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속 새 먹거리 찾아라”…은행들이 꽂힌 항공기 투자

조선비즈
  • 남민우 기자
    입력 2016.03.28 07:00

    이달 초 우리은행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에 7000만달러(약 830억원)를 대출해주는 항공기 금융 투자 계약을 맺기로 했다. 에티하드항공사가 신규로 사들일 항공기에 4년간 대출금을 빌려주고 항공기 운용 수익으로 상환받는 방식이다.

    하나은행도 최근 기업은행 등 다른 금융사들과 함께 1억달러(약 1172억원) 규모의 항공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항공임대시장 1위 업체인 에어캡(AerCap)에 1억달러를 빌려 주는 것이다. 에어캡이 다시 중남미 항공사에 비행기를 빌려 준 다음,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나중에 돌려받게 된다.

    국내은행들이 잇따라 항공기 구매금융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항공기 금융이란 항공기 구매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금융기관이 4~5년 간 빌려주는 대신, 항공기 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으로 나중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형식의 금융 기법을 말한다.

    주로 ‘A380’이나 ‘B777’ 기종 같은 대형 항공기 투자가 많다. 항공기를 담보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주는 후순위채권 투자가 대부분이다.

    시중은행 투자은행(IB)본부 관계자는 “항공기 금융은 비행기를 담보로 잡고 있어 위험 부담도 크지 않고, 마진도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주택담보대출 상품보다 최소 0.2%포인트 높은 수준”이라며 “저금리 기조로 국내엔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 보니 발굴해 낸 새로운 틈새 투자처"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 “위험 대비 수익 높다” 국내은행 참여 늘어

    그 동안 해외 투자를 꺼려왔던 시중은행들이 해외 항공기 금융에 눈길을 돌리는 것은 수익률이 다른 곳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안정적이란 판단에서다.

    항공기 금융은 상업은행의 전통적인 주(主)수입원인 가계대출이나 기업대출보다 수익률이 1.5배에서 최대 2배 가량 높지만, 항공기를 담보로 잡고 있어 원금 손실 우려도 상대적으로 적다.

    항공기가 건물이나 선박 등 다른 실물 자산과 달리, 가격이 들쭉날쭉 하지 않다는 점도 항공기 금융의 또 다른 장점이다.

    항공기 제조사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해 신규 진입이 쉽지 않은 데다, 양대 항공 제조사인 보잉과 에어버스가 과점 시장 체제에서 공급을 통제하고 있어 조선 산업처럼 공급 과잉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부분 항공기 금융을 주선할 땐 비행기의 감가상각 비용보다 더 많은 원금을 돌려받도록 계약을 맺곤 한다”며 “비행기 추락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를 빼고는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편”이라고 말했다.

    ◆ 전문가들 “아시아 항공금융 시장 성장 가장 빨라”

    그래픽=이진희 디자이너
    항공기 금융은 대당 평균 가격이 1억달러(약 1100억원)에 달하는 항공기의 특성상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하기 때문에 생겨난 시장이다.

    그러나 리스사, 제조사, 항공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탓에 자금 운용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해 과거에는 주로 투자은행(IB)이나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로 증권업계에서 항공기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KTB투자증권, KDB대우증권, HMC투자증권, SBI 등이 성공적으로 항공기 투자 계약을 맺었다. 올해는 우리은행, 농협, KB국민은행 등 상업은행들도 항공기 구매 금융 시장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항공 금융 시장도 지금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잉이 발표한 보고서 따르면, 오는 2033년까지 항공기 교체와 추가 도입에 필요한 신규 항공기 수요는 3만380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중 아시아 지역의 항공기 수요는 약 1만4330대로 북미(7890대), 유럽(7310대), 중동(3180대) 등 다른 지역보다 2~4배 가량 많다.

    최진웅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에서 항공기 금융은 비교적 생소한 영역에 속했으나 최근 기관투자자를 중심으로 투자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며 “아시아 지역은 특히 금융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전망돼 국내 금융기관도 지속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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