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알뜰폰 업체 대부분이 수사기관에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이용자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망법 제30조에 따르면 정보통신 사업자는 서비스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한 경우 이용자가 해당 사안에 대한 열람을 요구하면 그 내역을 알려주게 돼 있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들은 이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알고 있더라도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주는 절차가 복잡했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 확인서를 제공하는 알뜰폰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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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는 3월 17~18일 알뜰폰 상위 8개 사업자(가입자 기준)를 대상으로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 발급 여부를 조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알뜰폰 상위 8개 업체가 CJ헬로비전, SK텔링크, 이지모바일, 유니컴즈, 인스코비(프리텔레콤 포함), 아이즈비전, kt M모바일, 에넥스텔레콤이라고 밝혔다.

현행법상 통신사가 수사기관에 가입자 정보를 제공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이나 검사, 정보수사기관이 자료 열람이나 제출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 그 대신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요청할 경우 가입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했던 내역을 알려줘야 한다.

확인 결과 8개 알뜰폰 업체 모두 공식 웹사이트에서는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이 확인서를 발급한다. 알뜰폰 2위 사업자인 SK텔링크는 조선비즈 취재가 시작되자 18일 “인터넷으로도 신청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알려왔다.

나머지 알뜰폰 업체는 전화 상담을 통해서만 확인서 발급이 가능하거나 아예 관련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2008년부터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이지모바일의 상담 직원은 “통화 내역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수사기관에 가입자 정보가 제공됐는지를 알려줄 수는 없다”고 안내했다. 이 업체는 55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보유한 알뜰폰 3위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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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계열사인 kt M모바일(7위)의 상담원도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최근 kt M모바일에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요청했다는 직장인 유용환(가명)씨는 “알뜰폰 업체라고 해도 대기업 계열사인데 가입자의 권리 부분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알뜰폰 4위 사업자인 유니컴즈는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줄 수는 있지만 가입자가 직접 회사로 방문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이 회사는 경기도 군포시 금정동에 있다. 유니컴즈 상담원은 “본사 한 곳에서만 확인서를 발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J헬로비전(1위)과 에넥스텔레콤(8위)은 전화 상담을 통해서만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발급해줄 수 있다고 안내했다. 6위 사업자인 아이즈비전은 관련 내용을 아예 모르고 있었다. 한 알뜰폰 업체 관계자는 “알뜰폰 가입자 중 통신자료 제공 사실 확인서를 신청하는 사람이 적다보니 관련 시스템 구축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3월 1일 공개한 ‘1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현황’에 따르면 알뜰폰 가입자 수는 총 604만2096명으로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10.2%를 차지한다. 서영진 서울YMCA 시민중계실 간사는 “알뜰폰 가입자 수가 600만명을 돌파한 상황에서 알뜰폰 업체들이 소비자의 기본적인 알 권리를 무시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