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이식은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증자는 한정돼 있지만, 대기자는 계속 늘어난다. 한국에서만 매년 1000여명이 장기 이식을 기다리다가 목숨을 잃는다. 하지만 머지않아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손쉽게 장기를 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돼지와 같은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이종(異種) 간 장기 이식 연구가 발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구진은 개코원숭이(오른쪽)에게 돼지 심장(왼쪽)을 이식해 2년 이상 문제없이 기능을 하는 것을 확인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심장·폐·혈액연구소 무하마드 모히우딘 박사 연구팀은 "개코원숭이 5마리에게 돼지의 심장을 이식해 평균 2년 이상 생명을 유지했고, 이 중 한 마리는 3년간 건강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실렸다. 실험에 돼지가 주로 사용된 것은 사람과 장기 크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돼지의 장기를 꺼내 그대로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모히우딘 박사 연구팀은 면역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는 시스템을 차단하는 단백질을 개발했다. 면역억제제를 쓰지 않기 위해서다. 면역 거부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 체계가 작동하지 못하도록 면역억제제를 사용하면 다른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연구진은 돼지 심장을 개코원숭이의 복부에 연결한 뒤 이 단백질과 면역억제제를 약하게 주입했다. 원래 개코원숭이의 심장은 그대로 유지했다. 모히우딘 박사는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돼지 심장을 제거해 개코원숭이를 살릴 수 있으면서도, 이식 뒤 거부반응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 결과 개코원숭이들은 2년 이상 생존했고 돼지 심장도 펌프질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면역억제제의 용량을 이전 장기 이식에 비해 현저히 줄여도 거부반응이 없었다. 모히우딘 박사는 "개코원숭이의 심장을 아예 돼지 심장으로 대체하는 실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