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IT 기기들, 소외된 구성원의 눈이 되어주다

조선일보
  • 채민기 기자
    입력 2016.03.18 03:06

    장애인용 첨단 기기 개발… 정보격차 해소 나서는 기업들

    IT(정보기술)는 때로 '차갑다'는 비판을 받는다. 편리함과 효율성만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미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IT 기업들은 '따뜻한'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부나 후원 같은 일회성 지출이 아닌 기술을 통한 사회 공헌 활동이다. 당장 돈이 되지는 않더라도,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거나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꾸준히 선보이는 것이다.

    1 SK텔레콤이 지원한 벤처기업 '닷'의 점자 스마트워치. 2 대형 스크린에 전방 도로 상황을 비춰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삼성전자 '세이프티 트럭'. 3 LG전자 임직원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하는 모습. 4 실종 아동 정보를 전파하는 페이스북의 앰버 경보.
    공익적 기술을 개발하는 IT 기업들의 시도가 늘고 있다. 1 SK텔레콤이 지원한 벤처기업 '닷'의 점자 스마트워치. 2 대형 스크린에 전방 도로 상황을 비춰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삼성전자 '세이프티 트럭'. 3 LG전자 임직원들이 시각장애인에게 '책 읽어주는 스마트폰' 사용법을 설명하는 모습. 4 실종 아동 정보를 전파하는 페이스북의 앰버 경보. / 각 사 제공
    장애인들도 첨단 기술 누릴 수 있도록

    IT 기업들이 선보이고 있는 '따뜻한 기술' 중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다. 장애인들이 최신 기술의 혜택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SK텔레콤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2016'에서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를 전시했다. SK텔레콤의 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브라보! 리스타트' 출신 기업 '닷(DOT)'이 만든 제품이다. 지금까지의 시각장애인용 스마트워치는 문자를 음성으로 변환해주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이 기기는 공공장소에서 사용할 경우 문자메시지나 이메일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질 우려가 있다. 닷이 만든 스마트워치는 점자(點字) 방식으로 이런 우려를 해결했다. 시계판 위에서 작은 돌기들이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점자를 표현해 글자를 손가락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재활공학서비스 연구지원센터와 손잡고 눈동자를 따라 움직이는 안구(眼球) 마우스 '아이캔플러스'를 지체장애인들에게 무료로 보급하고 있다. 장애인들도 컴퓨터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기존 안구 마우스는 대당 가격이 1000만원이 넘어 대부분 장애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안구 마우스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의 사내(社內) 벤처 육성 프로그램 'C랩'의 1호 과제로 개발됐다. 2014년 개량 모델인 지금의 아이캔플러스가 나왔고, 현재는 3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다.

    LG전자는 지난 2006년부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 읽어주는 휴대폰'을 보급해오고 있다. 휴대전화에 글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다. 지난해에는 폴더형 스마트폰 '와인스마트'에 이 기능을 넣어 시각장애인 2500명에게 기증했다.

    스마트폰에는 LG상남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 읽어주는 도서관' 앱(응용 프로그램)을 탑재해 인문·교육·과학 등 분야의 책 1만여권을 음성으로 청취할 수 있다. LG전자 경영지원부문장 이충학 부사장은 "기술을 활용한 나눔 활동을 적극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문제 해결에도 도움

    장애인 복지뿐 아니라 각종 사회문제 해결에 IT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경기지방경찰청과 '중요범죄 용의자 및 요(要)구조자 발견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치매 노인처럼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나 범죄 용의자, 수배자를 카카오택시 기사가 발견했거나 승객으로 태웠을 때 경찰에 즉각 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경기경찰청에서 소재 파악이 필요한 인물의 정보를 카카오로 보내면, 카카오는 이를 해당 지역 택시 기사에게 카카오톡 공지 메시지로 전송한다. 메시지에는 담당 경찰관에게 직접 연결되는 '핫라인' 버튼이 있어 신속한 신고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경찰의 요청이 접수된 지역의 기사들에게만 선별적으로 메시지가 전송되는 시스템도 개발했다. 예컨대 경찰로부터 경기 용인시의 실종자 정보를 접수했다면, 택시 면허에 등록된 지역 분류를 바탕으로 용인 지역에서 운행하는 기사들만 골라 메시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공개한 '세이프티 트럭(Safety Truck)'도 비슷한 사례다. 이 트럭은 앞부분에 달린 카메라가 전방 도로 상황을 촬영해 트럭 뒤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비춰 준다. 뒤따르는 차량은 트럭에 가려진 도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추월하려고 중앙선을 넘었다가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 실종학대아동센터와 제휴해 '앰버 경보(Amber Alert)' 시스템을 도입했다. 앰버 경보란 1996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납치 살해된 9세 소녀 앰버 해거먼의 이름을 딴 비상경보 체제로, 실종 아동의 인상착의 등을 전광판 등을 통해 내보내는 것을 말한다.

    앰버 경고는 어린이가 실종된 지역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담벼락(게시판)에 게시되며, 사용자들은 이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아동 실종 사건은 발생 후 처음 몇 시간의 대응이 중요하다"며 "좀 더 많은 사람에게 경보가 노출될수록 아이를 찾을 확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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