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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시계, 왜 한국에서만 잘 팔릴까

  • 류정 기자

  • 입력 : 2016.03.25 03:07 | 수정 : 2016.03.25 10:22

    불황에 스위스 시계 수출 감소
    국내 백화점 명품시계 매출은 지난해 20~30% 늘어나
    한국, 亞 중요한 시장으로 부상

    20·30代와 중산층 구매 늘고 환금성 좋아 불황에 특히 인기

    대기업에 다니는 김성준(35)씨는 지난여름 큰 마음 먹고 900만원대 스위스 명품 시계 IWC를 샀다. 김씨는 "시계 하나 바꿨는데 주변에서 나를 다르게 보는 느낌"이라며 "미용실 직원분이 '젊은 나이에 성공하셨다'며 소개팅을 제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최근 명품 시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면서 국내 명품 시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전 세계 시계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유독 한국에선 잘 팔린다.

    스위스시계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시계 수출 금액은 218억 스위스프랑(약 26조원)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최대 시장인 홍콩에선 23% 감소하는 등 미국·중국 등 3대 시장 모두 1~5% 감소했다. 5위 시장인 일본 역시 1.9% 줄었다. 하지만 한국으로 수출하는 스위스 시계는 2014년 18.8%, 지난해 0.2% 늘어나는 등 2년 연속 성장했다. 롯데·현대·신세계 등 국내 백화점 명품 시계 매출은 지난해 20~30% 늘어난 데 이어 지난 1~2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0~40%대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 구매도 있지만 내국인 소비가 80~90% 이상이다.

    가격대별 시계 브랜드 외
    한국에서 신제품 단독 출시하고, 매장 증설

    스위스 시계 업체들도 급성장하는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입문용 시계가 800만~900만원대인 스위스 브랜드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 11일 3억7000만원대 초고가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아시아 최초 판매지를 한국(현대백화점 압구정점)으로 정했다. 한국에 신설 매장을 내는 업체들도 늘었다. 파네라이는 지난 1일 글로벌 직영 1호점을 서울 삼성동(현대백화점)에 열었는데, 이 회사 회장이 이례적으로 직접 매장을 찾아 기념식을 가졌다. 브레게는 2010년 이후 매장을 열지 않다가 지난달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매장을 신설했다. 피아제·오데마피게 역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같은 백화점에 새 매장을 열었다. 유태영 현대백화점 상무는 "원래 시계 업체들이 생각하던 중요 시장은 유럽·미국·중국(홍콩 포함)·일본 순이었지만 최근 중국이 경기 침체와 부정부패 척결 정책 때문에 소비가 줄면서 아시아에선 한국이 중요한 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 시장 아직 초기… 환금성 좋아 불황형 명품으로도 인기

    명품 시계 시장이 뜨는 이유는 부유층뿐 아니라 젊은 층과 중산층의 구입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이 명품 시계 구매자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2012년 23.6%이던 20·30대 구매 비중이 지난해 30.4%로 뛰었다. 오명훈 롯데백화점 시계 구매 담당자는 "젊은 층은 입문용인 300만~500만원대인 태그호이어, 800만~1000만원대인 IWC를 많이 산다"고 말했다.

    장혜진 신세계백화점 수석부장은 "일반적으로 명품 소비의 입문 단계가 가방, 그다음이 의류라면 시계·보석은 그 종착역"이라며 "최근 20·30대는 작은 것은 아끼더라도 지불할 가치가 있는 것은 과감하게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시계 소비자의 90%는 남성이지만 최근 여성들의 소비도 늘고 있다. 위블로의 소미혜 과장은 "최근 잘 팔리는 3위권 제품 중 하나가 여성용 시계"라며 "최근 여성들의 명품 관심 범위가 크게 넓어졌다"고 말했다. 명품 시계는 가방·의류와는 달리 환금성이 좋아 더 인기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 명품 마케팅 전문 회사 컴플리트케이의 김지영 이사는 "시계나 보석은 시간이 지나면 값이 더 오르는 경우도 있고, 언제든 팔 수 있어 불황에 특히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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