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무게 줄여라"… 새 먹거리 플라스틱 新소재 전쟁

조선일보
  • 윤형준 기자
    입력 2016.04.18 03:07 | 수정 2016.04.18 10:14

    SK케미칼·효성 등 화학업체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앞다퉈 생산
    가볍지만 강철만큼 튼튼해 차 무게 100~200㎏ 줄일수 있어
    2030년까지 수요 2배 늘어… 시장규모도 126조로 커질 전망

    최근 국내 화학업계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SK케미칼·코오롱·효성 등이 잇따라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강철만큼 튼튼하고 고열(高熱)에도 견디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금속보다 가벼워 자동차 업계에서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기존 금속 부품을 대체하면 차 무게를 100~200㎏ 줄일 수 있고 다양한 부품으로 가공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가격은 금속의 최대 10배다. 하지만 차 무게를 줄여야 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차 등 친환경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향후 현재 60조원대인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30년까지 120조원대로 커질 전망이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전자·철강 등 거의 모든 업종이 '기-승-전-차(車)'라고 부를 만큼 자동차 관련 산업에 뛰어드는 것처럼 화학업계도 자동차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외 업체 공장 신증설 경쟁

    현재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에서는 독일 바스프와 미국 듀폰, 일본 도레이 등이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 업체들은 후발 주자다. 2000년대 후반 시장에 처음 진출했고 작년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수요 전망 그래프

    SK케미칼은 올해 중 울산에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연간 1만2000t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PPS는 섭씨 200도 이상 고온에서도 녹지 않는 고성능 플라스틱으로 자동차에서 열이 많이 발생하는 엔진 덮개나 헤드램프 부품, 전기모터 부품으로 쓰인다.

    바스프는 지난해 말 충남 예산에 폴리아미드(PA)와 폴리에스터수지(PBT) 생산 공장을 지었다. 이달 말에는 코오롱플라스틱과 경북 김천에 폴리아세탈(POM) 생산 시설을 착공한다. 이 제품들은 자동차 앞 유리 와이퍼나 발전기 모터 부품으로 사용된다. 효성은 2013년 일산화탄소(CO)를 원료로 하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폴리케톤'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폴리케톤은 PA나 PBT보다 내구성이 두 배 이상 강해 거의 모든 자동차 부품으로 쓰일 수 있다.

    외국 업체도 국내에 공장을 짓고 있다. 도레이는 지난해 말 완공한 전북 군산 공장에서 연간 1만2000t의 PPS를 생산하고 있다.

    국내외 주요 화학 기업이 한국에 공장을 짓는 건 입지나 기술력 측면에서 일본이나 중국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잦은 지진으로 대규모 공장을 짓기 어렵고 중국은 첨단 제품을 생산할 기술력이 부족하다.

    "2030년까지 수요 2배로 늘어날 것"

    자동차 업체들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도입한 차량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점점 강화되는 환경·연비 규제를 맞추기 위해서는 차 무게를 가볍게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은 "2t 정도 승용차의 무게를 10% 줄이면 연비는 4% 개선되고 배출 가스도 최대 9% 줄어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알파로메오는 2013년 출시한 스포츠카 '4C' 차체의 62%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미국 쉐보레의 스포츠카 '콜벳Z06'는 플라스틱 사용 비중이 차 무게의 36%에 달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연비가 중요한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에 많이 쓰인다. 이 차량들에 장착되는 배터리가 일반 자동차 엔진보다 무겁기 때문이다. 독일 자동차업체 BMW가 개발한 전기차 i3의 경우 내부는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차량 외관 중 일부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i3의 무게는 1300㎏으로 BMW 3시리즈 세단(1495㎏)보다 200㎏ 정도 가볍다.

    현재 일반적인 승용차(1.8t 기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는 평균 130㎏이다. 비중으로 치면 전체의 7% 정도다. 그러나 연비 규제가 강화되는 2035년쯤에는 플라스틱 소재 사용량이 360㎏(2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시장 규모는 현재 66조원에서 2030년까지 126조원으로 커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