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서울 속 외국인]② '작은 일본' 이촌동…"예배·진료·주문도 日語면 OK"

조선비즈
  • 김수현 기자
    입력 2016.04.21 08:27

    지난 4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거리. 30~40대 여성들이 거리에서 무리를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외모는 한국인과 다를 바 없지만 가까이서 들어보니 모두 일본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10여분이 지났을까, 노란색 버스 한 대에서 아이들이 우르르 내리며 제각기 엄마를 찾아 나선다. 마포구 상암동 일본인학교에서 학생들을 데리고 온 스쿨버스다.

    동부이촌동 일대에는 1000여명의 일본인들이 거주하고 있어 ‘리틀 도쿄’로도 불린다.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미국 최대 일본인 거리의 이름을 본뜬 것이다. 길을 따라 걸으면 일본어 간판을 단 음식점도 적잖게 보인다. 유리창에 ‘일본어로 상담이 가능합니다(日本語で相談OK)’라고 적힌 공인중개업소도 눈에 띈다.

    다른 이름 난 외국인 거리처럼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진 않지만, 일본인들은 이곳에서 조용히 저마다의 삶을 살고 있다.

    ◆ 1960년대 중반부터 형성…“중소형·월세 선호”

    동부이촌동 주변에서 일본인들이 거주하게 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다. 한국과 일본이 1965년 국교정상화를 맺은 이후 일본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이 이곳에 거주하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동부이촌동 한 공인중개업소 유리창에 일본어 상담이 가능하다(日本語で相談OK)는 홍보 문구가 붙어 있다. /김수현 기자
    일본대사관과 주요 기업들이 서울 도심에 있었던 반면, 당시 일본인 학교는 강남구 개포동에 있어 중간 지점에 있는 동부이촌동에 하나둘씩 모여 살았다.

    이시하라 유키코 이촌글로벌빌리지 센터장은 “동부이촌동이 한강을 끼고 있어 환경이 좋은 데다, 당시 한국에 주재원을 파견하는 주요 기업들이 강북에 몰려 있어 출퇴근이 편리한 용산에 일본인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울통계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용산구에 거주하는 일본인은 1700여명 정도로, 지난 10년간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중 이촌동과 한강로동에만 1400여명의 일본인이 살고 있다.

    지난 2010년 일본인 학교가 마포구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상암동 일대가 새로운 ‘일본인촌’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그래도 동부이촌동은 일본인들이 가장 많아 사는 동네다. 일본인학교 통학버스가 유일하게 이 지역에만 올 정도로 일본인들에 맞춰진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촌동 D공인 실장은 “동부이촌동 아파트 상당수가 1970년대에 지어져 낡은 만큼, 최근 몇 년간 한국에 새로 이주한 일본인들은 새 아파트가 많은 상암동 일대에서 집을 찾는다”면서도 “원래 동부이촌동에 거주했던 일본인은 계속 그대로 사는데, 이들도 상대적으로 준공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파트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한가람 아파트.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단지로 알려졌다. /김수현 기자
    인근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본인 거주자들은 동부이촌동 아파트 단지에 고르게 퍼져 살고 있는데, 보증금을 일부 낀 월세를 주로 택한다고 한다. 월세로 살면 이들이 나중에 일본으로 돌아갈 때 액수가 큰 전세보다 보증금을 빼기가 쉽기 때문이다. 선호하는 면적은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이 많다.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것으로 알려진 건영한가람 아파트의 경우, 전용면적 59㎡은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160만원 안팎 정도다. 전용면적 84㎡의 경우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가 200만~240만원이다.

    ◆ 치과·미용실·교회 등 일본인 편의시설 많아

    동부이촌동에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만큼 이곳엔 일본인 취향에 맞는 상점과 생활편의 시설들이 꽤 있는 편이다. 한국·일본인 부부가 운영하는 치과부터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을 둔 미용실, 일본어로 예배를 진행하고 일본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회도 있다. 동부이촌동에 지점을 둔 은행들도 창구에 일본어에 능통한 직원들을 배치하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센터장은 “동부이촌동에는 일본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파는 곳이 많다”면서 “같은 한식이라도 일본 음식의 특성을 곁들여 ‘퓨전 한식’을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거리. 상가 지하로 내려가면 일본인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다. /김수현 기자
    일본음식점이나 식료품점 등 일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가게도 10여곳 정도가 있다. 용산에서 20여년간 일본 가정식 식당 ‘스즈란테이’를 운영하는 미타니 마사키씨는 “용산에 일본인이 많이 살고 있어서 이촌동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면서 “한국인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일본인 주재원의 가족들이 주로 낮에 찾아온다”고 말했다.

    동부이촌동 일대에 1만3000여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상가 점포수는 적은 편이다. 점포 크기도 대체로 전용면적 33.3㎡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중에서도 일본인이 운영하는 가게들은 비싼 임대료 탓에 지하나 지상 2~3층에 있는 경우가 많다.

    주변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1층 기준 전용면적 33.3㎡ 점포에는 권리금이 1억원 이상 붙어 있고, 보증금은 5000만~1억원, 월 임대료는 300만~400만원 수준이다. 지하나 위층으로 올라가면 그나마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 시세가 1층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촌동 국제공인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일본인들을 위한 가게나 시설이 곳곳에 숨어 있어 주변에서 일본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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