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일원동 전용면적 72㎡ 아파트에 전세로 사는 조모(32)씨. 그는 직장이 있는 여의도에서 가까운 넓고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하기 위해 최근 마포구에서 전세 매물을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조씨는 "지하철 5호선 애오개역이나 마포역 일대 신축 아파트는 전용면적 59㎡도 전세금이 5억~6억원에 달한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비싸서 지금 살고 있는 강남 아파트가 싸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 서울 주택 시장의 주도권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빠르게 넘어가고 있다. 아직까지 집값은 강남·서초·송파구 등 강남권이 더 비싸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강북의 아파트 매매·전세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 상승률도 강남을 앞질렀다. 특히 마포·성동·서대문구는 강북의 '빅3'로 불리며 주택 거래량이 강남3구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아파트 분양권 거래총액은 강북 빅3가 강남3구를 뛰어넘었다.

서대문구, 아파트 거래 증가율 서울 1위

강북 빅3의 인기는 아파트 거래량과 집값 상승률에서 드러난다. 부동산리서치회사인 리얼투데이는 27일 "지난해 서울지역 아파트 실거래를 모두 분석한 결과, 매매와 전월세를 합친 거래량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이 서대문구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1년 만에 80% 늘었다. 성동구와 마포구가 각각 61%, 59%씩 증가했다. 양천구에 이어 증가율 3, 4위다. 반면 전통적 인기 주거지인 강남구와 서초구는 지난해 아파트 거래량이 각각 10%, 18% 줄었다. 2013년만 해도 강남 3구 거래량의 30%에 불과하던 강북 빅3 아파트 거래량은 2년 만에 81%까지 육박했다.

분양권 거래는 강북 빅3가 강남권을 추월했다. 지난해 성동구와 서대문구 아파트 분양권 거래총액은 각각 4879억원, 3863억원으로 강남구(2466억원), 송파구(2288억원)를 제치고 서울에서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아파트값 상승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마포·성동·서대문구의 3.3㎡당 매매가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달 27일 현재 마포구 아현동 일대 아파트의 3.3㎡당 매매가(2251만원)는 송파구와 비슷하다. 최근 분양가가 비싼 새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던 서초구를 제외한 강남구와 송파구는 부동산 활황기였던 2007년 1월 대비 현재 집값이 80%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북 빅3, 새 아파트 많고 젊은 층 선호

강북 빅3 지역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새 아파트 효과와 젊은 층 유입을 꼽는다. 이들 지역은 도심 접근성이 좋고 재개발 사업으로 대규모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주거 환경이 개선됐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마포구나 성동구는 시청·여의도·강남에 직장을 둔 20~30대 실수요자들이 30분대면 출퇴근할 수 있고 집값도 아직은 강남보다 저렴해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새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는 마포구 아현동, 서대문구 남가좌동, 성동구 하왕십리동 일대는 30대 실수요자 비중이 30~40%에 달한다.

강북 빅3가 젊은 층에 인기 있다는 사실은 인구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14~2015년 서대문구 주민등록 인구는 0.7% 증가했다. 서울에서 증가율 1위였다. 마포구와 성동구도 각각 0.64%, 0.3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강남·서초·송파구는 모두 인구가 줄었다. 최근 1~2년 새 대규모 아파트 입주가 진행된 마포구 아현뉴타운,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의 경우 젊은 층이 많이 이사오면서 평균 연령이 2013년보다 1.1세~6.7세 낮아졌다.

올해도 강북 도심에는 재개발 사업지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잇따르면서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서대문구에서는 다음 달 홍제동 홍제2구역 '홍제원 아이파크'(일반분양 370가구), 남가좌동 제1구역 'DMC 2차 아이파크'(617가구)가 분양된다. 마포구에서는 창천동(창천1구역), 대흥동(대흥2구역), 신수동(신수1구역) 등에서 신규 공급 물량이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재개발 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강북 도심 강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강북 아파트값도 단기간에 많이 오른 만큼 매매가나 분양가격이 주변 시세와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지 않은지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