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보험 그룹인 독일 알리안츠(Alliantz)가 한국알리안츠생명을 불과 35억원이라는 헐값에 중국계 보험회사에 매각하고 국내 시장을 떠난다.
중국 안방(安邦)보험그룹은 6일 중국 SNS인 '웨이신(wechat)'을 통해 "한국알리안츠생명을 300만달러(약 35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당초 한국에서는 매각 가격이 2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충격적인 가격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알리안츠생명은 자본 잠식 상태인 데다 영업망이나 조직 문화 등이 무너져 회사가 완전히 망가진 상태여서 매각 가격이 크게 낮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방보험은 알리안츠생명을 35억원에 인수하긴 하지만 인수와 동시에 자본 잠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8000만달러(약 930억원)를 투입해야 해 사실상 1000억원 정도를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알리안츠생명은 수년간 적자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고, 지난해에는 8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알리안츠그룹은 1999년 국내 4위 생명보험사 제일생명을 4000억원대에 인수하면서 국내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7차례에 걸쳐 8500억원을 신규 증자하는 등 한국알리안츠생명에 총 1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17년 만에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게 됐다.
보험업계에서는 알리안츠가 제일생명을 인수한 이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나 한국 시장의 특성에 맞는 영업 전략을 세우지 못한 경영진의 책임도 일부 있지만, 한편으로는 보험업계에서 가장 강경한 것으로 알려진 노조가 경영 정상화의 장애물이 됐다고 지적한다.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2007년부터 경영 개선 작업에 들어갔지만 노조의 반대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알리안츠노조는 성과급제 도입에 반발해 2008년 234일간의 초장기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회사 측은 퇴직금 누진제를 개선하려고 했지만 노조의 거부로 수년간 지연되다 2013년 514억원의 적자를 낸 뒤에야 타결됐다. 그럼에도 당시 실시한 희망퇴직에서 장기 근무 직원들은 수억원씩 퇴직금을 챙기고 회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