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폭풍… 경제활성화 法案 제동 걸리나

  • 이인열 기자

  • 손진석 기자

  • 입력 : 2016.04.15 03:07

    [與 참패, 국회 통과 더 어려워질 듯]

    한국판 양적완화·추경 편성, 野 반대로 사실상 물 건너가
    서비스산업발전법·노동개혁법, 대화로 풀 여지 남아 있어
    野,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조준… 재계 "경제 민주화 쓰나미 우려"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테니 (5월 말까지인)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기 전에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를 부탁드립니다."(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14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 경제부처 차관 5명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6개 경제단체 부회장들이 모여 간담회를 열었다. 원래는 투자 활성화를 논의하자는 자리였다. 하지만 논의의 초점은 온통 4·13 총선 결과에 맞춰졌다. 여소야대 국회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여당이 추진해온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이 올스톱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는 자리가 됐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아무리 좋은 정책도 입법으로 마무리되지 않으면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모든 경제 활성화 법안을 처리해달라는 경제계의 간곡한 호소가 결실을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 법안들 올스톱 위기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로 각종 경제 활성화 법안의 국회 통과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와 재계에서는 "비상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도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야당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데, 여당이 원내 제2당으로 추락한 20대 국회에서는 추진 동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은 투자 활성화보다는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경제민주화에 무게를 두고 정책 공조를 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는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경제 단체 임원은 "경제민주화 쓰나미가 올까 봐 두렵다"고 했다. 대기업 임원은 "노동자 보호나 기업 규제에 무게를 실은 야당 의원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한 것이 기업에는 부담"이라며 "눈앞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형국"이라고 했다. 정부와 재계는 다음 달 29일까지인 19대 국회 회기 내에 현재 계류 중인 법안이라도 통과돼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전경련, 경총 등은 '경제 활성화 법안 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판 양적완화·추경 편성 사실상 물 건너가

    현재 논의 중인 경제 활성화 법안들은 3대 정당의 입장에 따라 운명이 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두 야당이 모두 반대하는 법안은 현실적으로 통과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중도에 가까운 국민의당이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는 법안은 그래도 현실화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평가다.

    연도별 경제성장률 그래프
    그래픽=이철원 기자
    우선 새누리당이 제시한 '한국판 양적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부채 해소에 쓸 돈을 한국은행이 풀어놓게 하자는 방안이지만, 두 야당이 일관되게 반대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도 야당 반대로 어렵게 됐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가장 뜨거운 논란을 보이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은 국민의당이 정부 방안에 일부 동의하기 때문에 대화로 풀어나갈 여지는 남아 있다.

    다만 국민의당이 정부·여당에 협력하는 유연한 태도를 보이더라도 재적 의원 5분의 3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완강하게 버티면 법안이 통과되기 어렵다.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는 "남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중에 여당이 최대한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주면 좋겠지만, 워낙 정치적 타격이 커서 의지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野공조로 경제민주화 법안 여럿 등장할 듯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야권이 연합해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을 줄줄이 내놓고 기업들을 압박하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기업의 이익을 양극화 해소에 쓸 수 있게 하자는 철학을 담은 정책도 입법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두 야당은 민간 기업이 의무적으로 청년들을 일정 비율 고용하게 하자는 ‘청년 고용 의무 할당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장년층 고용이 위축된다는 점에서 정부와 재계가 반대하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법인세율 인상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확대 ▲일감 몰아주기 규제 확대 등도 야권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두 야당은 정부 반대에도 국민연금 기금을 가져다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방안을 공통의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물론 모든 법안이 발목 잡힌 건 아니다. 시·도별로 전략산업을 지정해주고 규제를 대거 풀어주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야권이 별다른 반대를 하지 않기 때문에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제1당이 되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책임감이 더 커진 만큼 예전보다는 합리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겠느냐”고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있다.

    미국 출장길에 총선 결과를 전해 들은 유일호 부총리는 “구조개혁 방안 중 입법 없이 실천이 가능한 부분을 찾고 있다”고 했다. 거대 야권을 의식해 시행령 등 국회 통과 없이 정부 권한으로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되는 방도를 궁리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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