 새로운 품종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통신 제공.
    사진 블룸버그통신 제공.
    ◆ 신발 흙 통해서도 옮겨가는 ‘변종 파나마병’, 아시아 이어 호주로

    파이낸셜타임스(FT), CNN머니 등에 따르면, 국제바나나협의회(IBC)는 지난 19일 당초 코스타리카에서 열기로 했던 회의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개최했다. 혹시라도 참석자들의 신발에 붙은 먼지를 통해 변종 파나마병이 남미로 옮아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토양 속의 균류에 의해 퍼지는 이 병은 신발에 묻은 흙을 통해서도 쉽게 전염된다.

    변종 파나마병은 ‘푸사리움 옥시스포룸’(Fusarium oxysporum)이라는 치명적인 곰팡이로 인해 발생한다. 이 병은 전 세계 바나나 공급의 47%를 차지하는 캐번디시(Cavendish) 바나나 품종에 치명적이다. 작년 아시아 전역을 휩쓴 데 이어 최근 호주로도 확산됐다.

    대만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상업적으로 생산되는 바나나 대부분은 유전적으로 동일하기 때문에 질병에 취약하다”며 “한 그루가 감염되면 근처 나무도 쉽게 병에 걸린다”고 보도했다.

    바나나 위기, 이른바 ‘바나나겟돈(bananageddon)’이 현실화되면 바나나 생산 의존도가 높은 개발도상국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파나마병은 토양에 최대 40년까지 잔류하는 데다, 새로운 바나나 품종이 개발되더라도 심는 데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최근 “36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바나나 산업이 발 벗고 파나마병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직 세계 바나나의 4분이 3을 수출하는 남미에는 병이 확산되지 않아 가격이 오르고 있지는 않지만, 이 지역까지 확산되면 향후 10년에 걸쳐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파나마병, 1960년대 ‘그로미셸’ 품종 멸종시킨 주범

    파나마병은 앞서 1950~60년대에 급격히 퍼지면서 당시 그로미셸 품종 바나나의 씨를 말린 적이 있다. 이후 생산자들은 그로미셸에 비해 당도는 떨어지지만, 질병에는 더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캐번디시 품종을 기르기 시작했다.

    캐번디시라는 이름은 영국 캐번디시 공작 가문에서 유래했다. 이 공작의 정원사가 아프리카 동쪽 섬나라 모리셔스로부터 바나나 견본을 들여와 1830년부터 온실 재배를 시작했고, 이 바나나가 내성과 상품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되면서 1970년대 이후부터 대량 재배됐다.

    바나나 과학자들과 재배자들은 이제 캐번디시를 대체할 다른 새로운 바나나를 찾고 있다. CNN머니에 따르면 대만 과학자들은 다수의 돌연변이 바나나를 만들어 필리핀과 중국에서 시험 재배를 하고 있다.

    세계생물다양성연구소(Bioversity International)의 판 덴 베르그 바나나 전문 과학자는 이에 대해 "(연구 중인 돌연변이 바나나는) 꽤 촉망되지만 아직 맛이 좋거나 장거리 운송에 적합하지는 않다"며 "(현재로선) 묘책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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