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패스트푸드 기업 맥도날드가 한국·일본·대만 등 직영 사업에서 철수하고 프랜차이즈(가맹점)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직영은 본사가 직접 모든 운영을 맡기 때문에 투자금이 많이 들지만, 제품·서비스 품질을 일관되게 관리할 수 있다. 반면 프랜차이즈는 개인이나 업체에 매장 운영을 맡기고, 본사는 브랜드 관리만 하며 수수료만 받는 형태라 투자금이 적게 든다. 맥도날드는 프랜차이즈 전략이 "지속적이고 빠른 성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맥도날드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사업에서 한발 물러나기 위한 '출구 전략'을 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악재 겹치자 사업 철수… 신사업 투자 준비하나

맥도날드는 최근 2년간 각종 악재에 시달렸다. 2014년 7월 중국에선 납품 업체가 불량 닭고기를 공급해 파문이 일었고, 일본에선 햄버거에서 이물질이 여러 차례 발견돼 매출이 2년간 해마다 10% 이상씩 줄었다. 한국에선 2년여간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패스트푸드 업황 자체도 각국 현지 브랜드의 성장, 수제 버거 시장 확대 등으로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지난해 맥도날드 매출은 254억달러(약 29조원)로 2년 전(281억 달러)에 비해 10% 줄었다. 영업이익은 2013년 103억달러에서 지난해 89억달러로 14% 줄었다. 반면 보유 현금은 늘고 있다. 2012~2014년 20억달러 수준이던 현금성 자산이 지난해엔 77억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때문에 맥도날드가 기업 인수·합병이나 신사업 투자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맥도날드는 그동안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1998년 투자했던 멕시코 스타일의 패스트푸드점 치폴레를 2006년 매각하는 등 투자했던 몇 가지 사업을 2012년까지 모두 정리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1960~80년대 전 세계 시장을 장악했던 미국식 스타일이 이제 현지의 자체 음식과 현지 브랜드가 발전하면서 힘을 잃어가고 있다"며 "현지 상황에 맞는 대응 능력이 필요해지는 상황에서 한 발짝 물러나면서 시장을 정리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기업이 현금 보유를 늘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존 사업 전망이 밝지 않은 현 상황에서는 맥도날드가 신사업에 투자한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전 세계 3만6000개 매장, 95% 가맹점화 추진

이런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작년 1월 취임한 스티브 이스터 브룩 CEO가 같은 해 5월 발표한 새로운 전략 때문이다. 겉으로는 '공격적 확장'으로 보였지만, 내용은 '투자금 회수'에 가까웠다. 중국·홍콩·한국 등 아시아에 5년간 매장을 1500개 늘려 기존 수준(2800개)의 1.5배로 늘리겠다면서도 전 세계 매장의 80%인 프랜차이즈 형태 매장 비율을 9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진출해 있는 119개국 중 현지 기업에 운영을 맡긴 70개국 외에 본사가 소유한 49개국 법인도 최대한 합작회사로 전환하거나 지분 전체를 매각해 위탁 운영 업체(마스터 프랜차이즈)에 가맹점을 관리하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대만 맥도날드 지분 전체와 일본 맥도날드 지분 대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 달 한국의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밝히면서 "현지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를 찾아 사업을 더 잘 해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경우 맥도날드 매장의 70% 정도가 직영 매장이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스타벅스가 신세계라는 대기업을 등에 업고 편하게 한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듯 맥도날드도 기존 투자금을 회수하는 한편 현지 우량 기업을 찾아 돈이 덜 드는 수수료 사업으로 전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