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속임 규제 개혁' 논란 콜버스, 택시업자 기득권 지키기로 끝나

조선일보
  • 성호철 기자
    입력 2016.03.17 03:07

    택시·노선버스에게만 독점적 운행권 인정

    '눈속임 규제 개혁'이란 비판을 받았던 '콜버스' 사태가 결국 택시 사업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16일 "이르면 다음 달 택시 회사들이 심야콜버스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 달 전만 해도 심야 콜버스 철폐를 주장한 택시 회사들이 정부가 심야 콜버스의 운행 독점 권한을 인정해주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심야 콜버스란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에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미니 버스에 태워주는 일종의 '카풀' 서비스다. 신생 기업 콜버스랩이 작년 12월 강남구와 서초구에서 무료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택시 승차 거부에 시달리던 승객들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택시업계가 "심야 콜버스가 택시 승객을 뺏는다"며 반발했고,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심야 콜버스 도입 정책'을 내놓으면서 택시회사와 노선버스 사업자에게만 심야 콜버스 운행 면허 자격을 부여했다.

    면허를 못받은 콜버스랩이 사업을 접어야 할 상황이 되면서 비판 여론이 드세졌고, 급해진 국토부는 이번엔 택시조합 측을 압박해 콜버스랩과 공동 사업을 하도록 종용했다. 이에 따라 콜버스랩은 독자적으로 사업을 하지 못하고 택시업계의 심야 콜버스 사업에 스마트폰 앱과 시스템을 운영하는 협력사로 참여한다. 택시 조합 관계자는 "13인승 현대자동차의 쏠라티 20~50대로 심야 콜택스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결정은 이 서비스를 처음 개발해 도입한 콜버스랩에는 숨통을 틔워줄지 모르지만, 새로운 벤처기업의 콜버스 사업 진출은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조치이다. 규제 개혁은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해 신산업을 키우자는 취지다. 하지만 국토부는 기존 택시 회사와 이미 시장에 진입한 콜버스랩이란 특정 벤처 하나만 살리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아직 심야 콜버스 사업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택시 회사들은 벌써부터 낮에 쏠라티 차량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택시 조합 관계자는 "낮엔 대형 관광택시로 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택시 업계는 이를 위해 국토부에 '대형 관광택시가 대절 요금을 받고 운행하게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버스처럼 일정액을 받고, 단체 관광객을 운송하겠다는 것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는 "심야 콜버스 사업만으론 대당 6000만원씩이나 하는 쏠라티의 운영 비용을 뽑을 수 없다"며 "낮시간대 관광택시 사업이 잘 돼야 심야 콜버스 사업에 참여하는 택시 회사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는 "택시업계로서는 자신들의 고객을 잠식하는 심야 콜버스 서비스를 충실하게 할 유인 요인이 없다"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신생기업들의 콜택시 서비스 진출은 규제로 틀어막으면서 택시업계에는 관광객용 대형 택시 사업이라는 선물을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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