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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강봉균표 양적완화'에 이의 있다

  • 정재형 경제정책부장
  • 입력 : 2016.04.09 04:00

    [데스크칼럼] '강봉균표 양적완화'에 이의 있다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발표한 ‘한국판 양적완화'가 화두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으로 산업은행의 채권을 인수해 기업들의 사업재편(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투자, 가계대출 장기화를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양적완화’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양적완화가 아니다. 양적완화는 기준금리 제로(0) 상태에서 통화량을 공급하기 위해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다. 통화량 증가가 초점이다.

    벤 버냉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 의장은 자신의 회고록 ‘행동하는 용기'에서 미국의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조치에 대해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런 매입 조치를 대규모 자산 매입(large-scale asset purchase, LSAP)이라고 부르지만 금융업계는 그 도구를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QE)라고 부르기를 고집했다"고 회고했다.

    각주에서는 “나는 언론과 시장이 ‘신용 완화(credit easing)’라는 용어를 사용하도록 유도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양적 완화는 2000년대 초기에 일본이 자국의 (성공하지 못한) 계획에 붙인 용어다. 일본의 양적 완화 계획은 통화공급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데 비해 연준은 장기금리 축소를 위한 수단으로 장기 국채 및 주택담보부 증권(MBS) 매입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자, 명확히 하자. 강봉균표 양적완화는 양적완화가 아니다. 흥행을 위해 이름만 그렇게 붙였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한다는 것만 양적완화와 비슷하다. 엄밀한 의미에서는 신용 완화다. 한국은행이 현재 하고 있는 금융중개지원대출과 비슷하다. 특정한 분야로 목표를 정해 자금을 공급하는 것이다.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은 은행에 자금을 지원해 낮은 금리로 대출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무역금융 4조5000억원, 설비투자 8조원, 창업 6조원, 영세자영업자 5000억원, 지방 중소기업 5조9000억원 등 25조원이다.

    강봉균 위원장이 산은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과 가계대출 장기화를 하겠다고 하고 양적완화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한은 금융중개지원대출을 25조원 정도에서 몇 조원 늘리는 것을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강봉균표 양적완화의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세계 각국은 중앙은행 관련 법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정부는 항상 경기 부양의 유혹을 느끼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려고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최근에는 인플레이션 문제는 없고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어서 미국 유럽 일본 등 기축통화국들은 제로금리에 양적완화까지 한다. 그래도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해도 괜찮다는 얘기다.

    강봉균 위원장은 우리나라도 앞으로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의하긴 어렵지만 그렇다 치자. 강봉균표 양적완화는 제대로 보면 신용할당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자금을 배분(대출)한다면 결국 정부의 입김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과거 개발연대의 관치금융과 다르지 않다.

    지금은 저금리 시대다. 기업들이 자금이 없어서 사업재편을 못하는 게 아니다. 신성장동력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다들 투자처를 찾지 못해 안달인 마당에 어떻게 대출을 늘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정치권 입김으로 좀비기업이 연명하는 데 쓰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구조조정도 정부와 은행들의 의지에 달렸다. 돈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못하는 게 아니다.

    주택담보부 증권(MBS)을 매입해 가계대출 장기화를 지원하겠다고 하는데 인센티브가 없으면 되지 않는다. 지난해 도입된 안심전환대출은 여유가 있는 중산층에게 저금리로 가계대출을 장기화할 수 있게 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더 시급한 곳이 많은데 중산층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정부가 신용 할당, 자원 배분에 개입하다 보면 형평성 논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2%대 성장률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뭐라도 해야 하지 않느냐’라는 강봉균표 양적완화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럼 차라리 재정정책을 대폭 확대하는 건 어떤가. 재정건전성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관료, 정치권, 언론들은 기겁을 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다보스포럼과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서 보듯이 세계적으로 대규모 재정정책의 필요성은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SOC(사회간접자본)의 공기를 단축하고, 건설된 지 30년 이상으로 노후화된 도로, 댐, 상수도 등을 교체하는 것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현행 40%에서 50%로 10%포인트 높이자. 작년 GDP가 1500조원이었으니 150조원 정도, 연간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정도를 생산성 높은 SOC에 투입하자.

    재정건전성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현재 복지 수준만 유지해도 앞으로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난다고 할 것이다. 그건 150조원을 안 써도 언젠가 닥칠 일이다. 그때는 복지를 축소하든지, 세금을 더 걷든지 선택해야 한다. 그렇게 해결할 일이다. 지금은 재정지출을 대폭 늘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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