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과학기술 R&D 제도 개선, 美 국립과학재단(NSF)을 보라

조선비즈
  • 여준구 KIST 로봇미디어연구소장
    입력 2016.03.28 13:55

    한국의 이공계를 대표하는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 5개 대학이 최근 과학 연구에 대한 계량적 평가 관행 개혁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이 지원되는 연구 분야에 대해 정부 관료가 세세한 연구 방향까지 정하고 과학자들에게 강요하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의 이공계 대학들이 연구 지원 제도 개선을 제안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연구 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2015년 18조9000억원으로 지난 10년간 2배 이상 증가했다. 옛 과학기술부 초기에 비하면 17년 동안 6배 가까이 늘어났다. R&D 예산이 늘어난 만큼 이제는 동네 구멍가게가 아니라 대형마트 수준의 운영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연구 관리 지원 제도를 개선해야 앞으로 10년 내에 투자 기대치에 맞는 우수한 연구 성과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 기술 관련 기관들과 정부도 제도 개선에 대해 많이 고민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평가제도만 개선해서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 연구제안서 작성 형식, 선정 평가 프로세스, 관리 등 전체적인 프로세스와 담당 기관의 독립성을 포함한 제도 개선 관점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단순히 연구자의 자율성만 강조되어서도 안된다.

    연구 지원 제도 개선의 관점에서 필자가 6년간 근무했던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National Science Foundation) 모델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NSF는 세계 최고의 연구지원 기관이며 전세계 기초과학을 이끌어 가는 선도적인 기관이다. NSF는 1950년에 설립된 백악관 산하 미 정부기관으로 한 해 예산이 약 8조원에 이른다. 사회과학과 경제학을 포함한 모든 과학과 공학 분야(의학 제외)의 연구 지원, 유아원부터 대학원의 과학기술 교육 지원, 남극연구기지, 대형 천문망원경, 국제 과학용 인터넷 망 등 주요 연구 시설 지원 등을 하고 있다.

    또 NSF는 미국의 과학기술 정책 및 외교, 새로운 과학기술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 분석 및 과학, 공학 통계분석을 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포함한 많은 국가가 NSF의 첨단 연구 방향과 통계 자료들을 인용하고 있다. 그동안 NSF 연구지원을 받은 200명 이상의 과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았다. NSF 지원 연구를 통해 개발된 결과물 중에는 도플러 효과를 이용한 레이더, 인터넷, 웹브라우저, 구글 검색엔진, 바코드,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잉크젯 프린터, 나노튜브, 캠코더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익숙한 기술들이 있다.

    굳이 우리나라에서 NSF와 유사한 기관을 찾아보자면 과거 과학기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역할과 기능을 합친 기관으로 볼 수 있다. NSF는 미항공우주국(NASA)처럼 정부 부처 소속이 아닌 독립기관이다. 특히 NSF는 미국 대통령 산하 기관인데 대통령 산하로 둔 이유는 모든 과학기술 분야의 기초연구 지원을 하는 NSF가 특정 부처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NSF 직원들은 미 연방정부 공무원이며 일부 행정 지원 공무원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연구자 출신으로 각 분야 유명 저널의 편집장을 역임하는 등 유수의 석학들을 포함하고 있다.

    NSF는 연구 지원 제도 개선을 고민하는 우리가 참조할 만한 프로그램과 제도, 운영방식을 갖고 있다. 일례로 NSF에 제출하는 연구 제안서에는 매우 구체적인 연구방법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를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평가하고 최종 선정은 담당 PD(Project Director)가 한다.

    가장 눈여겨볼 것은 NSF의 세부적인 프로세스와 다른 연구기관과의 협업이다. NSF는 NASA,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 다른 연구기관과 공동 연구 지원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듣는 ‘부처 이기주의’ 또는 ‘연구 프로그램 간 장벽’과 같은 단어를 들어보기 어렵다. NSF가 어떤 프로세스로 타 부처 및 연구기관과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는지 조사해 분석해 본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부처간 연구 지원 협력이 잘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곧 우리의 미래라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다. 국가 발전과 경쟁력을 높이는 세계적인 연구 성과가 나와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이끌 수 있도록 연구 지원 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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