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기준 완화… 롯데·SK에 부활 기회 줄 듯

  • 채성진 기자

  • 최규민 기자

  • 입력 : 2016.03.15 03:06

    작년 면세점 사업권 잃어 올해 5~6월 폐점 예정돼 있어, 인원 정리前 구제계획 앞당겨
    이미 허가받은 업체들 반발 "정책 오락가락, 공멸할 수도"
    전문가들 "사업 전면 자유화를"

    면세점 현황 및 매출액 정리 표
    작년 11월 면세점 사업권을 잃어 문을 닫게 된 롯데(월드타워점)와 SK(워커힐점)에 면세점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는 재도전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5년마다 사업권을 원점에서 심사하는 현행 제도는 기업에 너무 큰 리스크를 떠안긴다는 지적에 따라 면세점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인 정부가 면세점 신규 인가 요건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이들 탈락 업체를 구제해주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두 업체가 면세점 사업을 중단할 경우 직원 2200명이 실직 위기에 몰리는 등 부작용이 너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한화와 두산 등 작년에 새로 사업권을 따낸 업체들은 "면세점 수가 많아지면 업체 간 과잉 경쟁이 예상된다"며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정부, 탈락 업체에 재도전 기회 주기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시내 면세점 개선 방안을 이달 말 발표하겠다"며 "면세점 허가 발급 요건과 기간, 수수료 등 면세점 시장에 대한 진입 요건 관련 부분들이 개선 방안에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를 앞당긴 배경에 대해 당시 최 차관은 "업계의 제도 개선 목소리가 크고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고조됐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14일 "발표를 앞당긴 것은 탈락 업체들의 영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인 방안은 오는 16일 열릴 면세점 제도 개선 공청회 등을 통해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확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업권을 잃은 월드타워점과 워커힐점은 올해 5~6월 폐점을 앞두고 있는데, 인력과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기 전에 구제 계획을 밝혀 혼란을 막겠다는 의도다. 이들 면세점이 재도전의 기회를 얻더라도 관련 법규정 개정과 사업자 공모, 심사 등 일련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폐점은 불가피하겠지만 직원 대량 해고와 같은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면세점 업계에선 '탈락 업체 구제설'이 돌았지만 정부 관계자가 이를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검토 중인 방안은 현재 관광객이 전년보다 30만명 증가할 때마다 1곳을 신규 인가해주도록 한 규정(관세청 고시)을 완화하는 것이다. 이 기준이 10만~20만명으로 낮춰질 경우 자동적으로 면세점 수가 늘어나고, 탈락 업체들의 재진입도 쉬워진다.

    사업권 추가 놓고 신규·탈락업체 입장 차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한 업체들과 탈락 업체들은 최근 기재부의 움직임과 관련해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말 면세점을 새로 열었거나 곧 개장을 앞둔 5개 업체 대표들은 14일 오전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브랜드 유치 어려움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현 상황에서 정부가 신규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내주면 업계가 공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사장은 "신규 면세점 5개사의 투자비가 1조원이 넘고, 고용 창출 효과도 1만4000여명에 달하는데 정부는 탈락한 면세점들의 피해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지금도 '우리는 구제될 것'이라며 계속 영업하는 탈락 업체가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11월 월드타워점 사업권을 잃은 롯데면세점은 "입찰 전까지만 해도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 업체들이 사업권을 확보한 뒤에는 시장 문을 걸어잠그자는 정반대 주장을 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완전한 규제 철폐로 특혜 시비 없애야"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면세점 사업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철폐하고 전면 자유화에 나서야만 가속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정 자격을 갖추면 누구나 면세점을 열 수 있도록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설립 요건을 완화해 특혜 시비를 없애고, 5년마다 사업권을 재심사하는 현행 방식을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10년마다 재승인하도록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중국, 일본 등이 시내에 대형 면세점을 세우면서 국경을 초월한 면세점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무역학과·전 한국관세학회장)는 “좁은 국내 시장을 놓고 독과점 여부를 따지는 우물 안 개구리식 시각으로는 글로벌 면세시장 독식을 노리는 메이저 업체들과 사활을 건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며 “우수 업체들이 축적된 노하우를 활용하고 더 많은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면세시장의 진입 장벽 자체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 역할은 적정한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불법 행위를 엄격히 감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며 “대폭적인 규제 철폐가 조속히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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